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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안녕, 샌디에이고. 복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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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북스. 예스 24. 2019년 10월 출간

 

한국과 미국을 바라보는 이방인의 시선을 담은 에세이 모음집이라 봐야 할 듯 하다.

1973년생 복일경 씨는 2004년 유학생 남편과 결혼해 캘리포니아의 어바인과 버클리를 거쳐 샌디에이고에 자리잡고 10여년을 살다가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온 그녀는 계간<에세이 문학>에서 수필작가로 등단하였고, 2017년 <산림문화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산문부분에서 받았다.

2018년에는 '올해의 독서와 선발대회'에서 최우수에 선정되기도 한다.

2018년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면서 미국의 육아와 교육, 사회 전반에 관한 글들을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이 글들이 21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였고 이 책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셀럽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성과물을 세상에 내 놓은 사람도 아닌, 평범하기 그지 없는 우리 이웃이 거의 빈털터리에 가까운 맨 몸으로 미국 땅으로 건너가 자리잡기 까지 고군 분투하면서 겪었던 좌충우돌의 경험담 자신의 몸에 이미 배여있는 고국의 문화와 정서들이 교차하면서 여러가지 상념을 자아냈을 터이다.

상당수의 얘기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익히 알고 있거나 한번 쯤은 들어 봤던 얘기였다.

그만큼 미국이란 나라는 한국에게 정서적으로 가깝고도 친숙한 면이 있는 나라이다. 그런 반면, 현지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면들은 얘기를 듣는 것 만으로도 괜히 가슴이 덜컥 내려앉게 하기도 한다.

특히나, 무섭기로 유명한 미국경찰 얘기총기관련 얘기들은 듣기만 해도 미국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싹 ~ 달아나게 만든다.

@koutchinski/unsplash

 

하지만, 이 지구상에 어느 곳이 파라다이스이기만 할까?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결국은 엇 비슷하다는 작가의 생각은 세계 오지만을 골라 여행을 다녔던 한비야씨의 책 속에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즉, 어디나 사람이 중심이요 사람이 문제이자 사람이 해결책인 것은 똑같다는 얘기이다.

책을 통해 유추해 본 작가는 평상시의 삶 속에서는 꽤 과묵한 편인듯 싶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뿐이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꽤나 수다스럽게 미국과 한국에서의 일상을 얘기한다.

여성 특유의 친화력으로 애엄마들끼리 혹은 같은 동양인들끼리 스스럼 없이 친구가 되어 외롭고 힘든 타국생활을 이겨나가는 모습들은 내가 일년여 체류했던 영국에서 본 한인들의 모습과 진배없었다.

내가 직접 겪었고 누군가의 입을 통해 전해들은 제3자의 얘기들은 상당수가 복일경씨의 글 내용과 오버랩된다. 그런만큼, 그녀의 얘기는 어쩌면 상당한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를 위주로 상황을 판단하기에, 실은 객관적이라 여기는 것들이 대단히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오류인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얘기들이 무조건 미국의 실상을 백퍼센트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여기지는 말기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에서 신뢰가 가지 않는 얘기는 거의 없었던것 같다.

이책은 크게 7 파트로 나뉘어 각 파트마다 4~5개의 에피소드들을 담았다.

총33편의 이야기 보따리들은 모두 내게는 재미있는 얘기들이었다.

뭐 10년을 겪으며 지내온 사람과 1년 살면서 지냈던 사람이 같은 깊이로 타국의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그녀가 말하는 미국과 한국 문화의 차이내가 겪었던 영국과 한국 문화의 차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영국에 나간지 몇 주가 지났을 때였던가?

A,B,C 도 모른 채로 가족들의 이동에 휩 쓸려 영국에 온 막내 딸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버렸을 것이다. 민감하게 아이를 보살펴야 했음에도 지나고 보니 그러질 못했다는 자책감도 들었다. 나 자신도 변화된 주변환경과 어눌한 영어실력 때문에 퍽퍽한 대학원 강의 자체를 버겁게 따라가야 했었기 때문이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학교 생활(초등학교 가기전의 학년으로 한국으로 치면 유치원 졸업반이었다) 적응에 도움이 될까하여 딸애에게 영어를 조금씩 가르쳐 주기 시작했는데...

몇 일이 지났을까?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아이에게 영어를 잘못 가르치고 있는 듯 하니 손을 떼시라는 주의를 받았다.

자신들이 알아서 잘 지도할 것이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시간외로 1:1 교사를 붙여서라도 영어를 가르칠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면서...

