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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담양 맛집. 담양 죽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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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근처에 들렀다가, 작년 여름경 가보려다 혼잡한 인파와 차량으로 포기했던 죽녹원에 잠깐 시간을 내어 들러 보았어요.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온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라, 도로 위도 평소보다는 한산하고 관광지도 훨씬 한산한 편이긴 하죠. 지나다니는 사람들 대부분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고 있구요...

주차장 입구에 만들어진 조형물인데, 대나무만 이용해서 만들었더군요. 꽤 크기가 커서 상당한 양의 대나무가 쓰였을 듯 해요...

죽녹원은 2005년 3월에 개원했는데, 크게 죽림욕 산책로 8개 길, 시가문화촌, 담양 추성창의 기념관 이렇게 3개로 구성되어 있어요.

담양 죽녹원

담양군 담양읍 죽녹원로 119

안내문의 061) 380-2680


코로나 영향인지 지난 번 왔을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사람이 없군요. 오늘은 유난히 화창한 날이라 그런지 겨우내 입고 다녔던 외투가 무겁게 느껴집니다.

죽림욕을 즐길 수 있게, 산책로를 총 2.4 km 에 걸쳐 조성해 놓았다고 하더군요. 바람과 햇살을 느끼며 천천히 한 바퀴 돌아도 채 40분이 안 걸릴 거리네요.

입구의 나무 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가면서 굳어 있는 몸을 풀면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대숲 바람 소리를 듣게 됩니다.

문득 이슬이 스러지기전 이른 오전 시간에 찾아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납니다.

봄을 재촉하는 청량감 가득한 바람이 일상의 스트레스에 지쳐 있는 내 몸 속으로 파고듭니다.

입장료를 좀 과하게 책정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을 잠깐 하긴 했는데... 뭐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겠지요...

어쩌면 죽녹원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그냥 보통의 등산로 였을 듯 한데, 누군가의 손에 의해 이런 공간으로 탈바꿈하였으니까 먼 곳에서도 찾아 오시는 거겠죠?

봉화루 전망대 옆에는 우체통이 2개 생뚱 맞게 세워져 있습니다. 천년의 약속 메시지를 써서 넣는 이벤트를 하는 가 본데... 이게 천년 뒤까지 운영이 될까요?? ^^

아마도 사람이 조잡스렇게 만든 것들은 모두 퇴물처럼 굴러다니고, 대나무 숲 만이 고고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시원한 댓잎 소리를 들으며 본격적인 죽림욕을 시작합니다.

사시사철 푸르른 대나무 잎을 통과하여 쏟아지는 햇살의 포근한 기운을 받으며 차분하게 산책을 했네요.

코로나로 집, 직장만 왔다갔다 하고 거의 외출을 삼가했더니 꿀맛 같은 산책이더군요.

사람들도 아주 드문 드문 있고, 서로 멀찍이 떨어져 다니고 마스크 착용하고...

여기도 코로나 여파가 진하게 배여있습니다.

죽림욕이라 이름 부르는 건, 대나무가 이산화탄소를 소나무의 거의 4배가량 흡수하고 피토치드 발생량이 편백나무의 2배 정도 되기 때문에 청량한 공기를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대나무 숲에서는 다른 데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와 향기가 가득한 거 같더군요.

 

 

안내 책자에 보니, 죽녹원은 거의 31만 평방미터의 면적이더군요.

빽빽하게 자라난 대나무들은 일체 다른 나무들과의 공존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고고한 선비처럼, 일체의 세속 잡물들과는 섞이고 싶지 않다는...^^

여기 저기 둘러봐도 모두 대나무 숲이네요... 중간에 작은 언덕이 하나 만들어져 있는데, 그나마 제일 높은 곳인지 주변 경관이 보이더군요...

정말 예전엔 대나무 많은 동네 뒷산이었을 듯...

밋밋할까봐 이이남 아트센터 라는 생태전시관을 만들어 놨더군요.

 

 

이이남 아트센터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창작물들을 좋아해서 스마트 폰에 담았네요...

디지털의 발달이 문화예술 작품에도 변화를 가져온 예 이겠죠.

아마도 계절에 따라 작품 내용도 바뀌는 듯 해요.

