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끄적

영화 '서울의 봄' 을 보고...

반응형

 

프라하는 체코의 수도이며 중앙유럽에서 중요한 경제적 중심지 중 하나입니다. 주요산업이 자동차, 기계, 전자제품 및 화학물질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관광업 또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오래전 들렀던 프라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프라하의 인구는 2023년 기준 135만명 가량이며 1인당 GDP 또한 다른 유럽선진국 부럽지 않은 수준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도시인데, '프라하의 봄'이라고 불리우는 아픈 역사를 갖고 있지요. 세계사에 관심있는 분들을 빼고는 타국의 역사를 세세하게 알고 계신분이 많지 않겠지만, 최근 한국에서 1,3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울의 봄'이 '프라하의 봄'을 빗대어 하는 말이라는걸 알고 검색을 통해 프라하의 역사를 살펴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프라하 시내의 인상적인 지붕모습

 

 

'프라하의 봄'을 알아보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소시민으로의 무력감이나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휩쓸리게 되는 기록되지 않는 허무한 개인사들에 대한 무상함이 되게 속상하게 생각되더군요.

공산주의의 메카 구소련의 붕괴로 몰락한 공산주의는 전세계에 적지 않은 상흔을 깊숙히 새겨놓았고, 그 일환으로 우리나라도 이러한 부작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전쟁의 흉터가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남아 있죠.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단어가 된 '프라하의 봄'을 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느낌도 어느덧 세대별로 조금은 달라져 버린 작금의 모습이 세월의 흐름을 무상하게 인식하게 합니다.

 

영화 <서울의 봄> 한 장면

 

영화 '서울의 봄'은 신군부세력에 의해 민주화의 열망이 짓밟히고 암울한 군사독재시대로 쏠려들어가는 한국사의 일순간을 묘사한 영화인데, 이 영화를 봄으로써 그때의 일을 이제서야 알게되었다는 젊은세대들도 꽤 있더군요.

어마무지한 양의 정보속에서 허우적대는 현재에도 우리들이 현실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것들은 정말 많을텐데요, 지금처럼 SNS나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그 시절에는 더욱더 진실을 감추기 쉬웠겠죠.

 

 

 

영화 '서울의 봄' 속에서 갠적으로 제일 '눈에 가시'처럼 보였던 인간은 국방부장관이었죠. 초동대처를 나몰라하고 혼자만의 보신을 위해 미대사관을 비롯 서울시내를 배회하며 도망치기 바쁘다가, 유혈충돌방지를 미명으로 애국자인 장태완 장군에게 반란군들에게 투항하도록 명령하고 직위해제까지 시켜버린 인물입니다.

 

영화 <서울의 봄> 한 장면

 

물론 영화 속 이야기이기때문에, 역사적 진실과는 괴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속을 살펴보면 이런 인간들의 패악질로 인해 얼마나 많은 무고한 희생이 있었는지는 쉽게 알수 있습니다.

그시대 그 장소에 있었다면 과연 제 스스로는 어떤 선택과 어떤 행동을 했을까 고민해보면 많은 생각이 떠 돕니다만, 어찌됐든 정의와 원칙에 어긋나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두고두고 떵떵거리고 살아간다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만은 분명합니다.

타인의 힘을 빌어 독립되었다고는 하지만, 일제시대에 독립투사를 고문하던 형사들이 해방후에 다시 권력을 틀어잡고 못된 짓을 이어나간 불운의 역사가 그대로 민족의 DNA에 자리잡아 버린건 아닌지 싶은 걱정이 듭니다.

영화 '서울의 봄'에 나왔던 인물들의 삶을 정리한 포스팅들이 제법 많이 올라와 있는데요, 반란세력에 빌붙어 쿠데타를 지원했던 인간들이 하나같이 잘먹고 잘살다 저 세상으로 가신분도 있고 여전히 잘살고 계신분들도 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AZ7cnwn2YI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외형을 지닌 한국의 모습은 예전 국사독재시대의 암울했던 떼를 벗어내고 훨씬 다양하고 진일보한 상태로 나아간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서울의 봄'을 보는 도중 현재 정치권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과연 우리나라가 수십년전의 악몽에서 뭔가를 깨닫고 불행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을 교훈을 체화시킨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국민을 지켜달라며 부여한 막강한 군대 지휘권을 가지고서, 총구를 국민들에게 향하면서 자신의 영달추구를 위해 발버둥치는 육사출신 하나회들의 모습을 벌렁거리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관객들의 심정은 모두 엇비슷했을겁니다.

쿠데타가 한창 벌어지고 있을 당시에는, 어느 편이 옳은지 헷갈려 우왕좌왕했을 많은 군인들과 무조건 상부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게 군인이라고 생각하며 기계처럼 행동했을 더 많은 군인들의 모습이 스크린 뒷편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른거리는 것 같더군요.

 

영화 <서울의 봄> 한 장면

 

원칙을 고수하고 상식적으로 행동하는 사람과 원칙이고 나발이고 죽기살기로 덤비는 인간이 싸울경우 누가 이길지는 뻔한 일이죠. 죽기전까지 한치의 반성도 없이 호사로운 삶을 영위하다 간 인간도 그렇고, 자신의 후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해도 오히려 정신병으로 몰고가는 가족들도 그렇고... 이슈화되는 기절초풍할 사건들의 주인공들...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아연실색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스스로 돌아보아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가면 좋을텐데, 이런 자정작용이 망가져 버린 사람들이 설쳐대는 세상을 바라보는 소시민의 마음 또한 두렵기 그지 없네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