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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배려. 한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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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위즈덤하우스. 예스24. 2006년

 

1966년생 한상복 작가는 대원고와 성균관대 영문과를 나왔다. 일간지 문화평론기자를 꿈꾸며 지원을 했지만, 낙방하고 2지망으로 썼던 경제신문에 대신 합격되어 취업재수를 포기하고 경제기자로써 생활인이 되었다고 한다. 합격담에 얽힌 에피소드를 읽어 보면 정말 현장감 넘친다...^^

 

작가는 지나고나서 돌이켜보니 괜한 옹고집으로 문학평론하며 문학계에 누를 끼치느니 경제기자로써 삶의 현장 이곳저곳을 누비고 많은 사람들과 만났던 것이 자신의 인생에는 더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는 소회를 밝힌 적이 있다.

 

<배려> 이 책은 책 표지에서도 느껴지듯이 청소년에게 권장할 만한 도서인 듯 하다.

책 내용 또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충실히 전달하는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고, 권선징악의 구도로 짜여져 있다.

 

목 차

프롤로그

11층

1부 행복의 조건

사람에 대한 작의 예의

모두를 만족시키는 가치

좋아함을 넘어 즐겨라

창조자와 비평가

행복의 조건

2부 즐거움의 조건

상대의 관점으로 바라보기

마음을 움직이는 힘

사람을 위한 경영

반면교사

책임에 대한 대가

서류 그 이상의 진실

공생의 길

이기적인 너무도 이기적인

경쟁의 원칙

목표를 이루는 세 가지 길

나를 알아주는 사람

즐겁게 살기 위한 조건

3부 성공의 조건

원인은 나에게 있다

또 하나의 학교

인생을 바꾸는 것들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

에필로그

배려를 위한 경쟁

http://www.yes24.com/Product/Goods/1936876?scode=029


 

작가의 주장은 분명하다.

이 세상은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만큼 치열한 자유경쟁의 전투장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부분 사람들의 착한 심성이 있기에 유지되고 있으며 살 만한 곳이라는 것이다.

 

깊은 철학적 고민까지는 차치하고라도 너무도 분명하게 선을 긋는 이분법의 도식이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학벌주의를 시작으로 치열한 경쟁만을 강조하는 현 시대에 작은 해법을 제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은 인간이고, 해결책 또한 인간이라는 주장 또한 어찌보면 변치 않을 명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발 비껴서면 작가가 주장하는 <배려>라는 게, 한국사회에 만연했던 "우리가 남이가?" 같은 패거리문화와 "좋은게 좋은거..."같은 온정주의에 바탕을 둔 구습과의 경계선을 흐리게 하는 애매함도 포함되어 있어 난감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2001년에 개봉한 제법 오래된 영화인데, 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은혜를 입으면서 다른 누군가 세 사람에게 그 은혜를 보답으로 베풀어 주라는 메세지를 받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내용의 영화가 있었다. 결말은 예상과는 달리 비극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이다.

 

우리 사회 안에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서 선행을 일상화하며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배려>는 두껍지 않은 책의 두께도 그렇지만, 내용 자체가 단순하고 전하는 메세지도 분명하여 통독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책장을 덮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사색의 시간을 갖다보면, 한상복 작가의 말들이 하나둘씩 되새김질 하듯 다시 떠오른다.

 

한상복 작가는 이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본다.

한 종류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배려를 할 줄 아는 부류.

이들은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힘이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반면 다른 종류의 사람들은 오직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마다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세상은 치열한 경쟁사회이며 약육강식의 정글이라고 인식하는 부류이다.

 

여기에 난 한 부류를 더하고 싶다. 별 다른 생각과 고민없이 그냥 사는 사람들 혹은 자연스레 양쪽을 오가며 살아가는 회색의 사람들...

 

내가 살아온 궤적을 돌이켜보면, 두 부류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선명하게 자기 색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이 두 부류로 확실하게 규정짓기 애매한 회색의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bradencollum/unsplash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공공연히 세상은 자기 사람들을 만들고 모아서 힘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하던 사람이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그는 자기 패거리를 열심히 만들려고 애썼고 그 패거리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매몰차게 대하곤 했다. 나름 실력도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사람처럼 관리하기 힘든 것이 또 있을까?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사람들은 자기 잇속에 따라 필요할 땐 동조하며 편을 들다가도,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매몰차게 등을 돌리는 모습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 반대편에는 늘상 온화한 표정으로 말 없이 주변 사람들을 챙겨주는 사람도 있었다. 기나 긴 세월을 지켜봐왔지만, 변치 않는 그 모습을 보면 가식적인 포장이 아닌 진짜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한상복 작가는 배려를 하는 인간이 결국 승리하고 권모술수로 남을 짓 밟으려 하는 사람은 결국 망한다는 권선징악으로 책의 결론을 냈지만, 현실세계의 결론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는 것 같다.

현실세계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회색의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라는 내 생각이다.

 

@alevtakil/unsplash

 

배려하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

영국에서 1년여 생활할 때 였는데, 건물에 들어가거나 나올 때 사람들이 다음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문화를 처음 접해본 시기였다.

상대에게 문을 잡아 건네주며 보내는 가벼운 눈인사와 미소도 처음엔 정말 부담스러웠었다.

 

1년이 지나 한국에 돌아와 습관처럼 문을 잡아주고 있었는데, 상당수의 사람들이 횅하니 무표정으로 지나가는 바람에 졸지에 도어맨이 되어버린 적이 많았다. 어느 정도 배려에 익숙해진 내가 느낀 썰렁함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차가웠었다.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니,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일 것이다.

 

얼마전 방영했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현빈이라는 잘 생긴 배우가 백화점 건물의 문을 잡아주는 장면인데, 꽤나 많은 사람들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었다. 나중에는 잘 생긴 외모때문에 인기몰이를 하는 장면으로 희화화되기는 하지만...

 

@claybanks/unsplash

 

한상복 작가는 내가 베푼 배려를 즈려밟고 자신의 이익만을 취하는 사람들은 결국은 망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듯 하다. 현실세계의 뉴스를 들여다보면 온통 배려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 투성인것 같은데도, 작가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일 뿐이라 주장한다.

 

솔직히 작가의 주장에 동조하고 싶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확신이 서지는 않는다.

사실 피 터지는 경쟁을 통해 무언가를 쟁취했을 때의 기쁨도 크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통해 무언가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굉장한 만족과 기쁨을 선사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다니는 분들도 꽤 많다.

 

배려는 받기 전에 주는 것이며 사소한 행위일지라도 결과는 결코 적지 않은 것이다.

서로를 배려하며 산다면, 이 지구가 이렇게까지 황폐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조금 손해보고 내가 조금 불편을 감수한다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오래 살아갈 수 있으련만, 세상은 그리 녹녹치만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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