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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디지털 중독. 일상을 무너뜨린다는 숏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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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내외의 짧은 동영상들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플랫폼들이 많습니다. 틱톡을 비롯하여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진입장벽이 너무나도 낮은 여러 인터넷 공간들에서 제공되는 어마무지한 양의 자극적인 동영상들은 많은 사람들을 중독의 세계로 빨아들이고 있는 듯 합니다.

영상의 길이가 짧다보니, 잠깐 봐야지 하고 보다보면 금방 몇시간을 빼앗기게 되니까요. 그도 그럴것이 알고리즘에 의해 자기취향의 동영상들을 파악하여 계속 유혹의 손길을 뻗어오는데다, 짧고 재미난 자극적인 볼거리들이 넘쳐나게 많다보니 낙숫물에 그 단단한 돌이 패이듯 수십초의 짧은 동영상 플레이시간들도 모이다보면 금방 수시간이 되어버리는 거죠.

 

 

혹자는 이를 디지털 도파민 중독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도파민은 우리 뇌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으로 알려져있죠.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이룰수 없을것 같은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는 상위 0.1%의 모습들이나 꿈에서나 만나볼수 있을것 같은 선남선녀들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거의 쉴새없이 무제한으로 쏟아지는 디지털세계의 중독성은 가히 마약에 비길 정도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로, 하루에 숏폼을 6시간 넘게 중독적으로 시청하다가 일상활동의 감각을 잃고 우울증에 빠져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쥐고 드러누워 몇십분씩 손가락질을 하며 숏폼세상에 빠져 있는 모습은 우리 집에서도 늘상 볼수 있는 일입니다. 저 스스로도 숏폼중독의 심각성을 느낀적도 있구 말이죠.

 

 

그래서 한때는 앱들을 지워도봤는데, 무료해진 어느 순간 다시 깔고 숏폼을 시청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죠. 잠깐 봤다고 생각했는데 2시간 가량의 시간이 순삭한적도 정말 많았구요... 게다가, 숏폼에 길들여지다보니 영화나 드라마 같은 빌드업이 필요한 비교적 긴 시간의 영상들을 진득하게 보기가 힘들더군요. 그러다보니, OTT의 모든 동영상들을 기본 1.25배 내지는 1.5배로 빠르게 돌려보게 되고, 초반부의 진행이 더딘 드라마나 영화는 보기가 힘들더라구요. 어떤 경우는 유튜브에 올라온 요약본마저 보기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으니까요.

문제는 이렇게 자극적인 숏폼영상들에 오랜시간 노출되다보니, 평범한 일상조차 무의미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지게 된다는 점이었죠. 처음에는 그런 점을 잘 못 느끼다가,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죠... 이후로 숏폼 시청시간을 될수 있는한 줄이고 독서시간을 늘린다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등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숏폼을 잠깐만 봐야지 하고 시청했다가는 또 몇시간 순삭의 악순환이 반복되더라구요...

 

 

 

대부분의 숏폼들은 연계성도 없고, 별다른 의미도 찾을수 없는 오직 말초만을 자극하는 영상들임에도, 그것을 시청하는 이유는 '재미있으면 그만이지'하고 생각에서 일겁니다. 사실 대부분의 여가활동들이 재미를 위해서 하지 않나요? 그러다보니,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그닥 금기시하는 분위기도 아니지만 숏폼중독 또한 꽤나 그 해악성이 큰 것 같습니다. 예전의 TV중독과는 또다른 강한 중독성과 자극과다로 인한 현실감파괴를 동반하는 것 말이죠...

게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청소년들이나 술담배에 쩔어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중독자들처럼, 숏폼중독 또한 중독성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스스로는 아직 심각한 정도로 빠져든 상태는 아니라는 판단이 들지만, 스스로를 잘 다독이며 균형을 잃지 않으려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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