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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라쓰. 신생포차 단밤. 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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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 작가의 동명의 <다음 웹툰>을 드라마로 실사화한, 요즘 제일 핫한 jtbc 프로그램이다.

이태원 신생 포차 "단밤"을 중심으로 각자의 사연과 가치관을 가진 청춘들이 똘똘 뭉쳐 '이태원' 거리를 살아가는 그들이야기이다.

 

출처 : http://tv.jtbc.joins.com/photo/pr10011148/pm10056786. 아래 사진 모두 동일 출처임. ​

 

출처 : http://tv.jtbc.joins.com/photo/pr10011148/pm10056786. 아래 사진 모두 동일 출처임. ​


 

요식업계 1등 기업 <장가>의 회장 장대희종로 굴다리 포장마차부터 시작하여 현재의 위치에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뿌렸던 수 많은 악업이 빚어낸 증오들로 가득 채워진 주인공 박새로이의 복수가 이 드라마의 주 줄거리이다.

이 살벌한 복수극은 짧은 시간 속에 정말 많은 내용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가슴 찡한 장면들과 함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많은 내용이 있었음에도 전체적인 줄거리는 너무도 선명하다.

전통적인 드라마의 클리셰(Cliche : 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 영화나 드라마에서 거의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내용전개)를 거의 벗어나지 않음에도, 너무도 매력적인 웰메이드 드라마가 된 이유는 주인공들이 시종일관 얘기하는 정의로움과 우정에 관한 대중들의 갈망을 드라마 속에 잘 반영시켰기 때문인 듯 하다.

 

 

이 드라마 속에 녹아 있는 한국사회의 자화상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러한 자화상들은 빈부의 커져만 가는 차이 와 급격한 자본주의 사회로의 발달과정에서의 부작용 뿐만 아니라, 합리적으로 자리잡지 못한 사회시스템곳곳에서 알음(중국의 꽌시)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부패성의 관행들 까지 꽤 다양하다.

웹툰이든 드라마든 현실에 기반을 두긴 했으되 답답하고 막막한 현실만 주구장창 그려냈다면, 보는 이들은 카타르시스는 커녕 스트레스만 짠뜩 껴 안았을터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언제나 히어로/히로인이었음을 대중작가나 PD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서양의 히어로들이 작은 지구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안드로메다 우주를 향해 헛발질을 시작한 이후 중년이후 세대들에게는 최강의 히어로인 슈퍼맨을 죽이질 않나... 규모면에서는 어마어마 해졌지만 갈수록 응원하는 지구인간들과의 괴리를 벌여 관객들의 관심을 딴나라 일처럼 시들하게 만들어 버렸다.

부대끼는 현실 속에 처참하게 당하고 채이면서도 악한 권력과 금력 앞에서 변변한 반항조차 못하던 약자들에게, 영화 속에서나마 히어로들은 악당들을 제대로 교육시켜줌으로써 대리만족을 주었던 건데...

이제 미국 영화사들은 지구에서 관심을 거둬들이고, 살아 생전에 한번 가 볼지나 의심스러운 우주 속으로 시선을 돌려버렸으니 히어로 팬들이 어찌 허탈하지 않겠는가? 그런고로, 이제 미국의 히어로물들은 시간 떼우기용 혹은 관상용 블록버스터일 뿐이다.

여기서, <이태원 클라쓰>가 빛나는 이유가 보인다.

웹툰을 보기 전, 드라마 예고편만을 봤을때는 바늘 구멍보다 작다는 청년취업시대에 젊은 패기 하나로 자신의 삶을 헤쳐나가는 청춘들의 이야기일 것으로 생각했었다.

어찌보면 그런 내용과 크게 틀린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태원 클라쓰>에서의 잘생긴 청년주인공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 단단해지고 더 강해지면서도 겉으로는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히어로이다.

