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여행

애착수업. 오카다 다카시 저/이정환 역

반응형

 

현대의학은 최첨단 장비와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끊임없이 치료기술을 개선하고 불치의 영역에 도전을 하고 있다. 그 동안에 수 많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어 왔고, 그런만큼 현대인들의 현대의학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며 인류를 위협해 왔던 병원균이나 다양한 종류의 외상과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발생한 질환들은 현대의학에 의해 그때마다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가며 인류는 그럭저럭 잘 버텨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유전장애나 생활습관으로 인해 발생한 질환들 또한 훨씬 해결이 힘들지만, 근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 조절하는 수준까지 업그레이 되어 왔다.

그 결과, 인간의 평균수명은 불과 수 십년사이에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 화려한 위용에 비하면 현대의학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만한 영역이 바로 정신영역이다. 프로이드에 의해 무의식이 발견된 이후, 수많은 기라성 같은 학자들에 의해 의식과 무의식세계의 비밀이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모르는 게 훨씬 더 많다.

우리가 우주에 대해 논할 때, 관찰을 근거로 한 이런 저런 이론을 들이대지만 결국은 우주가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생명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모두 과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타당성 높다고 인정된 추측일 뿐이다. 언제든 바꾸어질 수 있는 과학적 사실일 뿐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란 얘기다.

개인적으로는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무의식 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입증해 낸(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얻어낸)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비밀스럽게도 꽁꽁 숨겨놓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정신이란 미지의 영역 에 대한 두려움은 마치 심해에 빠져드는 것처럼 아득하다.

" 무의식의 경계는 어디인지 아무도 모르며 '우주와의 연결'도 허황된 주장만은 아닐지 모른다. "

어느 정도의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깔고 하는 주장인지는 모르겠으나, 저자는 태어난 이후부터의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무의식이 형성된다고 한다. 흔히 무의식을 설명하는 그림에 인용되는 빙산의 모습(바다에 떠 있는 빙산의 일부는 거대한 전체의 일부만이 우리 눈에 노출되어 보일뿐이다..)은 우리들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주입하곤 하는데, 마치 무의식이 한정된 공간 이고 그 중 일부만이 우리에게 노출된 것처럼 각인시키기 때문이다. 우주의 끝을 아무도 모르듯이, 무의식의 경계를 아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처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무엇...무의식... 혹시 진공의 공간속에 기체형태의 원소들이 군데 군데 뭉쳐져 있는 항성이나 행성이 되어 있는 우주공간은 만유인력으로 서로 밀고 당기며 유지되고 있다고 하는데 중력에 매여 평생을 살아온 나로서는 실상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가끔, 우리의 무의식우리 몸에 붙어 있는 기체공간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없는 맹랑한 상상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존재를 믿는 영혼까지 무의식과 함께 생각하다보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적외선/자외선이나 초음파 영역처럼 , 오감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세계가 기체의 형태로 우리주변에 스며들어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각설하고, 이 책의 저자는 어린 시절 무의식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상처가 날 경우 여러 장애가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생애 초기에 마땅히 형성되어야 할 애착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여러 심리적인 문제들이 생겨난다고 한다. 애착은 자신을 아끼고 보살펴주는 존재와의 신뢰관계를 통해 안정되게 자리 잡는데, 애착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 않는다면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정상적인 인간관계유지가 버거워진다고 한다.

이 책의 부제목인 '나를 돌보는 게 서툰 어른을 위한'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애착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경우에 대한 지침도 포함되어 있다. 새끼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요즘 같으면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는 비윤리적인 실험이었다. 실험우리에 아무것도 없이 단순히 먹을거리만 제공한 경우와 헝겊으로 어미모형을 만들어 준 경우의 원숭이의 발달상황을 살펴본 것이다.

결론은 헝겊으로 어미모형을 만들어준 우리의 원숭이가 잘 성숙하였고, 단순히 먹을거리만 제공했던 우리의 원숭이는 대부분 죽거나 심각한 발달장애가 있었다. 이것이 시사하는 것은 제대로 성숙한 성체가 되기 위해서는 따뜻한 스킨쉽이 꼭 필요하다는 거였다. 이는 세계대전당시 유럽공공유아원에서의 높은 유아사망율로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인 랭보의 시 구절처럼,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불우한 인생을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은 듯하다. 그들뿐만 아니라 그들 주변의 사람들까지도 불행해지기 일쑤이다.

일본 최고의 정신과 전문의로서 20년 넘게 수천 명을 치료하면서 확인한 애착과 관련된 내용 을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 놓았다. 2세들을 돌볼 정신적, 경제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면 2세를 갖는 문제는 충분한 숙고 후에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들이 적지 않지만... 아직 우리 사회가 불우한 이들을 충분히 받아들일만큼 성숙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불행은 개인적인 일로 치부된다.

어린 시절 충분한 애착형성이 되질 못하면, 이후의 삶은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부족함의 갈증으로 시달릴 터이고 이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괴로움이다. 그만큼 어린시절의 애착형성은 우리 삶에서 결정적이고 중요하다. 애착 문제는 지적 능력이 아직 성숙단계에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들이 깨달아야 할 것들이다. 이 책 속에는 애착형성과 관련된 자세한 상황들과 나를 지키고 일상을 보살필 수 있는 많은 제언들로 채워 놓았다.

 

                                                 <출처 : 푸른 숲. 예스 24>. 2017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