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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죽음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전미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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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열린책들. 예스24>. 2019년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들은 대부분 아주 재밌다. 그래서 대중소설이라 불리운다.

개미와 타나토노스, 신, 웃음. 잠, 파피용, 고양이, 뇌 등등...

그의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되고, 높은 판매부수를 올린다.

무엇이 한국에서 그의 인기가 유지되도록 해 주는 걸까?

아마도 마치 헐리우드 영화를 염두에 두고 쓴 듯한 스피디한 전개와 영화대본과도 같은 재미있는 내용들로 흥미를 유도해 내는 필력 덕분일지도 모른다.

죽음 1은 죽음과 영혼 등 다루기 벅찬 주제에 바로 진입한다.

작가가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몇 편의 헐리웃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죽음>안에서 펼쳐 진다.

                                                         <출처 : unsplash.com/@sunyu>

죽음에 관한 장편소설의 출간을 앞두고 있는 인기작가 가브리엘 웰즈(그의 이력은 실제로 베르나르의 이력과 겹쳐지는 것이 많다. 그래서 자서전적인 면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는 자신의 죽음을 깨닫기 까지 몇 가지 에피소드를 겪는데 이는 영화<사랑과 영혼>에서 익히 봤던 장면들이다.

가브리엘은 자신이 살해당했음을 알게되고, 영매 뤼시 필리피니를 우연히 만나 저승과 이승에서 각자 단서를 좇아가며 진실을 찾기 시작한다. 이승에서의 수사장면들은 익히 수사물에서 본 모습들이지만, 저승에서의 수사장면들은 모두 처음 겪게 되는 작가의 상상물들이다. 저승에서의 수사과정이 아마 <죽음>에서의 백미들이지 않을까 싶다.

누가 그를 죽였을까?

소설 <죽음>안에는 '책 속의 책'으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엑기스들이 곳곳에 펼쳐지는데 가브리엘이 소설을 쓰면서 참조하는 형식으로 나온다. 이 책에 언급된 백과사전의 내용들은 참신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데, 실제로 읽어본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약간 지루한 내용들이 더 많은 편이다.

                                                        <출처 : unsplash.com/@csoref>

'임사체험'을 했다고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 죽음을 경험한 살아있는 사람은 없다.

지구의 역사 속에서 현재까지는 단 한 사람만이 죽음으로 부터 현실로 돌아왔다고 믿어진다.

그나마, 이를 인정치 않는 무신론자들에게 죽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이는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찬가지이긴 하다.

우린 영혼의 존재 여부를 입증하진 못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

역사상으로 보면, 영혼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들도 있었다. 대개는 그들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긴 했지만...

영혼의 형태 또한 온갖 미디어에서 창조한 이미지로 왜곡되어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죽음 뒤에는 뭐가 있을까?

혹 아무것도 없이 그걸로 끝은 아닐까?

죽음 뒤에 천국이 기다리고 있다는 건, 가혹한 현실세계를 위한 달콤한 마취제가 아닐까?

누가 알겠는가?

 

                                                        출처 : unsplash.com/@css

'죽음 이후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 거창한 인문학적 주제에 대한 탐구를 기대하고 이 책을 보지는 말기 바란다.

애시당초 대중소설가인 베르나르에게 인문학적 천작을 요구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의 대중화된 기발한 상상력의 전개를 소비하는 독자들 중에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저 그의 뛰어난 소설가적 상상력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1권에서 너무 일을 크게 벌여 놓은 탓인지, 2권의 끝부분으로 갈 수록 벌여 놓은 일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어쩔줄 몰라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소설<죽음>은 그의 소설이 늘 그렇듯이 흡인력 있고 재미있다.

하지만, 이번 주제에 대한 그의 소설은 나에게는 꽤나 실망스런 작품으로 여겨진다.

이는 내가 베르나르에 대해 잘 못 알고 있었고, <개미>에서 받은 첫 인상의 강렬함으로 <죽음>에서도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읽었기 때문이다.

마치 예고편에서의 멋진 액션장면을 보고 영화관을 찾았더니, '예고편이 다 더라'는 웃픈 일처럼...

                                                       <출처 : unsplash.com/@kiendo>

어쩌면 소설<죽음>은 베르베르의 자서전적인 면이 있고, 죽음을 앞 세워 삶의 얘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혼은 자신의 선택으로 좀 더 나은 조건의 환경에서 환생할 수도 있고, 원하지 않으면 떠돌이 영혼으로 있을 수도 있다고 상상한다. 그러면서, 갈수록 떠돌이 영혼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상상하기도 한다.

작가가 소설을 구상하면서 몇몇 영매들을 만나 인터뷰했고, 자신의 경험들을 복기하면서 죽음 이후의 일들을 상상해 냈다. 너무 깊이 고민하지말고, 즐기면 되는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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