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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저/김소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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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은행나무. 예스24>.2008년 출간

저자인 후쿠오카 신이치 는 교토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대학 의학부 연구원을 거쳐 현재 아오야마가쿠인 대학에서 재직 중인 일본의 저명한 분자생물학자이다. 대표작인 <생물과 무생물 사이>는 산토리학예상을 수상했고 일본에서만 수십만 부 이상 팔렸다. 그의 주요 저서 대부분이 한국에 번역 출간되어 있다.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서를 집필하여 일본에서 과학서 신드롬을 일으켰는데, 문학적인 감수성이나 깊이 있는 사색이 느껴지는 문장들로 생명이라는 묵직한 주제에 대해 자연스레 빠져들게끔 독자를 매료시킨다. 이는 어느 정도의 경지에 다다른 전문가가 아니면 해 내기 힘든 일일 터이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는 제목에서 암시하는 것처럼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천착이고, 그의 또 다른 저서 <동적 평형>은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된 생명현상의 단면이라 할 것이다.

생명이란 게 구성물들을 단순히 부품을 끼워 맞추는 조립식 장난감 같은 것으로 여겨서는 설명할 수 없는 뭔가 다른 동적인 요소가 있는 건 분명하다. 흔히 동양에서는 기(氣)라고 여겨왔던 그 무엇일지도 모른다.

서양의학은 인체를 자꾸만 미시적인 부분으로 쪼개어 들어간다. 현미경적 수준까지 파고들어가 인체를 해체하고 재조합해도 생명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답할 수 없게되자, 동양적 접근을 시도하기도 한다.

 

                                              <출처 : unsplash.com/@jp_photography>

원활한 의사소통도 못할 정도의 영어실력으로 시작한 어리바리 했던 박사 후(Post-doc.) 과정의 초년기 소회에서 시작되는 <생물과 무생물 사이>는 그리 많지 않은 분량 속에 지난 50여 년간의 생물학적 발견과 사건들을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과 함께 재미나게 펼쳐 나간다.

불과 몇 년 전에 한국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폭풍의 진원지가 된 적이 있기에,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DNA복제, 이중나선, 줄기세포 등의 단어가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은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하여, 신체 장기에 따라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전의 세포는 새로운 세포로 대체된다. 불과 몇 달이 지나고 나면 겉모습엔 별 차이가 없다 해도 미시적 수준에 우리 몸은 완전히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계곡물이 흐르는 것과 유사해 보인다. 멀리서 보면 흐르는 계곡물의 정경은 비슷해 보이지만 어느 한 순간도 같은 장소에 같은 물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 몸도 우리가 섭취하는 먹거리를 통해 새로운 세포를 만들 에너지와 영양소를 뽑아내고 흐르는 물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표지출처 : 은행나무. 예스24>

이러한 <동적 평형> 상태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 수준에서의 일을 상상하고 추론하여 입증해 내는 일을 하고 있는 저자는 그간의 연구와 공부를 통해 알게 된 지식을 비교적 소상하고 알기 쉽게 전해 준다.

<동적 평형>에서는 교수들이 연구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미국대학의 현실을 언급한다. 이 과정에서 값싼 노동력의 용병으로 박사 후 과정을 뽑아 쓸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 언급하는데, 박봉과 과도한 일에 시달리는 박사 후 연구자들에 대해 무척이나 애틋한 감정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한때 박사후 과정을 밟는 중국인들의 과도한 희생정신(?)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아무리 연구결과에 목을 매는 상황이라해도, 군말없이 자발적으로 청소부처럼 온갖 실험실의 지저분한 일들을 처리하고 부지런을 떠는 모습은 서양인들의 눈에는 노예근성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이 두 권의 책 속에는 과학자로써의 길을 걸으며 겪어냈던 지난한 일들이 유용한 과학 정보들과 적절하게 배합되어 요리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동안 궁금해 하면서도 알아내지 못했던 몇 가지 생명현상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는데, 수도 없이 많은 책들 속에서 이런 보석 같은 책을 찾아낸 것 은 내겐 작은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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