 


코로나19사태로 인해 다들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여행업계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많은 나라에서 입국을 금지해 버렸으니, 대한 항공을 비롯한 각 항공사들의 피해 또한 눈덩이처럼 늘어갈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땅콩회항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모 인사가 떠오른다. 한때 하이에나처럼 물고 들어지던 언론들도 대중의 관심이 사라지자 슬며시 발을 뺏고, 땅콩회항에 연루된 사람들의 근황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권력의 중심에 가까웠던 사람은 원래 자리로 복귀했고 권력자의 밑에서 갑질을 당했던 사람의 말로는 알길이 없다. 마지막 접한 소식은 힘겨운 싸움을 지리하게 계속하고 있다는 거였다.

고용주는 피고용자의 노동력을 돈으로 산다. 피고용자의 인격까지 사는게 아니고...

하지만, 막강한 금력의 위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주눅이 들어 있는 피고용자들은 대부분 인격모독을 일삼는 고용주의 갑질에 저항하지 못한다.

힘없는 개미와 같은 각자의 피고용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뭉쳐야만 제대로된 권리를 향유할 수 있지만, 한국의 진성 노조 결성율은 선진국에 비하면 창피할 수준이다.

 

금력 뿐 아니라 권력자들의 갑질도 장난아니다. 역사 이래로 권력자들의 횡포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한 시대고 없었던 적이 있는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동물의 세계, 그 본능이 아직 우리 DNA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 스스로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되었다고 착각하고 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전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인간 세상은 동물의 본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실세계를 지배하는 권력과 금력의 막강한 힘을 대변하는 악으로 묘사된 장가회장 장대희와 여기에 대항하는 히어로 단밤 사장 박새로이가 작가의 손끝에서 창조해내는 유토피아는 현실의 부패함을 깨뜨릴 토르의 망치이다.

금권으로 매수된 고위공직자의 압력으로 부실 부정수사를 하며 눈감아 버렸던 돌잡이 아빠인 형사,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라고 불법을 눈감아주려는 말단 경찰서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

금력자에게 빌붙어 연명하며 옳지 않은 일임을 알면서도 갖은 시답찮은 자기합리화로 애써 눈감는 비겁자의 모습...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독가스같은 부패상의 단면들임을 고발하면서, 박새로이는 이런 부패와의 합의를 거부하고 쉬운 길 대신 스스로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

힘있는자의 온갖 괴롭힘을 강철과 같은 강인함으로 버텨내면서, 사람이 답이다'라는 신념을 관철해 내는 우직한 박새로이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너무나도 높은 현실의 벽에 좌절하고 스스로 욜로(YOLO : 불투명한 미래보다는 현재를 즐기려는 사람들)족이 되어버린 세대들의 아픈 기대감을 대리만족 시켜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태원 클라쓰 박스세트, YOUNGCOM

 

사실 드라마의 내용은 꽤나 심플하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한번 설정한 그대로 변함없이 밀고 나간다. 현실에는 드문 캐릭터들이다.

물론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최소한 단 한 순간도 흔들림없이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장인물들만 모아놓은 <이태원 클라쓰> 같은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우리들 대부분은 강자에게 때로는 아양을 떨며 아부하고 약자들에게 때로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갑질을 한다.

중국의 꽌시가 그렇듯이, 동양의 정서에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다'라는 개념이 상당히 강하다.

합리적인 시스템을 마련하여, 그 속에 인간을 집어 넣은 서양의 정서와는 많이 상충된다.

그리하여, 동양에서는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큰 소리를 칠 줄 알아야 하고, 마당발처럼 인맥을 쌓아 적시적소에서 문제를 해결해 내야 잘 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런 이들에게 약간의 불법적인 요소와 공공의 질서를 해하는 행동 쯤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좁은 공항의자에서 쩍벌남은 거의 백프로 동양인이다.

서양인들은 거구임에도 대부분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다. 서양인들은 열차가 고장나서 급하게 대절한 버스로 승객들을 실어나를 때에도 큰소리 한번 나지 않는다. 모두가 질서있게 차분히 기다린다. 시스템이 그렇게 사람들을 길들였기 때문이다.

