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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국가의 사기. 국가발 사기감시 프로젝트. 우석훈 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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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영사. 예스 24

 

안데르센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이야기에는 옷을 만드는 재단사에게 속아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는 옷을 입은 임금님은 속옷만 입고 백성들 앞에서 행진하며 망신을 당하는 얘기가 나오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교묘한 수단과 입발린 거짓말로 타인을 속이는 사기꾼도 나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사기꾼와 부화뇌동하는 인간들 또한 그 나쁨에 있어 덜 하지 않습니다.

<손자병법>에서 읽었던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제나라 사람 손무가 오자서의 추천으로 오나라에서 일하게 되었을때의 일이지요. 오나라 왕 '합려'가 손무에게 '군기'란 무엇입니까? 하고 묻자 손무는 밖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던 궁녀들에게 일렬로 서라고 명령했다고 합니다. 손무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궁녀들을 "왠 열?" 하고 들은체 만체 하며 계속 수다를 떨었다죠. 이때 손무가 옆에 있던 병사의 칼을 뽑아들어 가까이 있던 궁녀의 목을 베었고, 다시 한번 일렬로 서라고 명령하지요. 중국 고사에는 이렇게 사람을 거의 사람취급하지 않는 장면들이 정말 많죠.

 

 

그 다음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짐작이 가시지요?... 완죤히 각을 잡고 일렬로 서서 얼어붙은 듯 꼼짝도 않고 서 있는 궁녀들을 보여주며 손무가 말했답니다. "전하, 이것이 바로 군기이옵니다."

실지로 있었던 일화인지, 지어낸 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군기 에피소드'와 앞서 언급한 <벌거숭이 임금님> 이야기에는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인간은 지극히 타인의 눈치를 살피는 존재이고, 그런만큼 권력과 금력 앞에서 허무할 정도로 초라해집니다. 뻔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나쁜사람으로 몰리기 싫어서 타인의 눈치를 더듬으며 입을 다무는 비겁한 신하들이나, 말도 안되는 상황에 대해 항의하기보다는 살기위해 그 권력에 굴종하는 모습을 보인 궁녀들이나 어찌보면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독재정권들이 존재하고 있고 터무니 없는 권력스캔들이 쉴새 없이 터지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예외없는 법칙이 없듯이, 서슬푸른 권력앞에서도 기개높게 할 말을 할 줄 아는 당찬 사람도 있지요. 남들이 하지못하는 일을 해 내기에, 그런 사람들의 용기를 높이 추앙하는 것이구요.

 

 

지금의 한국은 내로남불의 시대입니다. '죄 없는 자 먼저 돌을 들어 쳐라'고 하셨던 예수님이 만약 현재의 한국에서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면, 아마 그 불륜을 저질렀던 여인은 돌에 맞아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뻔뻔해졌을까요...

역대 정권에서 벌어진 각종 사업들의 진면목을 들여다보면 정말 우리가 국가라는 조직을 만들어 함께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됩니다. 작은 조직안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는 항상 존재하는데, 국가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조직에서라면 두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래서, 이 국가라는 조직의 운영을 책임지는 정권은 정말 헌신적이고 책임감 있으면서도 능력있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리사욕을 공익이라는 가면으로 위장하고, 너무도 무책임하게 각종 사업을 벌이고 혈세를 낭비하면서 전시행정을 일삼는 무능력한 집단이 정권을 쥐게 된다면 그 국가의 운명은 불보듯 뻔합니다.

 

 

 

그렇다면 한국 역대 정권의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요?

 

"모르는 게 약이다." 내지는 "아는 게 병이다."라는 격언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을 맴돕니다.

참으로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지요. 나아가야 할 방향은 누구나 다 인정하고 있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서로의 이권다툼으로 배가 산으로 갑니다. 서로를 비방하며 손가락질을 멈추지 않습니다.

천문학적인 혈세들이 허투루 흩뿌려지는 일도 부지기수인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제대로 감사는 하고 있는 건지, 문제점을 발견했으면 시정을 하거나 책임자를 추궁하고 잘못을 바로잡고는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고등학생들의 수능 수학문제를 보고 있으면, 과연 이런 문제를 풀어내야만 하는 이유가 참 거시기 합니다. 경쟁에서 남들보다 좋은 위치를 점유하기 위해 나중에 쓸 일이 거의 없을 지식을 배우는데 수년의 시간을 낭비하는 거 말입니다.

국가적으로는 그 얼마나 커다란 낭비일까요? 우리는 사교육시장의 카르텔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되는 생고생과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 낭비를 전 국가적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힘들게 들어간 대학에서는 또 전공과 무관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요... 참으로 기가막힌 상황이지요.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는 옷...그래서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 보이지도 않는 옷이 보인다고 타인들의 눈치를 살피며 처신하는 웃픈 신하들처럼 우리모두는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는 방향으로 과당출혈경쟁하며 헬조선을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 책 속에서는, 허투루 쓰여진 혈세만 똑 바로 썼어도 청년실업의 상당부분은 해소되었을 거라는 근거는 조금 불확실한 얘기를 몇 번이고 되뇌입니다. 하지만, 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다물거나 적극적으로 아부하며 출세를 모색하는 관료들이 있어 왔기에 오직 표 얻기에만 골몰하는 불량 정치인들의 농간에 멍들어가는 국가라는 조직이 참 안쓰럽기만 합니다.

그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마땅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참 맘이 아프구요.

거의 유일하게 정치권력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방법인 투표... 정말 제대로 된 사람을 잘 뽑아야 합니다...그런 안목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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