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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갑질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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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오래전 일이지만, 모 국회의원이 귀국길 공항에서 수 많은 기자들이 보고있을줄 뻔히 알면서도 수행비서에게 '노룩패스'로 자신의 캐리어를 미는 광경을 연출해 시끌벅적했었죠. 이 장면은 한국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갑'과 '을' 상하 내지 주종관계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으로, 누군가 지적하지 않으면 그러한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한국사회 병폐문화중 하나입니다.

 

출처 ; 한국일보. 이하 사진출처는 동일합니다,

 

다들 아시는바대로, 한국인들은 어떤 제품이 새로 출시되면 그 성능의 120~150%를 조작한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이는 본인이 제품의 설명서대로만 사용하지 않고 마음대로 이런저런 조작을 하면서 부가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창출해내는 종특에 기인한다고 하죠. 좋게 표현하면 독창성과 주체성이 강한것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정해진 룰과 기본원칙'을 무시하는 경향입니다.

여러 다양한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사는 공동체에는 그 사회의 질서와 안녕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규제와 원칙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선진문화를 지닌 나라에서는 이 기본원칙을 신주단지 모시듯 지키는 것이 '매너'로 체화되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매우 미개한 사람(문화화가 덜 된 야만인) 취급하지요.

 

어느 사회건 매너없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지만, 그 비율에 따라 그 나라문화의 퀄리티가 정해질 거구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새벽시간에도 신호등 신호를 지키며 운전하는 것은 이것이 공동체가 정해놓은 규칙이기 때문이며, 타인이 보고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바뀌어질 사항은 아닙니다. 하지만, '매너'가 없는 사회에서는 이런 것들이 통용되지 않지요.

 

 

 

한국사회 구성원들이 한국전쟁이후 폐허속에서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루어 전세계인들이 놀랄만한 성과를 이루어낸 건 자랑할만한 사실입니다. 그 과정을 이끌어 온 세대들에겐 세계적으로도 내세울만한 독보적인 그 무언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구요.

물론 자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건 좋은 일입니다만, 이러한 것에서 한발 삐끗해서 "너, 내가 누군줄 알고..."와 같은 갑질행태로 나아가는 건 정말 '매너'없는 행동의 극치이지요. 먹을 것이 없는 보리고개를 넘고 숱한 위기를 뚫고 생존해 온 세대들은 자신들의 경험치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왔다고 여기며, 이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도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구성원 상당수가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자들이고 전쟁/기아와 같은 처참한 사회환경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죠. 그만큼 작금의 한국사회도 구성원들의 문화 또한 진화하고 변해야 한다는 얘기지요. 한평생 살아온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생각은 그리 쉽게 변할 수 있는게 아니지만 말이죠...

 

 

황창연 신부님의 책 속에 소개된 내용중에 한국인 신학도가 독일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서빙하는 직원을 소리쳐 불렀다가 술집 주인으로부터 한소리 얻어듣고 가게에서 쫓겨났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술집 주인의 말에 따르면, "당신의 술잔이 비어있는 것을 알고 직원이 알아서 찾아와 '뭐 더 필요한 게 없느냐?'고 정중하게 물을텐데, 왜 하인부리듯 자기 직원을 소리쳐 부르느냐"는 거였습니다. 성격급한 한국인들에겐 상상하기 힘든 일인데, 실제로 독일사람들은 직원이 와서 서빙할때까지 기다렸다가 추가주문을 하는것이 매너라고 하더군요.

가게에서 '아줌마, 이모... 여기요~'를 큰 소리로 외치며 여러주문을 하는 우리나라 식당의 흔한 풍경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죠. 고급레스토랑에서는 절대 벌어지지 않는 일들이 일반 식당에서는 흔한 일상사였으니까요(이것은 환경문화의 힘이 얼마나 암묵적으로 크게 작용하는지 잘 보여주는 거겠죠.). 물론 이것도 요즘 식당에서 갖춘 키오스크 같은 주문시스템을 보면 지나간 한때의 에피소드가 된 것 같지만 말이죠. 한편으로, 벨을 눌러 직원을 부르는 시스템도 어떤 의미에서는 꽤나 야만적이긴 합니다만...

 

 

몇 년전 한국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갑질문화 사건들이 요즘엔 비교적 잠잠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이 사라져서 조용하다기 보다는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게 더 맞는 추리일겁니다. 아직 한국사회는 갑질문화를 해결할 수 있는 자정력을 갖추지 못한데다가, 오히려 각종 폐해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처럼 느껴지니까요.

최근 교사들의 자살과 같은 사회 각 직종군에서 드러나는 끔찍한 사건사고들은 우리 사회구성원들 일부가 지니고 있는 섬뜩한 사고방식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모두들 자신은 그렇지 않을것처럼 손가락질하고 욕해대지만, 막상 자신들 또한 또 다른면에서는 엇비슷한 행태를 보일지도 모릅니다. 사회안에 스며들어 하나의 문화처럼 고착화되어 있다면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를테니까요.

 

 

 

제 주변에도 어떤 일이 벌어지면 정해진 규범이나 원칙보다는 일단은 '관계'로써 일을 풀어가려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골프'를 한번 같이 한다거나, 술자리 혹은 식사자리를 마련해서 그 사람과의 '안면'을 터 놓은 후 나중일을 도모한다는 거지요.

그렇게 만들어놓은 '관계'를 통해, 유사시에 '내가 누군줄 알아'를 시전하는 것... 어떤 영화에서 보던 장면과 같은 이런 일들이 원칙과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자리잡지 못한 한국사회에서 일부 구성원들이 세상 살아가는 방법으로 체득한 일들입니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우리모두가 성찰하고 가다듬어 가야할 부분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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