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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어크로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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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크로스. 예스24
 

 

공식적인 학업을 마친지 수 십년이 지난 지금, 가끔은 대학시절로 다시 되돌아간다면 하고싶었던 분야에 대한 공부를 열정적으로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씩 들곤 합니다. 하지만, 한국인 대부분이 대입을 위한 주입식 교육에 치여서인지 저부터도 공부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네요.

그래서일까요? 최고학력의 스펙들을 지닌 사람들도 나중에 논문표절로 심심찮게 구설수에 휩싸이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공부는 하기싫고 논문은 써야겠구...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논문을 베끼는 수밖에요.

논문이란게 다른 사람들의 논문을 수도 없이 참조하고 연구해서 자기만의 새로운 시각을 세우고 그 기초하에 새로운 무언가를 창출해내는 과정이고, 다른 사람의 논문을 인용하는 건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지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참조한 논문을 꼭 밝혀야하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끝도 없이 유혹이 밀려들곤 하지요. 수백 수천편의 논문을 읽다보면, 유명하진 않지만 기발한 논문들의 주장을 자기것인양 슬쩍 도용하고 싶은 마음이 왜 안들겠습니까?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어떻게 각도를 틀어서보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보이기도 하는 그런 주장들을 수도 없이 읽다보면 이게 내 생각인지 논문의 주장인지 나중엔 헷갈리기도 합니다.

심사를 하는 교수들도 심사하러 올때 자신의 논문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오는 판국에, 논문 표절로 쉽게 쉽게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인지상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공부를 뭐하러 하냐구요?... 스펙으로 한 줄 써 넣기 위함이죠... 시간강사들 사이에 꼽사리 끼듯 단 한시간 어정쩡한 강의 배정받아 수업진행하고도, '명문대 외래강사'란 이력을 버젓이 스펙에 적는 게 관행처럼 되어 있는 나라니까요.

남들 다 하는 그런 행위를 셀럽들이 하게되면 유독 무슨 큰 일탈행위라도 한 듯 들쑤셔지고 사회적매장이 잇따르는데, 그럴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셀럽들 한 둘이 아닐겁니다. 이른바 돈과 요령으로 그럴싸한 명함처럼 찍어낸 학위들이 어디 세상에 한둘이겠습니까? 비단 셀럽들만의 문제는 아니죠. 전수조사 한다면, 어마 엄청난 사회적 파장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학위논문을 심사받는 자리에서, 심사위원들이 자신의 논문을 제대로 훑어보지도 않고 왔다는 사실을 직감한 김영민 서울대교수가 느꼈던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이 책에도 기술해 놓았는데요... 어쩜 제가 겪었던 일들이 이 나라 대학 곳곳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나 싶네요. 이런게 바로 관행이란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었던 상아탑의 부끄러운 뒷 모습이겠지요.

예로부터, 도제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곳에서는 우월한 스승으로부터 혹독한 가르침을 통해 청출어람의 제자들이 양성되는 풍토가 잘 정착되기도 하는 반면 실력없는 인간들이 정치력으로 자리를 차지하고서 온갖 비열한 짓을 전수해주는 구정물통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후자는 오랜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자멸하여 사라지거나 기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겠지요.

우리나라처럼 대학을 줄 세워서, 성적 순으로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까요? 학생들을 우수한 사회구성원이 될 자질을 개발하는 능력에 따라 명문대로 구분하는 게 아니고, 우수한 성적을 낸 학생들이 들어가는 정도에 따라 구분짓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김영민 교수의 주장을 들으면 정말 앞뒤가 바뀌어도 심하게 바뀐 듯 합니다.

 

 

오직 대학입시만을 위해 주구장창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공부만 하면서 뛰어오다, 막상에 대학에 들어오면 취업을 위해 또 미친듯이 취업공부를 해야하는 사회... 참 답답한 현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일자리는 항상 부족하고 어마무지한 스펙을 쌓아도 들어갈 직장의 출입문은 좁기만 합니다.

이 책은 크게 공부란 무엇이고, 무엇을 공부해야 하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공부에 대한 추상적인 얘기보다는 현실적인 분석과 해학 섞인 비판들이 한국대학교육의 현주소를 재조명하기도 하지만, 대학교수가 바라본 공부에 대한 여러 단상들을 소 주제별로 차분히 정리해 놓아서 공부에 대한 갈무리로는 제격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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