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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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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창비. 예스24. 2019년 7월 출간

 

 

이 책은 차별에 관한 이야기다.

차별이란 기본적으로 평등한 지위의 집단을 자위적인 기준에 의해 불평등하게 대우함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차별하면 흔히들 인종차별을 떠올리겠지만, 저자는 성소수자, 이주민, 외국인, 장애우등 다양한 소수자에 대한 차별 또한 언급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란 제목이 시사하듯,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차별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림으로써 보다 나은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이 책을 쓴 것이다.

 

19세기 중반까지도 노예제를 공식적으로 유지했던미국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심각한 사회문제였고, 이러한 종류의 인종차별 문제는 지금도 전 세계 어디서나 벌어지고 있다.

 

@britishlibrary.unsplash

 

 

인종차별의문제는 대개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 경영과정에서 부각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인종간의 관계를 위계서열화를 함으로써 자신들의 착취를 정당화하기 위해서였다.

시대가 바뀌어 성숙한 선진국 시민으로써의 페르소나를 쓴 시민들이라면,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던 겉으로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려 애쓴다.

공공 영역에서 유명인의 인종차별 행위는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하지만, 여러 사회제도가 개선되어 법적으로는 인종차별이 금지되었다 해도 그 오래된 깊은 뿌리가 쉽게 근절될 리는 만무하다.

못된 시어머니 밑에서 혹독하게 시집살이한 며느리가 잔인한 시어머니가 되듯, 그동안 차별받아 왔던 흑인들이 오히려 소수민족에 대해 인종차별을 자행하는 일도 발생한다.

 

1992년 LA폭동 흑인 로드니 킹 집단 폭행한 백인 경찰관들이 재판에서 무죄로 풀려나자 촉발된 인종폭동으로 흑인시위대는 난데없이 한인타운으로 몰려가 약탈과 방화를 일삼아 한인사회에 막대한 피해와 충격을 안겼던 사건이었다.

당시 미국 사법당국과 언론들은 미국사회의 인종차별문제에 대한 근본 문제를 성찰하기보다는 한흑(韓黑)갈등에 초점을 맞춰 흑인들의 공격방향을 의도적으로 바꿈으로써 한인들에게는 큰 정신적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실제로 53명이 사망하고 4천여 명이 부상을 입는 폭동이 진행되는 동안 백인거주지역에는 경찰력이 일찍부터 배치되었지만흑인가에 가까운 한인타운에서는 경찰이 초기진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을 정도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재미한인들은 권익은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수민족 연대운동 등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randycolasbe.unsplash

 

 

개인적으로도 불쾌한 경험이 있다.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학회 참석차LA 공항을 경유하게 되었는데, 9.11 테러이후에 강화된 검색은 신발까지 모두 벗어야 할 정도였다.

무작위로 여행용가방을 선택하여 추가 검색한다 며 이미 검색대를 통과해 나온 후배의 가방을 지목하였다.

영어가 서툰 후배가 말을 잘 못 알아듣고 버벅거리며 괜한 의심을 사는 듯 해 보여, 내가 끼어들려 할 때 공항경찰은 굉장히 엄한 얼굴로 강압적으로 떨어져 있으라고 한다.

 

미국 경찰이 행사하는 공권력의 무서움은 익히 알고 있는 터라 찍소리 못하고 물러섰지만, 소수민족이라는 것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공항 내 햄버거를 주문하는 데서는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을 당했다.

일하는 흑인여성  내 앞의 백인여성에게 대하던 웃음기를 갑자기 싹 빼더니내 주문을 화내듯 "what? what?" 거리며 못 알아듣겠다는 듯 인상을 써 댔다.

그러더니, 내 뒤의 백인남성에게는 예의 그 조커스마일을 얼굴에 띄우고“sir.”까지 붙여대며 주문을 받는 게 아닌가.

 

능숙하지 않은 영어로 타국에서 따져 물을 계제는 아니어서, 꾹 눌러 참고 말았지만 흑인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은 의외로 깊숙이 박혀 버렸다.

이는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보았던 앞뒤와 좌우비율이 엇비슷하고 금목걸이와 금팔찌, 썬글라스 까지 장착한 흑인 떡대 세 사람이 활개 치며 내 옆을 지나갈 때 혹시라도 험한 꼴을 당할까봐 눈 내리깔고 물러섰던굴욕의 느낌까지 흑인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데 가세하였던 게 틀림없다.

 

@chrisknight/unsplash

 

 

저자는 “사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듯, 어떤 차별은 보이지 않고 심지어는 공정함으로 포장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스스로를 선량한 시민으로써 자신은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을 곳곳에서 만난다고 한다.

 

차별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한다는 사람은 없는 세상에서 차별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하여 얘기하는 저자의 말에 귀 기울여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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