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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세상은 바꿀수 있습니다. 이용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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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창비. 예스24>. 2017년 출간

이 책은 해직기자 이용마가 전하는 우리시대 이야기로, 아직 어린 그의 두 아들이 성장한 뒤에 읽기를 바라며 집필했다고 한다. 기자로써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책을 통해 알려줌으로써 아이들이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는 시한부 아버지의 마음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사견으로는 상식 수준의 합리적인 내용들이라 여겨졌지만, 독자마다 생각은 다를 것이다.

저자는 2016년 복막암 말기 판정을 받은 상태다. 그는 이 사회에 필요한 '소금 같은 언론인의 표상'이라 평가받는다. 1969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그는 1987년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하여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1996년 MBC 에 입사하여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홍보국장으로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파업을 이끌다가 '사내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해고 되었다. 해직 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한국 사회 계층균열의 등장과 정당재편성>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고 강단에 섰다.

                                              <출처 : unsplash.com/@willianjusten>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내 나이 또래의 세대는 서울지역으로의 주거지 이동이 유독 많은 편이었다. 공장 같은 생산시설이 없는 시골지역 사람들은 산업화 시대에 피폐해진 농촌을 떠나 서울로 몰려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상당수가 중하층의 도시 생활을 하며 애달픈 타향살이를 하게 되었다. 군사정권에 의해 조장된 호남과 영남의 지역주의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호남인들의 피해의식은 희석되긴 했으나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지켜본 한국 사회를 폭 넓게 조망하면서 각계각층에 자리 잡고 있는 기득권 세력의 폐해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우리 사회가 떠안고 있는 과제들을 분석한다. 출입처를 드나들면서 보고 느낀 해당부서 관료들의 편협함과 그들만의 그릇된 문화 등을 지적하며 노무현 정부가 왜 개혁에 실패했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내 놓기도 한다. 구체적인 개혁 프로그램이 없었고, 기존의 재벌 위주 경제성장을 답습하였고 기득권 세력의 공세에 대처하는 요령이 부족한 것 등이 그것인데, 이러한 분석은 문재인 정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용마 기자는 검찰을 가장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꼽는다. 삼성 불법상속 문제에 소극적이던 검찰의 모습과 언론플레이를 하며 송두율 교수의 구속을 정당화한 행태 등을 예로 들며 엄정한 기준으로 법질서를 지키기보다 정권의 비위를 맞춰 자신의 영달만을 꾀하는 일부 검사들의 행태를 지적한다.

가장 냉철하고 날이 서 있는 시선은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언론에 꽂힌다. 수습기자 시절 겪은 상명하복 문화, 자극적이거나 권력의 입맛에 맞는 기사만을 좇는 행태, 광고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에 굽신 거리는 태도, 학연과 지연으로 움직이는 인사 등 저자가 겪었던 한국 언론의 문제는 언론 영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2001년 아프간 전쟁을 취재하는 종군기자에 자원한 저자가 아프간에서 수 백 킬로 떨어진 곳의 호텔에서 인터넷으로 검색한 외신과 연합뉴스를 짜깁기 한 기사가 마치 전쟁터에 있는 양 한국에서 보도되었다는 부분은 한국 언론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재도 기자들을 '기레기'라 비하하는 형편이니, 상당수의 언론인들이 구태를 답습하고 제 몫을 못하고 있는 듯하다.

                                                    <출처 : unsplash.com/@kristapsungurs>

저자는 2012년 파업 때 왜 노조에서 나가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어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책은 권력자들의 부조리한 요구에 한 번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고, 그 탓에 다루기 힘든 사람으로 찍혀 온갖 부서를 전전해야 했던 저자가 한국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쓴 리포트라 할 수 있겠다.

줄곧 지적하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소수 엘리트 집단의 권력독점과 전횡이었고, 그 해결법으로써 ‘국민참여재판’과 같은 국민 모두의 힘을 모은 제도를 제시한다.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직책은 국민들의 간접선거로 선출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의 초고를 받고서 아직 읽지 않은 채로 추천평을 썼다는 손석희 JTBC 사장의 '비장함'이란 표현은 이용마 기자에 대한 보증이요 믿음일 것이다.

이용마 기자는 2019년 8월 타계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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