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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2022년 1월 어느날, 햇살 좋은 겨울날 도서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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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로 십 여권의 책을 대출했다가 절반도 채 못 읽고서 반납하고는 했었던 지난 수년간의 독서마라톤 습관... 나름 좋은 일상 중 하나라고 여기며, 우연한 기회에 어떤 모임에서 얘기를 한 적이 있었죠. 부질없이 과도한 책 욕심을 부린 것에 대한 자아비판이었는데, 우쭐한 허세쯤으로 오인했던건지 모임에 있던 한 분이 "난 절대 책을 읽지 않는다. 왜냐면 책에 있는 죽은 지식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전혀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정서적 마취제에 불과한 책을 왜 읽는가?"라며 열변을 토하시더군요.

그 사람의 말이 꽤나 인상적이었던지 잊혀지지가 않네요. 정서적 마취제라....

 

 

동서고금의 지혜를 담아 놓았다는 책... 과연 정서적 마취제에 불과한 걸까요?

한권의 책을 통해 인생을 바꾸게 되었다는 사람들... 그들은 뭔가에 마취되어 헛소리를 지껄이는 걸까요? ... 지난 수년간의 독서마라톤이 내 스스로를 얼마나 변화시켰는지 되돌아보게 되네요.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겠지만, 본인이 믿고 싶은대로 혹은 보고싶은대로 되는것이겠지요.

확증편향이 더욱 심해지는 현대인의 생활양식에 발 맞춰, 세상 사람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한무리를 이루어 그들만의 리그에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다름은 틀림과 같으며, 결코 공존할수 없는 부류로 여겨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주만에 다시 찾은 도서관... 대출도서를 반납하고, 나를 끌어당기는 새로운 책들을 빌린 뒤 곧바로 나오지 않고 잘 가지 않는 반대편으로 우연히 발길을 돌렸습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로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끊어졌던 장소지만, 오늘따라 한 분이 공부거리를 잔뜩 쌓아놓고 뭔가 열심히 집중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였겠지요...

 

찬 바람 쌩쌩부는 바깥 날씨와는 달리, 도서관에 스며드는 햇살이 마치 봄날이 멀지 않았다는 듯 포근해 보인 탓도 있었구요. 아직 절정의 겨울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고즈넉한 휴일 오후의 햇살은 늘 마음 한 구석에 넉넉함을 불러 일으키곤 합니다.

 

 

서고를 빙 둘러 설치해 놓은 자주색 시트에는 늘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 앉아서 독서를 하거나 학교공부를 하곤 했었는데... 코로나는 정말 일상의 모습을 많이도 바꾸어 놓았지요.

비대면의 일상화... 이 곳도 비켜가질 않았습니다. 대출/반납도 무인기계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고, 각종 칸막이들이 이곳저곳을 갈라놓고 분리시켜 놓았지요.

 

 

처음 저 자동반납기계를 이용할 때의 실수도 참 민망했지요. 때마침 반납일이 휴관일과 겹치는 걸 모르고 왔다가, '아참, 자동반납기가 있었지~!'하며 이곳으로 왔었죠... 쓰~윽 설치해놓은 판넬의 사용법을 건성으로 훑어보고는 바코드를 읽히고 반납구 속으로 책을 집어 넣었죠.

시간차의 오류였는지 인식을 못하더군요. 다시 한번 꺼내 바코드를 다시 읽히고 다시 반납구로 집어넣었는데,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시간차이로 또 다시 오류가 난 거 같아요... 순간, 책이 뒷쪽으로 떨어지면 인식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어요. 뇌피셜 오졌죠...

그와 동시에 부지불식간에 책을 쓱 밀어넣었더니 기계에서는 반납과정에 문제가 생겼다며 계속 경고메세지 방송이 흘러나오더군요...

 

 

아무도 없는 텅 빈 도서관 공간에 쉴새 없이 울려퍼지는 오류방송. "반납과정이 잘못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주십시요. 반납과정이 잘못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주십시요.반납과정이 잘못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주십시요..."....ㅎㅎㅎ

기계 전면에 쓰여진 비상연락망으로 전화해 사정을 얘기하니, 잘못 반납된 책은 내일 오전에 해결하겠다고 합니다. 그래도 기계에서 쉴새 없이 흘러나오는 경고음성은 멈춰야 했기에 반납하려던 다른 책을 꺼내 바코드를 찍었지요. 다행히 멎었습니다. 요번엔 제 판단이 맞았습니다. 그리고 반납구에 책을 넣으니 책인식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더군요. 그렇게 나머지 책들은 무사히 반납을 마무리지었지요.

아무래도 바코드를 찍고 반납구에 넣을때까지 너무 밍그적거리면서 지체를 해서 생긴 오류였던 것 같아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마다 잠깐씩이나마 앉아서 책을 읽곤 했던 장소가 사람의 온기를 받지 못하고 대신 겨울 햇살만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네요. 작년 요맘때 폭설이 온 뒤 도서관에 들렀다가 여기저기 주변을 돌아다니며 포스팅꺼리를 궁리하던 게 생각나네요.

 

https://blog.naver.com/windownine/222193695383

 

독서 마라톤 2021. 올해도 쭈욱~~ 계속합니다.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첫날도 정신없이 지나가고, 벌써 오늘도 절반이상 훌쩍 흘렀네요... 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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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주차장에 차량이 가득 차 있어서, 도서관 안이 제법 북적일거라 예상하고 올라왔건만 모두 1층에 공부하러 온 사람들인가 봅니다. 도서 대출과 간단한 독서를 하기 위한 공간에는 사람대신 따스한 겨울햇살만이 가득 채워져 있네요. 하지만, 오늘은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잔뜩 있어서 기대만땅에 기분좋은 상태로 책가방 두둑하게 도서관을 나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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