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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저/양윤옥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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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현대문학. 예스 24. 2012년

 

코로나 19가 평온했던 일상의 모습을 바꾸어 버린 지금, 가끔은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보내기도 하고 가끔은 새로운 유형의 재앙에 의한 미래의 불길한 모습들을 상상해 보기도 합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은 마치 신기루처럼 허망한 것인것 같기도 합니다.

소설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단순하지만(?) 약간 허황돤 설정만으로도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소설 한권을 만났습니다. 순전히 코로나19 때문이었지요.

 

 

대구에서 신천지교회를 통한 코로나 19 집단감염으로 전국이 들썩거릴때의 공포심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벌써 오래전 일처럼 느껴질 만큼, 거리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들도 꽤 눈에 많이 띕니다.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매일 수천 명씩 죽어나가도, 어느 새 마치 남의 동네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최근에 본 한국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란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짐승같은 인간들의 탐욕이 맞붙는 허름한 폐허같은 횟집이 불에 타고, 그 집의 주인인 남자주인공이 울먹이며 망연자실 불타는 집을 쳐다볼때 치매가 올 나이의 노모가 아들에게 이렇게 위로의 말을 하죠.

 

 

"다 큰 사내가 우는 거 아니야. 6.25 사변 때는 온 나라가 이 꼴이었어.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살게 되있어.  사지 멀쩡하면 얼마든지 새로 시작할 수 있어."

 

 

국민들 가슴에 커다란 상채기를 남겼던 지난 IMF 때도, 6.25 전쟁 때도 수많은 희생자들이 넘쳐 났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이 위기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고 잘 나가던 극소수의 부류들이 있었죠.

작가 김은국의 <순교자>에서 읽었던 한 문장도 스치듯 기억납니다.

넘쳐나는 피난민들이피난열차위까지 빼곡히 달라붙어 있었는데, 얼어 죽고 병들어 죽고 떨어져 죽고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한다. 그 와중에도 고관대작들은 집에서 키우던 개까지 그 열차에 태웠다.

- <순교자> 중에서

 

https://blog.naver.com/windownine/221697544712

 

순교자. 김은국 저/도정일 역

​ 김은국 저/도정일 역...한국사람이름인 듯 한데, 쓴 사람과 번역한 사람이 각각 따로 따로다. 추정하는 ...

blog.naver.com

 

 

코로나19로 인해 수 많은 인명피해를 입고 전 세계적인 불황이 길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럽지만, 지구 상에 살고 있는 그 누군가는 이런 전 지구적인 재앙마저 천재일우의 기회처럼 여기고 있을 겁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불타고 있는 집이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피해가 막심한 유럽과 북미지역이라면, 안타까운 마음으로 쳐다보는 아들과 엄마의 시선이 이제 막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겹쳐지면서 우연히 영화 속 엄마가 내뱉는 대사가 가슴에 꽂히더군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원작자 히가시노 게이고(Higashino Keigo : 1958~)는 오늘의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소설가중 한 명으로, 늘 새로운 소재와 치밀한 구성으로 날카로운 문장의 작품들을 내 놓고 있다고 합니다.

 

2018년에 베스트셀러인 이 작품을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냈는데, 원작을 망치는 기적'을 일으켰다고 비꼬는 유튜브 동영상이 있을 만큼 원작의 재미를 제대로 스크린에 옮겨내질 못한 모양이더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gtvz--64zxw

원작을 망치는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리뷰 - 라이너의 컬쳐쇼크. 유튜브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감성 메인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등의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로 유명세를 지닌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한번 책을 펼치면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의 따뜻한 마력을 지닌 책입니다.

어쩌면 이다지도 쉽고 단순하게 문장들로 써 내려가면서도 독자들에게 이런 저런 많은 생각들을 우려 낼 수 있게 글을 창조해 내는 걸까요?

 

나미야 백화점. 출처 : 상동

 

작가적 상상력으로 만들어낸과거(혹은 미래)와 연결된다는 설정은 어쩌면 진부하기조차 하지만, 그 뻔한 설정 속에서 따뜻한 인간애를 키워내는 힘은 갈수록 삭막해져가는 현대사회에 얼마나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어주는지 모릅니다.

근 10년 넘게 마라톤처럼 쉬지 않고 들락거렸던 시립도서관이 코로나19사태로 2달 넘게 폐쇄되는 바람에, 그간 사 놓고서도 읽지 않았던 책들에 눈길을 다시 돌리다가 발견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어쩌면 이번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한참 동안 책장 속에 쳐 박힌 채 제 손길을 받지 못할 운명이었을 겁니다.

영화로도 옮기지 못할 원작의 감동을 간단한 리뷰로는 더욱 더 전달하기 힘들겠죠? ^ ^

이렇게 좋은 책을 이제서야 만나게 되다니, 아니 사 놓고서도 구석에 처박아 놓고 있었던 선구안이 참 무색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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