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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단상] 나이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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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Freepik.com/kystsd>

                                             

거울을 쳐다본다.

희끗 희끗 솟아있는 늘어난 새치머리를 바라보다, '언제 이렇게 나이들어버렸을까' 싶은 생각에 울컥 두려움과 서러움이 인다. 지천명의 나이라는데, 아직까지 그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또 알려고 애쓴다고 알아질리도 없을거라 지레 짐작하던 시간들이었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호불호가 갈리고, 여러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는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이 분에게는 호불호가 없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어차피 메스컴을 통해 전해지는 그의 모습은 카멜레온처럼 다양하게 변해 왔었다. 사람이라면, 그런 모습이 맞다고도 여겨진다.

책을 읽다보니 이 분 참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많이 하며 살고 있구나, 그에 비하면 난 참 생각없이 살고 있었구나 싶은 열등감이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리라 지레 짐작하지만, 왜 사는지 도데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어쩌면 정답은 없을지도.

청년의 열정도 중년의 원숙함도 모두 자책감 속에 메몰되어 버리고, 그저 그런 삶의 연장선 위에서 하루하루를 소비하는 느낌이다.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세상, 그에 버금가게 급속히 변해가는 세태. 어느샌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느낌은 나를 비루하게 한다.

SNS나 온갖 매체들을 통해 접하는 비범한 사람들의 모습은 끊임없이 내 모습과 비교되며 나를 괴롭히게 된다. 아마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터이다. 한 때 무척이나 고민했었을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어슴프레 기억이 나지 않고, 미래의 고민거리들도 막연한 두려움일뿐 딱히 속시원한 해결책도 없다. 나이 들어감의 비애.

 

 

난 과거 상당부분의 기억을 잃어버렸다. 의도하지 않지만, 지금도 자잘한 일상사에 대한 기억들은 상당부분 지워져버린다. 건망증일까? 동창들을 만나 학창시절을 추억하다보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쏟아내는 친구들의 기억력이 부러워보일 뿐이었다. 한때는 괴로운 과거를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 무의식의 발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타인과의 비교는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평소 과음하면 새벽내내 토하며 괴로워하는 패턴이었는데, 어젯밤엔 이러다 죽는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만취상태였는데도 구토증세가 없었다. 이런 변화까지도 약간 당황스럽고 신경쓰였다. 내 몸이 많이 변하고 있구나 싶은.

그 와중에 이런 상태로 죽게 된다면, 현실 속에서 자잘하게 신경쓰고 고민하고 애닳아하는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죽음 앞에서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고민하는 평범한 골칫거리들이 무슨 중요한 일이 될 것이겠는가.

문득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동료들과 작별인사도 없이 저 세상으로 가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술이 조금씩 깨는 듯 했고, 당장의 현실적인 걱정들이 몰려왔다. 오늘 당장 해야 할 일들.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도 얼마나 많은 비교를 했는지 모른다. 거기에서 비롯되는 열패감... 연계성 약하게 이어지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등으로 숙취에 시달리며 시간속에 부유해 있었다.

머리 속을 맴도는 생각들을 정리해 글을 써 보려했는데 어느덧 글은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매일 매일 글을 써 보려 했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 게다가 머리 속을 떠 도는 생각을 글로 바꾸어 내는 작업이 너무도 어려워, 머뭇 머뭇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이미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만 남아있는 내 인생을 하루 하루 소중한 시간들로 채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텐데... 그게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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