반오프 이태원 항공자켓(2color)

 

한국에서는 병원에 입원하거나 수술이라도 하게되면 동원할 수 있는 갖은 인맥은 다 동원한다. 수술을 빨리 해달라, 없는 1인 병실을 만들어내라, 결과가 빨리 나오게 해달라는 등 갖은 자잘한 부탁을 하는 이유는 본인의 체면을 세우기 위함도 있지만 중국의 꽌시처럼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방식이 '알음문화'임을 보고 배우며 자랐기 때문이다.

자기가 끼어들면 그 만큼 뒤의 사람들이 밀리게 되고, 또 다른 누군가도 끼어들 욕심을 내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무질서가 초래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는 각종 법으로 규체하여도 청탁문화는 사라질 기미가 없다. 그것이 문화이고 정서이기 때문이다.

박새로이는 여기에 당당히 저항한다.

무릎 한번 꿇으면 용서해주겠다는 독사같은 유혹에도, 잘못한 일이 없다면 절대 무릎을 꿇지 않겠다는 신념을 지킨다.

그 댓가는 퇴학이었고 그의 인생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전과자가 되기에 이른다. 여기까지는 꽤 설득력있는 현실감이 느껴지는 전개이다. 현실적인 이야기는 딱 여기까지이다.

이후의 이야기 전개는 독자와 시청자들을 아주 잘아는 작가들의 재능퍼레이드로, 환타지 히어로물로 이어진다.

한국을 세계에 알렸던 영화<기생충>의 명대사..."넌 계획이 다 있구나."...처럼 박새로이는 장가회장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하고 계획을 짠다.

장가회장이 엄청난 금력과 권력으로 이제 커가는 작은 꿈나무 박새로이를 아무리 짓밟아도 요리조리 삐져나오며 준비한 계획대로 차근차근 하나씩 이뤄나가는 박새로이의 모습은, 뭐 크게 벗어나지 않는 클리셰임에도 간간히 울컥하는 감동이 전해져 오곤 했다.

넌, 너의 일을 하는 거니까...(배신에 가까운 짝사랑의 행동을 비호하며 하는 말)

내 인생 이제 시작이고, 난 원하는 거 다 이루면서 살 거야.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장사를 할 수 있는 겁니다.

가난해서, 못 배워서, 범죄자라고 안된다고? 안 될거라고 미리 정해놓고 그래서 뭘 하겠어요? 해 보고 판단해야지?

누구도 저와 제 사람들을 건들지 못하도록 제말, 행동에 힘이 실리고, 어떠한 부당함도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는, 제 삶의 주체가 저인 게 당연한,

소신의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  - [이태원 클라쓰] 중에서 '박새로이' 어록들....

현실 속의 비겁한 모습에서 자괴감을 느끼며 힘들게 지나왔던 상처들이 헤집어지면서 히어로 박새로이가 악당들에게 날리는 펀치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일테이다.

여기에 꼬이고 꼬인 삼각 아닌 삼각관계의 애정 순애보도 늘상 보던 클리셰이지만, 히어로의 우직함 때문인지 너무 뻔한 애정관계들이지만 예쁘게 봐 줄 만 하다.

드라마가 종반으로 향하면서 원작 웹툰과는 다른 결말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아직 마지막회는 시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큰 회사로 성장한 뒤에도 몸에 걸친 것들만 세련되고 화려해졌을 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단밤 식구들의 캐릭터가 현실감을 크게 잃어버리고 막장 드라마처럼 진행되는 부분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굳이 그런 폭력적인 방법으로 마무리를 해야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상식적인 해결방법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하긴, 간디의 평화주의적인 저항도 오직 인도 한 군데에서 성공했을 뿐이긴 하다.

이 세상이 힘의 논리로 지배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중국 눈치를 보느라 판데믹 선언을 뭉그적거리는WHO나, 더 많은 감염자를 내는 중국은 놔두고 한국인만 입국금지를 먼저 시켰던 세계

각국의 조치들을 보면서 아직도 이 지구는 약육강식의 동물세계를 벗어나지 못한 인간들의 세상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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