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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단상] 잘 버리는 것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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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서랍장 속에 쟁여둔 오래된 CD들을 발견했지요. 벌써 수년째 일년에 한두번 그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곤 했을 뿐, 정리를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죠. 그도 그럴것이 그 양의 방대함이 지레 심적압박을 해 오거든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점점 업그레이드되어 가는 과정에서 시디의 저장공간도 획기적으로 늘어갔고 그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용량의 데이터들을 담을수 있게 되었죠. 요즘은 CD 이용자들이 없겠지만요. 대략 20여년 전부터 10여년 전까지의 갖은 데이터와 사진, 그리고 동영상들이 기록되어 있는 시디들인데...

디지털 카메라가 상용화되면서 일부 매니아층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필름사진기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듯, 퍼스널 컴퓨터나 노트북에서 CD를 이용할 수 없게 되어버린 건 요 몇년 사이의 변화인 듯 합니다. 필름 사진기로 사진을 찍을 땐, 정말 고르고 고른 장소에서 신중하게 사진을 찍었지만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마구잡이로 찍곤 했었죠. 그도 그럴것이 너무도 쉽게 선택과 삭제가 가능하고 또 어마어마한 양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렇게 담은 순간의 추억들이 또 쌓이고 쌓여 집 한구석에 CD의 형태로 박제되어 있다는 거였죠. 언젠간 정리를 해야지 하고 항상 마음만 있었지, 쉽게 시작할 엄두가 나질 않는 거예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니까요...

애초에 없었다면 모를까, 마치 없던 일처럼 싹 버려버릴수도 없고 저 많은 양을 언제 다 새로운 기계에 옮겨담나... 애써 외면하다보니 그렇게 십수년이 지났지요.

그러나 CD R/W가 가능한 오래된 올인원 피씨가 맛이 가려는지 불안한 모습을 보여, 작정을 하고 오래된 CD를 외장하드에 옮겨담는 작업을 시작하려 했었지요. 하지만, 이미 CD R/W장치가 망가져버렸더군요. 할수없이 인터넷을 뒤져 CD R/W 장치를 구하는데, 손에 꼽을 정도로 제품이 없더라구요. 그것도 중국산이 절반이구요. 디지털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감히 따라잡을수가 없을 지경이네요.

 

 

20여년 전, 막 태어난 아이들의 모습이 저화질 화면 속에서 되살아납니다. 한장의 CD를 외장하드에 옮겨 담는데 대략 5분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걸 감안하면, 과연 몇 일에 걸쳐 저 많은 것들을 다 옮겨 담을지 깝깝하기만 하네요.

그 와중에 한참 옮겨지다가 먹통이 되는 것들도 있고, 읽지를 못해 버벅대는 것들까지 추려내다보면 시간은 훨씬 많이 걸리게 되더라구요.

예전엔 사진을 보면 그 당시의 추억들까지 연관되어 되살아나곤 했는데, 이젠 저런 일이 있었나싶게 깨끗하게 지워져 있는 느낌입니다. 이런 스스로의 변화가 조금 충격적이기도 하더라구요.

 

 

손바닥에 쏙 들어올 정도의 크기가 무려 2테라바이트의 저장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십수년전 정말 오랜 시간에 걸쳐 기록하고 저장했던 저 많은 무게들을 다 흡수하고도 넉넉한 공간이 남을 정도로 기술은 발전했습니다. 게다가, 속도 또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지요.

사실 사용하고 있는 PC와 노트북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온갖 사진과 동영상의 양도 장난 아닐거 같긴 하지만, 어느 날엔가 날 잡고 정리해야지 하면서 미뤄온 세월이 수년이니 이것또한 만만치 않은 작업일 듯 합니다.

 

 

솔직히 버리지 못하고 옮겨담고 있는 것들도 부지기수 입니다. 언젠가 한번은 보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손바닥만한 외장하드에 옮겨 담는 게 뭐 그리 어려우냐 싶은 거겠죠. 예전 CD처럼 공간을 차지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렇게 주말 하루종일 복사와 정리를 하며 보냈네요...아직 삼분의 일 정도도 정리하지 못한 채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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