아마도 콩글리쉬 발음을 학교에서 했었을까?

말 한마디 안 통하는 학교생활을 처음 몇 주를 밤이면 밤마다 학교가 가기 싫다, 무섭다 하며 울다 잠들던 딸애는 몇 주가 지나면서 적응을 하기 시작했고 학교생활의 다양한 커리큘럼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냥 학교에 가면 다 알아서 영어를 배우고 늘던데..."하고 남의 일처럼 속 편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애엄마가 어찌나 서운하였던지...

 

@stem_t4l/unsplash

 

정말 영알못인 사람들은 그저 영어를 쓰는 환경에 던져 놓기만 하면 저절로 영어가 되는 줄 안다.

한국의 부모들 중에서도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들이 적지 않아, 고액의 영어학원을 한국말도 서툰 시기에 보내면서 아이들이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할 것으로 기대하곤 한다...

모든 언어들이 그렇겠지만, 외국어가 그리 쉽게 입에 달라붙는 건 아니다.

모름지기, 온갖 스트레스 상황에서 부대끼고 꼭 그 언어를 배워야만 하는 절박감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있어야만 외국어구사능력이 갖추어 지는 것이다.

이런 것도 모르고 혹은 알려고 하지도 않고, 그저 영어학원에만 보내면 자연스레 영어구사능력이 갖춰지는 줄 아는 부모들은 일종의 직무유기이자 아동학대이다...

영국을 떠나오기 몇 개월 전에는 영국인들의 억양을 거의 완벽하게 따라하던 막내 딸은 얼마 안되는 영단어를 가지고도 계속 흥얼거리며 말을 할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일 년 정도만 더 하면 월등한 실력 향상이 이루어질 듯 해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국에 돌아온 뒤, 막내 딸은 급속도로 영어를 잊어버렸다.

게다가 몸서리를 칠 정도로 영어를 싫어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막내딸이 얼마나 영어때문에 힘들어 했는지를 깨달았던 어리석은 아빠는, 그 뒤로 영어얘기는 한마디로 꺼내지 않았다. 필요하면, 스스로 알아서 공부할테지 하고 말이다.

@circvs/unsplash

 

나라 안의 온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영어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나라...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영어를 필요로 하는 한국인이 도데체 몇 %나 된다고, 온 국민을 영어공부를 못 시켜 환장하는지 이 나라 교육시스템을 끌고 온 인간들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막내 딸은 요즘 그렇게 싫어하던 영어를 고등학교 올라가기 전에 문법은 끝내야 한다는 오빠의 말을 귀담아 들었는지 투털대면서 공부하고 있다...

복일경 부부는 가난한 유학생으로 미국생활을 시작한다.

대부분의 유학생 부부들은 이들 부부들처럼 그렇게 풍족한 생활을 할 수가 없다.

학생신분이니까 어쩔 수 없다...

물론 짱짱한 재력의 부모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가난한 게 죄는 아니지만, 정말 불편한 점이 많은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가난 속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꿈꾸며 조금씩 나아지는 삶도 뒤 돌아보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작은 단면이고 편협된 주관적 경험인지는 모르지만, 평범한 소시민 미국인들이 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문화갖가지 스포츠로 청소년기에 신체를 단련하는데 중점을 둔다거나 왠만한 것들은 고쳐서 쓰는 문화들은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반면 총기 소지가 가능해 악인들의 무차별적인 가해에 노출되어 있다거나, 이로 인한 경찰력의 강력대응으로 애먼 사람들까지 과잉진압의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다.

미국에 여행갔을때, 그랜드 캐년을 가는 도중 길 안내를 맡았던 운전자가 농담인지 진담인지 자기는 여기와서 운전하다 신호등 앞에 정차할 때 절대 옆을 안 본다는 말을 하였다. 괜히 옆 차 운전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내 눈빛이 맘에 안 든다며 총을 빵~하고 쏘고 가버리면 그걸로 끝이라는 거였다. 광활한 땅에 누가 그랬는지 알 길이 없대나 어쩐대나....

어찌보면 소소한 일상의 얘기들인데도, 가독성이 뛰어나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21만여 구독자를 보유한 수필작가인 만큼, 글 솜씨가 아주 맛나다.

아마 똑 같은 이야기를 글맛 없는 이가 썼다면,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나오지는 못했을것 같다.

33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경험에 비춰 반추하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거리들이 쏟아져 들어왔던 것 같다.

어찌됐건,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모국이 제일 편한 건 만고의 진리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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