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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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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크로스. 예스24. 2018년 11월 출간.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한권 들라면 전 망설임없이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이하 신부님)>이란 책을 꼽습니다. 수녀님들은 거의 천사처럼 여기고, 신부님들 또한 성스러운 존재인냥 여겼던 정말 나이브했던 시절... 이 책에 등장하는 협객 신부님의 좌충우돌 모험담은 어린 저에겐 충격적이었고 그런만큼 대단히 재미있었죠. 현실에서 술드시고 담배 뻑뻑 피우시며 걸쭉한 육두문자를 시전하시는 신부님을 직접 목도하면서, 어린시절 읽었던 <신부님> 책속의 돈 까밀로 신부님을 떠올렸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처럼 많은 책들 속에서 행복하게 부유할수 있는 시기와는 반대로, 어린 시절에는 다들 경제적으로 힘겨운 시대였고 책을 접할 기회도 그리 흔치 않은 환경 속에서 살았었죠. <신부님>은 제 누이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사들인 책이었고 그 덕에 동생들 모두가 탐독하는 책이 되었지요. 너무 재미있어서 몇 번을 반복해서 읽기도 했는데, 순진하게도 읽을 때마다 키득키득했던 기억도 납니다.

 

출처 : 예스24

 

문득 생각이나서 책 제목을 검색해보니, 작년에도 출간을 했더라구요. 이탈리아 국민작가 G. 과레스키의 돈까밀로 시리즈는 전 세계 모든 언어로 번역되어 37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초대박책이라고 하네요. 내용상으로도 영화나 연극으로 제작되면 흥행가능성이 충분해 보이고, 실제로 전세계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활용되고 있는 중이랍니다. 얼마전 SBS TV에서 방영했던 <열혈사제>란 드라마의 모티브도 이 책이었다고 하지요.

 

 

김영민 교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이하 아침에는...)>를 읽으면서 내내 생각나는 책이 바로 <신부님>이었어요. 김영민 교수의 책은 에세이집이면서도 에피소드 위주의 수필에 가까운 글들을 모아놓은 책인데요, 한편 한편을 읽어 나갈때마다 기발한 발상이나 넘치는 해학이 꼭 <신부님>과 유사했기 때문이었지요.

저에게 책 <아침에는...>에 대한 한줄 평가를 쓰라면 이렇게 쓰겠네요...

창의적인 발상과 신선한 해학...

 

아침부터 죽음을 생각하라는 발상부터 뭔가 색다름이 느껴지시지 않나요?... 게다가, 신선한 해학이란 말을 쓴 이유는 책 전반에 걸쳐 엇 비슷한 농담이 오갈법도 한데 매번 색다른 느낌의 결이 다른 비유를 찰지게 선사하기 때문이었죠. 정말 말로 먹고 사는 사람답게 입담이 만렙이지 않을까 싶네요. 아니, 필력이 훌륭한 거겠죠?

사실 김영민 교수의 전작을 읽지 않았다면, 책 제목과 책 표지의 그림만 보고서는 언뜻 손이 가질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보나마나 뭔 시덥지도 않은 주절거림을 너저분하게 쏟아낸 책이려니 하구요...

 

하지만, 어린시절 다음편의 <신부님>출간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던 기대감이 항상 충족되었듯이 김영민 교수의 이 책도 바로 이전에 읽었던 책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에서 받았던 느낌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지적유희의 갈망을 시원스레 긁어줍니다.

그렇다고 고급전문지식을 배양시켜주는 전문서적이 아닌 이상, 이 책의 끝장을 덮을 때 어떤 분야에서 더 향상되어 있거나 하지는 않을겁니다. 평생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끼리의 코퀄 농담따먹기라 폄하할수도 있구요.

 

정말 궁합이 잘 맞는 작가가 신작출간을 수년째 하지 않고 있으면 애타게 기다리는 팬들은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게 되듯이, 김영민 교수의 다음작품을 엄청 기다리게 됩니다. 제 책상 위에는 이미 절반 이상을 읽어버린 김영민 교수의 또다른 책들이 놓여져 있고, 읽을 내용이 줄어드는 게 괜시리 아까운 생각이 드는 중이니까요... 갠적으로 짧게 짧게 치고들어오는 촌철살인의 해학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한 번도 비틀어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그런 시각으로 쳐다볼 수 있고, 그러한 것을 글자로 옮겨 심을수 있는 필력도 부럽구요...

 

출처: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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