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는 한때 유명세을 탔던 책 <88만원 세대> 의 저자 우석훈이 발로 뛰고 몸으로 체득한 늦깎이 아빠의 육아경제학 책입니다.
여러 군데에서 온 취업제안(대부분 장(長)급이었다는...)을 거절하고 40대에 얻은 두 아들을 직접 육아하려고 '집에 들어앉았다.'는 우석훈의 육아 분투기인 셈인데, 경제학 서적이라고 하긴 뭐하고 수필정도로 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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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 버린 독자들에겐 '맞아, 그럴때가 있었지...' 싶은 아련한 추억 더듬기가 될 듯 싶고, 아직 아이들이 없는 부부들이나 미혼 남녀들이 자녀를 계획하고 있다면 앞으로 겪게 될 미래의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서가 될 듯 싶네요.
현재 육아를 진행중인 애엄마, 아빠들은 아마도 이 책을 읽을 만한 여유시간이 없을것으로 생각되지만 혹시라도 없는 짬을 내서 읽는다면 '다들 엇비슷한 모습으로 힘겹게 살아가는구나.' 싶은 안도감과 위로를 얻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자녀들이 어느정도 성장하고 나면 부모들의 품을 떠나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건 다들 아실거예요. 그 과정에서 정말 쎄게 부모들과 부닥치기도 하죠. 사춘기란 이름으로 말이죠.
그래서 '품안의 자식'이란 말이 있듯이, 24시간 아이의 뒤치닥거리를 해줘야 하는 시기를 지나면 아이를 떠나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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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공무원 사회는 육아휴직을 어느 정도 챙길 수 있는 것 같지만,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육아휴직을 맘 놓고 쓸수 있는 영리 회사는 많지 않은것 같습니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안정적으로 회사에 복귀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혈기왕성한 청년들도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는 판국에, 회사입장에서는 대체가능한 인력풀이 충분하다면 굳이 목 멜 필요가 없을테죠. 이런 관점이 바뀌어야만 선진국 문턱을 넘어설 수 있겠지만, 어찌보면 그런 사회였다면 헬조선이란 단어가 생겼을리 없겠죠.
육아문제가 부모님세대로 전가되어, 노년층이 육아에 대한 부담을 떠 안기도 합니다. 맞벌이 부부들이 육아휴직을 제대로 챙겨 쓸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다음 옵션으로써는 가장 믿을수 있는 부모님들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이 최상일테니까요. 그리하여 딸에 대한 A/S 는 육아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왔죠. 웃픈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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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그리고 닥쳐올 미래를 예상하다보면 한국사회의 환경이 얼마나 급 물살 속에 휘말려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그러한 변화는 불과 20,30년의 시간차를 둔 세대간의 소통이 어려울만큼 격렬하지요. 한때 유행했던 '라떼는...' 식의 꼰대 생각으론 다음세대와의 대화는 커녕 공감하는 작은 포인트 하나 찾기 힘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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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육아를 하면서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고민들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있고 그 해결책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찾으려 애쓴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저자의 개인적인 결론이긴 하지만, 동 시대를 사는 사람들로써 많은 부분 공감하실것도 있을거구요.
한국사회는 유독 다름이 인정되지 않고, '모난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무의식에 깊숙히 내재되어 있는 공동체인 듯 싶어요. 아마도 오랜 기간 군사정권의 지배하에서 사회 곳곳에 획일적인 군대문화가 또아리를 틀었고, 그로 인한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단 한번의 커다란 트라우마로도 평생 씻겨지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듯, 우리 공동체에도 그런 트라우마가 해결되지 못하고 사회전반에 보이지 않게 침잠해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가치관으로 무장한 세대가 좌충우돌하며 후손들을 키워내, 그 자녀들이 사회주류층이 되었을 때의 한국사회의 모습... 모름지기 지금과 또 다른 무언가가 되어 있을것은 확실합니다.
부디 좋은 방향으로 개선된 한국사회가 되어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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