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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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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21세기북스. 예스24>

 

 

인내하며 한발, 한발 내딛는 삶에 대하여...

 

부드러운 미소와 느릿하면서도 약간은 어눌한 말투. 보이는 외양과는 달리 그는 꽤나 집요한 구석이 있고, 강한 성격의 소유자임에 틀림없다.

온나라가 허무맹랑한 짓들로 뒤범벅되어 '이게 나라냐?'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즈음, 새로운 대안처럼 등장했던안철수 현상은 새로운 정치를 염원하는 일반대중의 바램을 등에 없고 유래 없는 돌풍으로 일어났었다.

 

누가 봐도 따놓은 당상처럼 보였던 서울시장자리를 박원순에게 양도해 주었던 대인배 같은 행동으로 차기 대권주자감으로 부상하는 기 현상까지 연출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의 뭉그적 거림은 두고 두고 원망의 대상이 되었고 이후의 행보도 기성정치인의 길을 답습하는 듯한 행태를 보임으로써 스스로 새로운 형태의 정치인이라는 정체성을 훼손하며 인기가 식어가는 것 같았다.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2017년의 대선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극심한 내홍을 겪었고 분당까지 된 당의 대표주자였던 홍준표에게마저도 진 3등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로 인해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던 이들에게마저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준 꼴이 되었다.

제가 이명박의 아바타입니까?

대선 주자들의 토론회에서 던진 그의 자충수는 많은 이들의 조롱을 샀고, 처참하게 패한 그는 수많은 악플에 시달리고 폄하된 평가를 받아야 했다. 쫓기듯 2018년 9월 독일 뮌헨으로 출국했다.

@jcotten/unsplash

 

 

대통령이 바뀌면 나라가 확 바뀔 것이라 기대했던 사람들의 실망은 3년여가 지난 지금 상당히 커져 있다.

임기 초반, 촛불혁명의 힘으로 힘차게 밀어부치던 개혁의 깃발은 어느덧 누더기가 되어버렸고 언제나처럼 나라는 삼분오열되어 들끓고 있다.

 

세상은, 아니 한 나라는 한줌도 안되는 무리들로는 그리 쉽사리 변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총칼을 앞세워 공포정치를 하지 않는 한 말이다.

 

사실, 안철수가 이뤄낸 개인적인 성과는 보통사람으로써는 상상하기 힘든 정도이다.

군 입대하는 날인지도 모를만큼 몰두해 있던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을 컴퓨터전공자도 아닌 의사로써 개발해 낸 것도 보통의 일이 아닐뿐만 아니라, 그 프로그램을 어마어마한 액수로 사겠다는 외국바이어의 제안을 거절한 것 또한 그가 보통의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일례일 것이다.

아마도 그의 이런 전력이 새로운 정치를 희망하는 국민들에게 크게 어필했었음은 자명하다.

 

사업가로 변신하여 큰 성공을 이룬 그는, 이후 정치에 뜻을 두고 주위의 만류에도 발을 담그게 된다.

그의 자서전에도 쓰였듯이 그도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머물러 있었다면 현대의 위인전에 꼽힐 만한 업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안철수 연구소 소장으로써 혹은 교수로써 정치를 하기 시작한 때 보다는 훨씬 편하게 존경받고 살수 있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정치를 선택했다.

 

왠만한 정치인들은 대부분 정치에 대해 회의적인 소회를 한다.

그리고, 가급적 정치에 뛰어드는걸 권유하지 않는다.

안철수도 수 없이 많이 들었을 이야기일 터이다.

하지만, 그는 정치에 뛰어들었고 서툰 만큼 망가지고 깨어져서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어떤 이는 인터넷 악플을 견디지 못하고 삶을 저버린 경우들도 적지 않다.

그가 받았을 수 많은 악플과 험담들은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달리기를 통해서 힐링을 경험한 듯 하다.


안철수는 독일에서 달리기를 했다. 딸의 권유로 시작한 달리기는 독일에서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다.

아름다운 주변 환경 또한 받쳐줘서, 그는 지난2년여 시간 동안 200Km 가량을 달렸다.

 

그가 이렇게 달리기에 매료된 건,마음에 생긴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올해로 58살인 그는, 다음 대선에 다시 도전한다면 그래서 성공한다면 60대가 되어야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좀 더 젊은 대통령을 희망하였던 사람들은 아직까진 대안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없기에 결국은 60대 이상의 대통령 밖에는 선택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달리기는 사실 쉬운 듯 하면서도 쉽지 않은 운동이다.

미세먼지 자욱한 날엔 그나마 엄두가 나지 않는 실외운동을 휘트니스 센터에서 대신하게 되는데, 막상 런닝머신위에서 걷고 뛰다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휘트니스 센터의 런닝머신에는 꼭 TV가 붙어 있게 마련이다.

런닝머신 위에서 1시간씩 뛰는 러너들도 흔히 볼수 있지만, 대부분은 워킹을 한다.

가끔은 음악을 듣고 혹은 멍하니 TV화면을 보면서 러닝머신 위에서 걷고 있는 한무리의 사람들을 보다보면 참 기괴스럽다는 느낌도 들때가 있다.

 

@rdehamer/unsplash

 

역시 워킹이던 런닝이던 야외에서 하는 게 제 맛이다.

실제로 훨씬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설사 매일 같은 코스를 지난다 해도 말이다.

내 경우는 달리다보면 무릎 관절이 너무 아파 이러다 연골 다 닳아지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때문에 경사로 걷기로 바꾸어 걷곤 했었다. 그러다, 옆 라인에서 50분도 넘게 뛰고 있는 군살하나 없어 보이는 남자를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곤 했다.

 

쫓기듯 독일로 떠난 안철수는 달렸다.

뛰는 동안 숨이 헐떡이고, 심장이 뛰고, 발이 아파오는 느낌을 이 순간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너무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앞 만을 쳐다보며 뛰는 마라톤처럼 그는 그곳에서 뛰었다.

그가 다시 정치를 재개할 지 여부는 알수 없다.

하지만, 그가 정치를 재개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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