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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잠.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전미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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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사전적 의미는 "잠자는 동안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의 연속"이라 되어 있다. 수면중에 착각적, 환각적으로 체험하는 감상성 심상 혹은 잠자는 동안 생시처럼 여러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체험을 하는 정신현상이라고도 되어 있다.

정의자체가 모호하게 이해하기 힘드니, 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것 조차 힘들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미신같은 해몽에 관한 글만 잔뜩 도배되어 있을 뿐, 꿈의 실체에 접근하는 글은 찾아볼수가 없다. 우리가 꿈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단면이다.

 

                                           <출처 : Freepik.com/qwedbswl0715>

우리는 평생의 3분의 일을 잠으로 보내고, 12분의 1을 꿈을 꾼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꿈'이란 단어는 미래의 희망을 얘기할 때 쓰는 단어로 더 익숙하게 다가온다.

대부분의 꿈들은 잠을 깨는 동시에 휘발되어 사라진다. 잠을 깬 직후에는 많은 부분이 기억나는 것 같아도 순식간에 '상당부분이 기억에서 사라지는 마술'같은 일이 매일 일어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우리들 삶 속에 미치는 영향이 없거나 있어도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에 반하면 어떤 꿈들은 드물기는 하지만 이전에 꾸었던 것의 연장선상에서 꾸기도 하고, 마치 현실에서 경험한 일처럼 기억속에 각인되어 오랜 시간 뒤에는 그것이 꿈이였는지 현실이었는지 조차 헷갈리는 것도 있다.

                                                        <출처 : pakutaso.com/yoshimi>

한때는 꿈의 내용을 기록해 볼까 애쓰기도 했지만, 여간 번거롭지 않고 꽤나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갖는 믿음은 사실 비논리적이고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우리의 오감이 완벽하지도 않을 뿐더러, 외부의 조건들도 동일한 상황이 아닐 가능성이 많아서 비슷한 상황에서도 타인들은 다른 경험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주관적인 경험칙이 사실일 수는 있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비극은 이러한 점을 묵과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데서 비롯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순한 예로 세사람의 눈을 가린채 아직 세상에 잘 알져지지 않은 거대 동물을 만지게 한다고 가정하자. 각자는 그들이 만진 코와 다리와 꼬리에 대해 묘사할 것이고 그들의 말은 모두 사실일 것이다. 서로의 말을 조합하여 거대 동물의 '진실한 모습'에 좀 더 가까운 형상을 만들어 낼 수도 있겠지만, 세상사를 돌아보면 상당수의 경우 자기만이 옳다며 다른 주장을 하는 이를 비난하곤 했었다.

심지어, 정치적인 이유로 사실을 왜곡하기까지 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일본에 염탐을 보냈던 김성일황윤길 두 사람이 당파싸움으로 일본의 정세를 상반되게 보고하여 전쟁준비를 하지 않았던 역사적 기록 등 그런 예는 어렵지 않게 찾을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 한가지. 시험을 준비하며 스트레스 받던 시기였다. 1달가량 기침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체력적으로 많이 약해진 때였다. 그 날의 기억은 너무도 생생해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잠을 깬 상태인 것은 같은데 몸은 움직일 수 없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침대 맞은 편에서 형체를 규정하기 힘든 기운이 내 쪽으로 파동처럼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위압적이고 그리 유쾌하지 않은 기운을 뿜어내는 투명하지만 어려풋한 경계를 가진 그것은 내게 근접해 오더니 서늘한 기운만을 남기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두려움에 떨며 도망치려 했지만 내 몸은 손가락 하나 움직여 지지 않았다. 옛 어른들이 말하던 가위눌림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합리적 추론 없이 언제부터인가 난 그것이 영혼일꺼라 생각했고,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잠을 자고 꿈을 꾸는 과정 에서 우연찮게 영혼과 조우했다고 믿게 되었다. 이후 난 영혼들 하나 하나가 우주 속에 별들이 존재하듯 어떤 다른 시공간에 실존하는 에너지/파동(?) 쯤 일것이라 여겼고, 우리가 사는 세상인 우주와는 또 다른 차원의 시공간에 영혼들이 존재하며 육체를 가진 인간과 어떤 방식으로든 엮여 있을 것으로 상상했었다. 과학적 근거는 전무하고 오로지 상상일뿐이다.

 

영혼 없는 인간이 있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영혼이란 과연 무엇일까?

찾을 수 없는 해답을 구하는 행위가 바쁜 현대인의 삶속에 들어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사도 아니고, 우스갯 소리로 들릴만한 요소가 다분해 이런 생각을 타인들과 별로 얘기해 본 적은 없다. 마치 UFO 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쳐다보는 일반인들의 시선과 다를 바 없는 반응이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상의 상황들을 풀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소설이나 다른 어떤 문학형태로든 글로 쓰는 것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작가적 재능이 빈약한 지라 늘상 구상만 하다 말고 글로 옮겨 내질 못하고 있었다. 떠오르는 생각들이 휘발되어 사라지기 전에 문자로 가시화 시키는 작업은 정말 지난하고 많은 시간을 요한다...어렵기도 매우 어렵다.

베르나르는 나의 이런 게으른 구상을 비웃듯 작가적 상상력(몇가지 상상은 놀라울 정도로 나와 흡사했다)을 동원한 흥미로운 내용의 책으로 엮어 2017년 <잠>을 세상에 내 놓았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느 부분이 상상인지 그 경계가 애매할 정도로, 다양한 정보수집을 통해 디테일하게 묘사하여 현실감을 높인 작가적 전문성을 인정해야 겠다. 작가는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다.

                                   <출처 : 열린책들. 예스 24>.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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