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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여행

구스타프 클림트의 철학, 의학,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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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감으로 인상적인 <키스>로 대표되는 오스트리아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작품 <철학>, <의학>, <법학>은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강당 천정화로 그려달라고 의뢰가 들어온 것이었죠.

 

학문의 승리라는 고귀한 주제하에 가운데 메인 작품을 그려넣고 네 모퉁이에 각각 철학, 의학, 법학, 신학을 상징하는 그림을 그려넣기로 계획했던 대학측은 신학과 메인작품은 프란츠 마츠라는 화가에게 의뢰하고 나머지 세 부분을 클림트에게 부탁한 것이죠.

 

클림트의 완성된 작품들이 맘에 들지않았던 대학측에서는 이 그림들을 거부하였고, 클림트는 검열에 대한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선언하며 받은 돈을 되돌려주고 그림들을 되 찾아옵니다. 두번 다시 공공기관으로부터의 그림청탁은 받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죠...엄청 열 받았나봅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 강당 천정화.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역마살낀 환쟁이 사자

 

대학측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을 총 출동시킨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염두에 두고 이와 유사한 내지는 필적하는 명품을 기대했을겁니다. 그런데, 작품마다 포르노그라피를 연상시키는 데다 당시로써는 변태적이라고 구설수에 오를만큼 파격적으로 그렸으니 대학도 못나온 클림트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서슴치 않았다고 해요. 학문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이죠...

 

위 : 클림트의 <키스>, 아래 :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출처 : 네이버 이미지
 

 

수준 미달의 변태적인 그림을 대학 강당에 걸 수 없다며 바득바득 우기던 빈 대학측은 클림트가 <키스 Liebespaar, The Kiss>등의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난 후 한참 뒤에야 마음을 바꿔 클림트의 그림들을 다시 원위치 시킵니다. 하지만, 원본이 있던 임멘도르프 성이 나치 독일군이 퇴각하면서 불타면서 소실되어 원본스케치와 흑백사진을 재현한 복사본이 현재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것도 보호망으로 둘러싸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은 상태로 말이죠...

 

 
그러면 도데체 어떤 그림이었길래 이렇게 많은 사달이 있었을까요?

잇님들이 보시기에, 바로 아래 그림은 어떤 학문을 표현한 것 같습니까?

사진출처 ;  https://steemit.com/art/@dudu.photograph/information... 이하 사진출처는 동일합니다.

 

명징하게 진리를 밝혀내야 할 철학에 대한 묘사를 대학에선 원했을 것인데, 그림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는 안개 그득한 애매모호함이 철학에 대한 클림트의 느낌인가 봅니다. 안개 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스핑크스라고 하는데, 당시 서구사회에서 스핑크스는 불길한 징조 중 하나였다고 해요. 좌측의 기둥같은 묘사는 아이때부터 노인까지의 인간의 일생을 표현했는데 하나같이 고뇌와 고통을 그득 안고 있는 표정이죠.

인생의 고달픔을 직시해야만 하는, 이런 그림을 마땅찮아 했을 대학 관계자들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닙니다. 솔직히 저도 <철학>에 대한 첫 느낌이 좋았다고는 못하겠읍니다만...

 

<의학>

 

철학이 발표되고 난 뒤, 거센 비난과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당시 교육부장관의 지원아래 두번째 그림 <의학>이 1년 뒤에 선을 보입니다. 전체적인 느낌상 <철학>과 괘를 같이하는 작품이죠.

대학측에서는 위대한 의술이 인간을 죽음에서 건져올리는 구원자로써 표현되기를 기대했지만, 역시나 클림트는 그 기대를 과감히 저버렸죠.

 

중앙의 화려한 옷을 입은 여인은 건강의 여신이라 불리는 '히게이아'라고 합니다. 그녀의 오른 팔을 감고 있는 뱀에게 죽은자가 마시는 망각의 강물을 마시게 하고 있다고 해석하죠. 그 위로 인간들이 산을 이루며 해골과 함께 잠든 듯한 모습은 그리 유쾌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이 작품또한 대단히 많은 비난과 구설수에 직면하게 되었죠...

 

<법학>

 

그로부터 2년뒤 1903년, 마지막 그림 <법학>이 선을 보입니다. 빈 대학측은 법이 추구하는 정의와 공정함을 그림에 담아달라고 요구했겠지요. 그에 대한 클림트의 대답은 정의보다는 처벌이라는 형벌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노인을 휘감고 있는 문어의 형상은 서구에서는 불길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지요. 노인을 둘러싸며 유혹하는 듯 보이는 세 여인의 모습은 죄악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며, 정의의 여신들은 그림 위쪽에서 자그맣게 그려져 있고 재판관의 얼굴 또한 아주 작게 그려져 있습니다.

현실세계와 괴리가 있는 법집행 시스템이 인간세계의 정의보다는 형벌에 치중하여 인간을 바로잡는 힘이 부족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표현하지 않았나 싶네요. 뭐 현실 한국의 법세계도 개혁을 부르짖으며 늘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걸 보면, 이상적인 사법체계나 법질서는 참 갖추기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교육부의 승인은 받았지만, 빈 대학의 거부로 공중에 떠 있는 이 그림들은 열받은 클림트가 돈을 되돌려주고 회수하여 개인에게 판매하였는데 아쉽게도 전쟁통에 모두 소실되어 버립니다. 클림트는 이 작품들에 대해 이러저러한 설명을 하지 않았었고, 그래서 더욱 이러저러한 평들이 많지만 그 어느것도 정답이라 확신할 수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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