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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예술적 상상력. 오종우.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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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크로스. 예스24>. 2019년 12월 출간 ​

 

지난 7월말 경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아이디 검색으로 “windownine”을 치면 팝업되는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지난 몇 년간 <모 월간 소식지> 추천도서란에 내가 한 권씩 선정해 실었던 책들을 정리해 볼 심산으로 책 리뷰 포스팅을 하나씩 블로그에 만들어 쌓아 갔는데, 다양한 사진을 삽입하거나 관련 동영상을 링크 걸어서 꾸미다보니 제법 그럴싸한 모습을 갖춰 나가는 게 신기해 색다른 취미활동 쯤으로 여기고 여유가 있을 때마다 내 블로그를 키워 나갔었다.

포스팅 발행을 예약할 수 있어, 시간이 나는 주말에 여러 개의 포스팅을 만들어 주중에 발행시키는 방식으로 서서히 작업방식을 조정해 나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대부분의 꼬마들이 즐겁게 그림을 그리거나 신나서 모래놀이를 하듯이, 뭔가를 만들거나 그리는 등의 창작 활동은 적지 않은 재미가 있다. 재미가 없다면 애들이 할 리가 없다.

글씨를 못 쓰는 사람도 내장된 폰트가 알아서 깔끔한 필체로 정리해주고, 연관성 있는 그림이나 사진들도 검색만 잘하면 저작권 문제없는 무료자료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포스팅을 하는 창작자의 큐레이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바로 바로 가시화된다.

게다가, 수정과 삭제가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간단하게 가능하니, 최종 결과물을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다른 어느 창작물보다 적게 걸리는 듯하다.

<출처 : unsplash.com/firmbee>

 

자본주의 사회인 만큼, 돈벌이가 더 잘된다는 유튜브(Youtube)에 밀려 블로그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철지난 나의 '블로그' 타령에 주변에서는 시큰둥한 반응들이었지만, 내겐 여러 가지 예상치 못했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비록 책 읽는 시간을 조금 빼앗기기는 했지만, 의미 없이 TV 리모컨으로 채널만 하릴없이 돌리거나 스마트폰 게임으로 축 내던 시간을 오로지 포스팅에 투자하게 되었다.

별 생각없이 스쳐 지나던 일상의 모습들이 포스팅 주제로 포착되기도 하고,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

초보 블로거로써 이미 어느 정도 숙달된 경지에 이른 슈퍼블로거들의 포스팅 콘텐츠들을 살펴보면서 세상의 흐름을 조금 느껴보기도 했다.

<출처 : unsplash.com/@domenicoloia>

 

어느 분야든 특출한 재능의 소유자들은 많은 이의 부러움을 사며 선두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경지에 다다를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알지만,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희망을 안고 포스팅을 한다.

블로그, 포스트,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온갖 SNS를 연동하여 작업을 하는 디지털 노마드(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하나 들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SNS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타인이 만들어 놓은 포스팅을 보기만 하다가, 직접 포스팅을 하게 되면서 예술분야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되고 미약하나마 상상력을 동원해 창작활동을 하기도 한다.

예전에 그닥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클래식 음악 미술 분야에도 포스팅의 프레임으로 들여다보니 색다른 재미가 생겼다.

그렇게 100여개의 예술관련 포스팅을 만들어 블로그에 올리다보니, 조금더 알게 된 만큼 조금 더 체계적으로 배워서 정리하고픈 마음도 들었다. 뒤죽박죽 흥미로운 부분들을 찾아 들쑤시다보니, 근본 원리를 모르고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

 

이때 만난 책이, 바로 오종우 교수의 따끈한 신간 <예술적 상상력>이다.

2015년 발간한 <예술수업>을 통해 한 차례 지면에서 만났던 오종우 교수의 강의 실력을 맛 보았기에, ‘창조적 영감에 목마른 우리를 위한 인문학자의 예술 수업’이란 광고 문구가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영화는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없다는데, 책은 정반대이지 싶다.

대부분의 후속작들이 그간 쌓였던 경륜을 반영하듯 한결 깊어지고 훨씬 이해하기 쉽게 쓰여 진 걸 느끼곤 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힘’이란 부제가 적절하게 이 책을 대변하는 듯하다.

 

 

여섯 번의 강의로 구성된 이 책은 끊임없는 예술적 상상력이 어떻게 지금 이 순간까지 이룩해 온 인류문명과 연결되는가에 대한 천착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유했던 미술천재들의 빛나는 통찰과 남다른 감각을 향해 떠나는 미술여행은 오종우 교수의 친절한 안내로 우리안의 예술적 상상력을 복원시켜 줄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예술적 상상력>은 음악과 회화미술을 요점 정리하듯 굵은 가지만을 추려내어 강의를 해 나감으로써 뒤죽박죽이던 내 머리속 예술의 연대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주었다.

총론으로 개괄적인 정리도 돋 보였지만, 그 틈새에 오목조목 끼워 넣은 디테일한 에피소드들도 가독성을 훌륭히 높였고 가끔 신박할 정도로 재미난 이야기들을 삽입하여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였다.

무엇보다 예술적 상상력이 이 세상을 만들어 온 이력을 조리있게 설명해 나감으로써, 예술이 배부른 자들의 유희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야 할 우리들에게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이해시킨다.

 

이번 책에도 여러 곡을 QR코드 형태로 책 속에 담았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멋진 예술 강의를 함께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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