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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06년 깐느 영화제 황금 종려상 수상작.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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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1920년대 아일랜드, 젊은 의사 데미언은 런던의 유명 병원에 일자리를 얻어 영국으로 떠나기전 고향친구들과 아일랜드전통 스포츠인 헐링을 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당시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하에 있었고, 군중집회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죠. 헐링하는 것마저도 군중집회인 것처럼 억압하며 영국군들은 아일랜드 청년들을 학대하죠.

 

 

17세의 젊은 혈기 왕성했던 한 청년은 영국군에게 대들다 구타로 처참하게 맞아죽게 되고, 이런 비참한 상황들을 목도하면서 데미언은 영국행을 포기하고 아일랜드 저항군(IRA)에 가담해서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우게 됩니다.

내부의 밀고자로 인해 데미언 일행은 영국군에 잡히게 되고, 동료들을 밀고하라며 모진 고문을 당하죠. 아일랜드계의 보초병에 의해 탈출에 성공한 이들은, 밀고자가 막내동생과도 같은 크리스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밀고자를 처형하라는 명령을 받은 데미언은 결국 크리스에게도 총구를 겨누게 되구요.

 

 

 

 

 

칸느가 2006년 선택했던 최고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7전8기 끝에 수상트로피를 거머쥔 70세의 노장감독 켄 로치의 역작이었죠. 아일랜드 독립운동과정을 다룬 이 영화는 당시 이라크를 탄압하는 미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아일랜드에 대한 영국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독립투쟁을 소재로 하고는 있지만, 영화가 하고 싶었던 진짜이야기는 아일랜드가 영국과 평화조약을 맺는 순간부터 시작하는 듯 합니다. 아일랜드의 절반만 독립적인 자치를 하게 한다는 평화조약의 내용을 두고(지금도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이죠...) IRA 내에서 의견이 갈리고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나고 만거죠.

 

 

실용주의자이자 현실을 직시하는 데미언의 형 테디는 영국과의 평화조약이 간신히 얻어낸 기회이니 일단 받아들이자는 주장이었고, 데미언은 조국의 완전한 독립과 자유를 희망하며 반쪽짜리 협상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었죠.

한 배를 탔던 형제들이 서로 등을 돌리며 싸우게 되는 슬픈 운명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형제들끼리 비극적인 상황에서 싸웠던 한국의 역사적 상황을 연상시킵니다. 형제 중 누가 옳은지에 대한 판단을 영화에서는 관객들에게 맡깁니다.

 

 

 

 

 

큰 탱크와 폭격기가 등장하는 스펙타클 전쟁영화와는 달리 전투씬은 최소화되었고 총에 맞아 죽는 장면 또한 피조차 신경쓰지 않은 듯 보입니다. 대신 손톱을 뽑는 고문씬이나 막내동생과도 같은 크리스를 상부의 명령대로 처형할때 묵묵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크리스와 다들 고개를 돌리며 괴로워하는 동료들의 모습들이 참 가슴아프게 그려졌죠.

켄로치 감독은 매일매일 그날 찍을 분량만큼의 대본만을 주는 독특한 촬영습관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켄로치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얘기하는 것들은 그닥 쉬운 메시지가 아닙니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목표를 위해 뭉쳤던 이들이 왜 서로 반목하게 되었고 가족과 연인 그리고 옛 동료들은 왜 와해되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가슴아픈 질문들이 관객들의 심경을 안타깝게 후벼팝니다.

선한 이들의 아름다운 희생들이 무의미하게 사라지고, 원래의 취지와는 다른방향으로 흘러가는 역사는 무심한 눈으로 봐도 참 답답하기만 합니다. 멀지않은 우리네 역사와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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