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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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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고 들을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 4번째인 책이라고 한다.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가 진단한 한국사회의 어제와 오늘의 얘기이다.

GNP 3만불을 넘어선 한국은 경제수치로는 선진국으로 진입한 듯 하지만, 행복지수는 OECD 국가들 중 최하위.

어떻게 된 일일까?

한국은 어찌하여 불신, 불만, 불안의 3불 사회가 되어 버렸을까?

젊은 세대들이 2세 낳기를 주저하여 해마다 역대 최저의 출산율을 갱신하고 있다는 건 우리 사회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얘기다.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듯 하지만, 매번 헛발길질만 해왔다. 근본 해결책을 찾지 않고 임시방편만 늘어놓기 때문이다. 그럴수밖에 없는 사정은 따로 있다. 5년 단기의 정권들이 재집권을 위해 가시적인 성과만을 보여주려하기 때문에, 먼 미래의 일까지는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헬조선, #흙수저, #N포세대...

이미 익숙해져버린 한국을 빗댄 비극적 메타포들.

각자의 고유한 개성과 인격은 다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이다. 한 사람의 인격은 그 사람이 겪어 온 지난 시절을 통해 형성된다. 어느 누구도 똑 같은 경험을 할 수 없고, 그런고로 똑같은 인격을 가진 사람도 없다. 비슷한 경험이라해도 그것을 통해서 형성되는 결과치는 그 사람이 지닌 가치관에 따라 매우 달라진다. 그 가치관은 태어난 이후의 경험들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니, 끊임없이 변하는 게 우리의 인격이요 성품이지 않을까 싶다. 예전엔 안 그랬던 사람인데 오랜만에 만나보니 너무도 많이 변해있어 깜짝 놀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 나도, 학창시절 순수했던 벗을 20여년만에 만났을때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 치여 더럽혀진(?) 모습을 보며 내 모습 또한 벗에게 같은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현재 노인층을 형성하고 있는 세대들은 아마도 한국에서는 전쟁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들일 것이다. 참혹한 시간들을 겪어낸 그들은 #레드컴플렉스라고 부르는 사회적 병리현상에서 자유로울수 없고, 레드컴플렉스는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정치모리배들에 의해 끊임없이 이용당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상대방의 아픈 구석을 계속해서 찔러대는 잔인함은 차치하고라도, 좁은 땅덩어리에서 살아가는 6천만명도 안되는 국민들을 이리저리 편 가르는 저열한 인간들이 정치합네 하며 물 흐리는 꼴을 지켜봐야 하는 마음은 참 괴롭다. 그들의 맹렬한 이기심 때문에 한국사회는 세대별로 지역별로 삼분 사분되어 버렸다.

주변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를 이리저리 치대는 엄혹한 국제정세속에서, 그런 사정은 나 몰라라 하고 사리사욕만 추구하는 말종들이 (그런 인간들일수록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치고 말은 참으로 그럴싸하다. 더러운 입으로 국민 운운은 제발 그만 했으면 좋겠다.) 설쳐대는 한 한국의 지속적인 발전은 요원한 일이다.

 

배움의 길이가 짧았던 한국의 노인층 세대들은 추레하고 고달픈 역사의 현장들을 헤쳐 나오며 풍파속에서도 침몰하지 않고 오늘의 한국이 있게 만든 주역들이지만, IT 강국이 된 한국에서 더 이상 지혜로운 어른으로써 존중받지 못한다. 그 아들딸 세대인 중년층들은 점점 부유해져 가는 나라와 더불어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과정을 목도한 세대이자 어찌보면 가장 행복한 세대일지도 모른다.