잠시 재밌게 보았네요...^^

클로즈 업으로 스마트 폰에 담았더니, 마치 캔버스에 그린 유화같아 보이네요... 하~ 기술력 좋네요.

클림트의 <키스>를 또 요렇게 디지털로... 뭔 짓을 해 놓은 거야...!!

비엔나에 가서도 이 그림을 못 보고 왔는데, 여기서 한국의 피카소(?)께서 예술혼을 발휘한 키스를 대신 보네요...ㅎㅎ

아트센터 밖은 바로 인근 동네 골목길로 이어지는 작은 공간이 이어집니다.

강한 데자뷔가 느껴지는 곳이었는데... 언젠가 꿈 속에 등장했던 곳 같기도 하구요...

 

 

 

 

천천히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죽림욕을 즐기면서 산책로를 따라 걷습니다.

참 오랜만에 가져보는 이런 여유가 좋네요.

어려운 시기를 모두가 잘 견뎌냈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죽림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예전에 일부러 먹으러 왔던 국수집이 바로 근처에 있더군요.

그땐 국수만 먹고 가서, 바로 옆이 죽녹원인줄도 몰랐는데...ㅎㅎ

일부러 차를 놔두고 천천히 걷기로 했습니다.

개천의 징검다리도 개구장이처럼 건너보고, 산책 나온 사람들 구경도 하고...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있는 진풍경...

이 곳은 한가해 보이는 데도, 주차장에 빈 곳이 몇 군데 없더군요... 예전에 왔을 때는 주차 공간이 없어서 멀찍이 떨어진 골목길에 겨우 댈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비수기인데도 젊은 연인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띄더군요...

 

원조라고 주장하는 식당들이 즐비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방송을 탄 곳이 선호되는 속물근성은 어쩔수가 없네요...

세번 와서 세번 다 이곳으로 옵니다..^^

탱탱하면서도 부드러운 면발에 적당한 점도의 양념 소스... 오늘은 예전보다 훨씬 덜 맵게 나왔더군요...

첫 맛이 백미죠...

오늘도 실망시키지 않는 맛... 순삭시키는 마력의 맛...

여기 오면 꼭 맛보고 가셔야 합니다.

지난번 처럼 약간 매울 때는 간간히 삶은 계란을 먹으면서 속을 달래기도 하죠.

계란 삶은거와 국수 2 종류(비빔이거나 국물이거나..)의 단촐한 메뉴에 주문한지 몇 분도 되지 않아 바로 나옵니다. 성수기 때 엄청 붐빌 때 와도 금방 나오더군요... 대신 일하시는 분들은 파김치가 되어 있지요.

오늘은 한가한 데도 서빙하는 젊은 친구, 불친절 뿜뿜... 올 때마다 서빙하는 젊은 친구는 한결같이 불친절하네요..^^

 

손님들이 대부분 밖에서 식사를 해서, 우리들은 안쪽으로 들어와서 먹었네요.

먹고 나가기까지 아마 10분도 안 걸린거 같아요...^^

올때마다 느낀 건데, 아예 2인분을 시켜 먹을까? 하는...

근데 그건 좀 많을 거 같고, 1인분은 조금 양이 애매하게 적거든요... 간식이라고 생각하는 편이...ㅎㅎ

차로 돌아가는 길에, 약간 부족했던 배를 채울 먹거리를 발견했어요.

도너츠를 파는 작은 가게였는데, 쥔장이 엄청 친절하고 부지런하시네요...

이 곳도 방송을 탄 곳이더군요.

포토존이라도 되는지, 젊은 친구들은 가게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가곤 하구요... 쥔장은 스프레이 소독제로 열심히 소독하구요...여기서도 코로나의 여파를 여실히 봅니다.

아마 성수기에는 길다랗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것 같더라구요...

죽녹원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니, 대나무를 엮어서 벤치를 만들어 놓았더군요.

들어갈 때는 못 보았었는데...

역시 마음이 있어야 보이는 가 봅니다.

우리 앞에서 장난치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는 커플의 모습이 행복해 보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제일 행복한 순간 중의 하나이겠죠?...

오랜만의 산림욕과 맛난 음식 먹으며 저도 행복한 순간을 가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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