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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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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와 정신으로 이루어진 인간... 시각적으로 입증되는 육체와는 달리 정신은 물리적인 실체가 없음에도 그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다만, 존재는 인정하나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뤄진 정신의 작동방식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가설이 많아 객관적 진실은 아직도 연구중에 있다. 우주의 신비처럼 과연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스 유니버스대회나 각종 보디빌더 대회는 누가 뭐라해도 외적인 모습에 방점을 찍는 대회이지,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찾는 대회는 아니다. 예전엔 그래도 가끔은 외모보다는 내면의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은 대놓고 외모지상주의임을 표방한다. 남녀의 구분이 없다. 좀 더 멋진 외모를 갖기위해 의료적 시술도 마다하지 않으며 때론 목숨을 걸고 큰 수술도 감행한다. 그리하여 실제로도 괄목할 만한 외모 개선을 보이기도 한다. 의느님이라 부를만 하다. 비록 성괴니 뭐니 하며 뒷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외모를 수려하게 타고나는 건 대단한 행운에 속한다. 부잣집에서 태어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하지만, 외적인 미모나 타고난 집안의 경제력이 꼭 행복과 직결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번듯하게 생긴 재벌2세들이 자꾸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말썽을 부리는 걸 보면 말이다. 어찌됐든, 한국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경제력이 갖춰진 집안에서 예쁜 미모를 갖고 태어나기를 거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외모와는 별개로 사람들 각자가 타고난 재능은 천차만별이다. 머리가 뛰어난 사람, 손재주가 유별난 사람, 예술적 감각이 남다른 사람, 육체적 능력이 각별한 사람 등 등... 하지만 그 어느것 하나도 뛰어나지 않은데다, 외모와 집안까지 별로라면 한국에서 살아가기는 음... 많이 퍽퍽할 것이다. 타고난 조건이야 어떻든 간에,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경쟁사회에서 뒤쳐지지 않게 노력해야하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이다.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매몰되다 보면, 우리는 광활한 우주 속의 작은 한 점에 모여사는 생명체임을 잊고 산다. 시선을 외부로 돌려 우주의 어느 곳에선가 우리와 같은 지성체가 존재하고,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의 모습은 어떨것인가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 이런 작가적 상상력은 작가를 꿈꾸는 글쟁이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해 봤음직하다.

베르나르는 <인간>을 희곡으로 썼다는데, 소설로 알고 있는 프랑스 독자가 꽤 있다고 한다. "이 소설은.."하며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서평이 많은 것으로 보아 추정되는 점이다. 연극으로 공연되었을때, 꽤나 인기가 있었던 듯 하다.

한국에서도 연극에 올리기 위해 작가에게 문의를 했었다고 하는데, 한국 독자들과 비교적 좋은 관계를 맺으려 애쓰는 작가의 면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 실정에 맞게 얼마든지 수정해서 무대에 올리셔도 된다."고 답했다니...

청개구리를 닮은 것 같은 거대한 (인간의 시각에서...) 생명체는 핵전쟁으로 폭발해 사라지는 지구별에서 남녀 한사람씩만을 구해내 애완동물처럼 사육하려고 한다. 유리상자에 갇힌 두 남녀는 성격이 맞지 않아 이리저리 부딪히며 사사건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헤맨다. 그러다가 결국은 대승적 차원에서 인류의 존속을 위해 제2의 아담과 하와가 되기로 결심하고...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외계 생명체는 그저 큰 관심없이 이들의 행동을 쳐다볼 뿐이다. 없어져도 그만인 그저 그런 수 많은 행성들의 또 다른 생명체를 대하듯...

책의 두께가 워낙 얇아서, 깊이 있는 얘기들은 없을 것으로 지레 짐작하긴 했으나... 초반의 흥미로운 시작과 호기심을 유지하던 중반과는 달리 결말은 되게 허전하고 조잡한 느낌이었다.

<인간>이란 책 제목도 내용에 비해 너무 거창하게 잡은 건 아닌가 싶었다. <개미>에서 받았던 충격이 너무 컸던 걸까? 그의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보고 있지만, 사실 그 이후의 작품들에서 <개미>를 뛰어넘는 글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인간>도 인터넷 서평은 칭찬 일색이었지만...

                                                      <출처 ; 열린책들, 예스 24>,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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