오늘보다 더 풍요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었던 세대였기 때문이다. 반면, 부모세대처럼 자식들에게 부양을 기대하지도 못하고 자녀세대들까지 무한 책임져야 할지도 모르는 아이러니도 공존한다. 시대는 정신없이 빨리 바뀌어 가는데, 이 중년층들이 자신의 생존스토리를 그대로 자녀세대에게 답습시키면서 한국의 비극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정리 못한 친일세력들이 오늘날까지 버젓이 득세하며 그 후손들이 떵떵거리고 사는 나라, 자국의 군대를 동원해 자국민들을 살해한 독재자의 후손들이 떵떵거리고 사는 나라, 한 줌도 안 되는 패거리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온갖 부정을 일삼는 모리배들이 최고권력을 쥐고 흔드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각자도생일지도 모른다.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배려보다는, 승자독식체계를 온 몸으로 경험했던 중년층들은 자녀들에게도 정상을 차지하기 위한 무한경쟁을 재촉하였으니, 그 결과가 오늘날의 현실세계이다. 혹자는 기득권 세력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유도하여 만들어내고 그 틀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한다. 어찌됐든 승자독식의 게임에 한국인들이 별다른 저항이나 비판없이 반 자발적으로 참여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 자식들만큼은 성공할 수 있으리라 자기암시하면서...

P59

1979년부터 1992년 사이에 태어난 에코세대는 다르다. 자신이 지금 소비할수 있는 한도내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하는것, 이것을 매우 중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민족의 잠재력은 참으로 위대하다.

지지리도 못 살던 후진국이었던 한국이 수십년 사이에

세계적인 기업들도 보유하고 있고

피겨스케이팅, 골프, 양궁, 야구, 축구 등의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의 운동실력자들을 끊임없이 배출해내고 있고

게다가 K-POP으로 문화면에서까지 선도적인 위치에 섰다.

이 정도 인구에서 이렇게 많은 걸출한 인재들을 배출한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어찌보면 한국은 내부에 균열을 초래하는 정치권이 우리나라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상태에서라면 문제는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처음부터 다시 고쳐 잡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오피니언 리더들이라 불리는 그룹들이 친일의 그림자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들은 몇 세대가 더 지나면 자신들 과거의 치부가 다 지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저자가 예화로 든 레드퀸(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을 빗댄 한국사회의 교육현장은 딱 꼬집어 한국의 병리현상을 드러낸 대표적인 예다. 상대가 뛰는 만큼 내가 뒤쳐져 보이는 것. 망국적인 선행학습의 폐혜를 인식하여 국가적으로 금지함에도, 오늘 현실의 한국에서는 모두가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가 초등학생들에게 토익, 토플 영어까지 시키는 판국이다.

허리가 휠 정도의 사교육 비용으로 은퇴후 준비가 제대로 안된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린 청소년들이 부모세대를 전혀 부양할 생각과 여력도 없는데, 자신의 마지막 남은 경제력마저 사교육 시장에 헌납하고 나면... 참으로 암담한 노년의 미래가 불 보듯 뻔히 보인다.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 생각은 애시당초 개념조차 형성되어 있지 않았었다.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과 오직 내 자식만이 무리에서 앞서 나가게 하고 싶은 삐뚤어진 중년층들의 사고방식이 망쳐놓은 교육현실. 남들 하는 건 다 따라해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성도 한 몫 하는데다,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성정도 가세한 탓이다.

그렇게 획득한 승자독식의 수혜물로 얻은 자그마한 권력으로 온갖 갑질을 일삼다 보니, 사회는 더 살아가기 힘든 헬조선으로 변하는 것이다. 한국 최고의 기업이 대놓고 불법 세습을 하고, 최고 권력자마저 온갖 추문의 당사자가 되다보니 곪은 것이 터지듯 지난 정권에서 촛불혁명이 터져나온 건 그야말로 한국이 기사회생할 기회였다. 아직 부족할지는 모르지만 시민의식이 눈에 띄게 성숙된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게 한 숨을 돌리게 된 위기의 한국사회가 넘어야 할 산들은 끝이 없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하는데, 사분오열된 한국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카리스마있고 현명한 지도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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