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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폰부스>, <se7en> 이 생각났던 영화 <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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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이하 사진의 출처는 동일합니다.

 

 

<라방>은 라이브방송을 줄여쓴 말입니다. 유튜브 뿐 아니라 각종 SNS에는 라방을 통해 수익이나 각종 목적달성을 위해 애쓰는 스트리머들이 상상을 초월하게 많지요. 생각외로 레드오션인 곳이죠. 선택받은 상위 극소수들만의 리그일지 몰라도, 그 파급력은 정말 장난 아닌듯 합니다.

 

영화 <라방>은 마치 한편의 소극장 연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저예산 영화이지만, 좋은 아이디어와 기발한 창작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킬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다만 이런 괜챦은 작품이 관객들에게 외면받는 상황은 조금 아쉽습니다만...

 

 

비슷한 예로, 저예산영화 <폰부스(2003년)>도 공중전화기라는 협소한 공간을 배경으로 짜임새 있게 스토리를 끌고가는 스릴러였었죠. 영화가 끝날때까지 숨쉴틈 없이 긴장감이 이어졌던...

왠지 <폰부스>가 생각났던 영화<라방> 인터넷 성범죄라는 엄청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가랑비에 옷 젖듯' 어느샌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비정상적인 상황들에 죄책감없이 빠져들수도 있는 현대인들의 생활환경을 꽤나 거칠게 묘사합니다.

 

익명성과 불특정다수 속에 숨어있을 수 있는 환경이 촉발하는 기괴한 관음증... 이익창출이라는 자본주의 괴물의 지상목표를 위해 온갖 범죄를 서슴치 않고 행하는 변태적인 행동들...

사이버범죄에 대한 영화적 징계를 목표로 만든 공익광고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결말부분의 초라함을 뺀다면 제법 깔끔하고 실감나는 스릴러라 생각됩니다. 연기자들의 역할도 비교적 무난한 편이었고, 스토리라인도 괜챦은 편이었으며, 인터넷 라이브방송의 묘사도 제법 실감나게 표현되었죠. 거기에 인간성에 대한 적절한 비판과 고개를 주억거릴만한 현실감각도 이 영화의 매력을 더 진하게 해줍니다.

 

 

영화 <세븐(1995년)>은 데이빗 핀처 감독의 범죄 스릴러 역작으로 인간의 7대 죄악을 모티브로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두형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죠. 시종일관 음침하고 침울한 배경과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씨가 빚어내는 비쥬얼이 충격적인 베드엔딩으로 이어진 걸작영화이며 아카데미 편집상 수상에 빛나는 작품입니다. 영화 <라방>은 왠지 <세븐>의 한국판버전이자 해피엔딩버전 같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영화 <라방>은 인터넷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수 많은 가해자들에게 보내는 경고이자, 별다른 생각없이 몰카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사생활로 포장할 수 없는 범죄라는 것이지요. 또한 수요가 없다면 이런 몰카나 사이버범죄 또한 있을수 없다는 논리 또한 전달하고 싶었나 봅니다...

 

 

 

지금처럼 SNS가 활발하지 않았던 오래 전에, 유명 연예인들의 섹*동영상이 CD로 복사되어 전국을 돌아다녔고, 그로 인해 당사자와 사회구성원 전반에게 미친 파장은 정말 대단했었죠. 당시엔 남들보다 빨리 누구누구의 동영상을 먼저 봤다는 게 자랑거리라도 되는양 히히덕거리던 사람들도 꽤 있었죠. 뒷담화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가감없이 드러내게 하는 장면입니다. 지금은 그런 행위가 범죄임을 다들 인지하고 있겠지만, 그 당시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쉬쉬하며 은밀하게 즐겨도 되는 유희정도로 여겼었으니...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제품들에는 반드시 불량품이 있게 마련입니다. 사람도 똑같은 걸까요? 왜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삐뚤어져서 공동체가 해가 되는 행위를 일삼는 걸까요. 요즘 사회이슈화되고 있는 '묻지마 살인'은 흉흉해져가는 한국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 하겠습니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뻔뻔하게 살아가는 일부 죄인들과 돈과 권력만을 좇는 무뢰배들의 몰지각한 행태가 지켜야 할 선을 넘어 한국이란 공동체에 감당하기 힘든 균열을 초래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서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지구환경을 인지하면서도 자본주의 이윤추구에 매몰되어 선로를 이탈한 기차마냥 질주를 멈추지 못하는 지구인들의 모습또한 그리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긴 하지요. 6년이라는 준비기간과 1,000억 규모의 재정지원을 가지고서도, 유례없는 폭염이라지만 세계적인 잼버리행사를 개차반으로 치르고 있는 작금의 모습 또한 일부 한국인들의 추악한 탐욕으로 인해 벌어진 일인듯 싶어 부끄럽고 민망합니다.

 

 

영화 <라방>은 하고자했던 말을 너무 공익광고처럼 포장해버려서 오히려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오버스러운 느낌을 갖게 만든건 조금 아쉽지만, 저예산으로도 얼마든지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낼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영화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단순무식하게 때려부수는 스트레스 해소용 영화가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작금의 영화판도가 조금 껄끄럽긴 하지만, 창의적이고 실력있는 영화인들이 계속 멋진 활약을 해 낸다면 한국영화계도 한결 풍성한 결실을 맺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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