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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단상] 거리두기 해제후 일상회복 첫 걸음단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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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이건 산책이건 오롯이 혼자 걷는 시간에는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끊이지 않고 명멸합니다.

코로나 후유증인지 최근 멍한 시간이 많았던, 명상 아닌 명상을 하던 때가 많았었지요. 조금만 활동하고 나면 온 몸이 물에 불어나는 솜이불같은 느낌으로 정신까지 물먹은 듯 했었거든요.

어찌됐든 이른 아침 찬 공기를 쐬며 두발로 흙을 밟고 서는 기분이 나쁠리 없습니다.

 

 

400미터도 채 되지 않는 산에 오르면서 등산스틱까지 챙긴 건 좀 오버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가져오길 잘 했다 싶은게 몇 구간의 오르막이 참으로 견딜만하게 쉬워졌기 때문이었죠. 등산스틱처럼 누군가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험난한 등산코스같은 인생살이에서 참으로 듬직한 일일 겁니다.

요번 코로나시국을 지나면서 아마도 인생에 있어서 자신들과 연을 맺고 있던 수 많은 사람들의 진면목들이 고스란히 드러나지 않았을까 싶네요. 별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그저 사회적인 관계로 얼굴을 마주했던 사람들과는 많이 소원해졌을테니까요. 그런 깃털처럼 가벼운 인간관계마저도 마치 둘도 없는 사이인 것처럼 포장하고 너스레를 떠는 사람들도 참 많긴 합니다만, 어찌됐거나 마당발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정말 오랫만에 들러본 등산로는 이것 저것 변한 게 참 많았어요. 봉분들도 엄청 늘어, 코로나로 타계하신 분들이 선산을 찾은 것인가 싶기도 했구요... 여기가 거긴가? 싶게 몇 년새에 부쩍 커버린 나무들이 예전 모습을 많이 바꾸어버려 위치감각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하구요...

몇 년전엔 분명 개활지였는데, 초록의 나뭇가지들이 하늘을 뒤 덮고 있어서 깜놀하기도 했지요. 길가에 나란히 심어진 듯 보이는 나무들이 인위적인 변화인가 싶기도 했는데, 만약 그렇다면 참 놀랠 일이지요.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마땅히 없어 보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이, 등산로 이곳 저곳을 별 의미 없어 보이는 각종 공사로 변형시켜 놓았기 때문인데요... 자신의 이름이나 소속단체의 명칭을 새겨 놓은 대리석으로 오르막길에 박아놓은 모양새가 눈쌀을 찌푸리게 합니다(자연재해 등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장치라면 저의 무식함을 용서해 주시길...). 조금 지나 우연히 보게된 괴상하게 뒤틀린 나무처럼, 산 이곳저곳이 인간들의 파헤침에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고 있다고 말하는 듯 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연은 여전히 푸르른 모습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인간들을 맞이합니다. 초록빛깔이 신선한 산소공급원이자 인간의 생명줄이란 걸 본능적으로 아는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4월말이 되면 동네 주변에 벚꽃에 이은 철쭉의 향연이 시작되지요. 그럴때면 뒷산에도 철쭉 축제가 흐드러지게 벌어지곤 합니다. 오늘 잠자리를 박차게 나온 것도 철쭉구경을 하기위함이구요.

 

 

본격적인 군락지가 나타나기 전부터, 여기저기 세를 불렸는지 전에 없던 곳에 철쭉들이 피어나 있습니다. 동네 철쭉들은 완전 만개했는데, 이곳은 산 중이라 그런지 아직 절반도 채 피지 않았더군요. 아마도 다음주 정도가 만개할 때인거 같습니다.

1시간여 산을 오르면서 정말 전에 없이 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났읍니다. 그 동안 얼마나 코로나로 답답한 세월을 보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거지요. 야외이다보니 각양각색의 마스크 대처방식을 보여줍니다.

 

 

벌써부터 반팔 반바지에 반려견을 목줄도 없이 데리고 내려오는 꽤 근사한 체격의 젊은 친구는 아예 노마스크였고(작은 개들이 오히려 갑작스럽게 짖으며 달려드는 경우를 몇 번 겪어서 지날때 조금 신경이 쓰였죠. "우리 애는 안 물어요" 라면서, 목줄없이 반려견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 정말 싫습니다. 물론 자신은 물릴 염려가 없겠지만, 타인에 대해 좀 더 배려를 할 줄 알면 좋겠는데... 지적질했다가는 근육질의 젊은 친구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참기로 했습니다...), 코스크를 하시는 분들도 많았고, 벗고 다니다가 지나칠때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시는 분도 계셨고, 꿋꿋하게 KF94 마스크를 쓰고 계신 분도 계셨지요.

 

예전 등산할 때는 지나치면서 가벼운 인사말도 건네곤 했었는데, 오늘은 저를 포함 단 한사람도 인삿말을 주고받지 않았네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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