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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저/조현욱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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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머나먼 인류의 시원에서부터 사이보그에 이르기까지 호모 사피엔스의 궤적을 따라가며 몇 가지 굵직한 주제들에 대한 직간접적인 증거를 들이대며 독자들을 자신의 주장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고정관념 때문인지 저자의 생각에 좀처럼 동의하기 힘든 것도 있고, 정말 기발한 사고의 전환이라며 무릎을 탁 칠만한 것도 있다. 유익한 생각거리를 많이 늘어놓았다고 여겨진다.

                             <영국, 콘웰 지역>, 은퇴자들이 제일 살고 싶어하는 곳 1위라고 한다.

하지만, 책 전체를 통해 내비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족에 대한 유발 하라리 작가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락함과 즐거움만을 추구하면서, 친구여야 할 동물들을 학살하고 주변 생태계를 황폐화시키는 유일한 종족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호모 사피엔스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저 유전적인 진화를 거치며 살아가는 과정에 있는 생명체중 하나일 뿐, 스스로의 목표에 대한 확신이 없으며 무엇을 원하는 지도 모른 채 신의 위치에 도달하려는 무책임한 존재로 평가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먹어치우는 육류의 양을 감안해보면 어떤 식으로 사육을 하고 있을지 대략 추측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편한 사실들을 애써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다수의 예시를 들었지만, 작가의 주장을 터무니없는 소리로 일축해 버릴 수 만은 없다.

"소멸의 시기는 눈앞으로 다가오는데 삶의 의미는 멀고도 멀어 너무나 아득하다."던 작가 박경리의 한탄이 생각난다. 유발 하라리는 '고뇌하는 인간'으로서의 호모 사피엔스에 대해서 매우 부박한 종족이라 결론 내린다.

인문학적 세계관과 과학적 세계관의 충돌일까? 각자의 프리즘을 통해 바라보는 세계는 천차만별일 수밖에는 없다. 하지만, 그 어딘가에는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진리가 있지 않을까?

타인을 설득하는 일이란, 결코 녹녹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상대방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되는 어떤 것을 설득한다는 것은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해도 감정을 지닌 인간에게는 때론 매우 힘든 일일 수 있다.

쏟아져 나오는 최신 과학서적들을 접하다보면, 광활한 우주 속에 있는 지구라는 아주 작은 행성에서 우연히 진화하게 된 ‘인간이라는 존재의 미시(微視)성’을 부각하는 글들이 많다. 기나긴 시간 속에서 찰나의 순간을 스쳐지나가는 인류의 역사에 그나마 어떤 작은 의미라도 부여하려다 보면 몹시 초라해진다.

이 짧은 시간을 머물다 가면서 우린 무엇 때문에 그다지도 처절하게 살아가는 걸까? 변방의 보잘 것 없던 종족이었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기까지 거쳐야 했던 지난한 투쟁의 역사가 고스란히 DNA에 저장되어 내려오기 때문 아닐까?

                      <콘웰지역, 원형 극장>.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한 멋진 옛날 야외공연장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인류학, 경제학, 생물학, 심리학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류의 기원과 발전 그리고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력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다. 저자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쳐 사피엔스 종족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움을 획득했지만, 더 행복해지지는 못했다고 주장한다.

과학혁명을 거쳐 전 세계 사람들이 놀라운 신기술들을 접하며 살게 되었지만, 엄청난 생활의 편리 이면에는 인류의 멸종을 초래할 만한 무시무시한 것들도 상존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학기술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천국을 건설할 수도 있고 지옥을 만들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사피엔스> 책 말미에 유발하라리 교수는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명저인 <총, 균, 쇠>를 언급하며 이 책을 쓰게 된 영감을 받은 책이라 밝힌다. 퓰리쳐상 수상의 저명한 교수인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역작으로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은 책이다. 반면,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압박은 있지만 <사피엔스>는 가독성이 좋은 편이어서 완독하기 어렵지는 않은 편이었다.

                                                    <출처 : 김영사. 예스24>.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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