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켓 (etiquette)은 예의 범절을 뜻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프랑스 궁정에 출입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예절이었던 것이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사회 속에서 에티켓은 꼭 지켜야 할 문화인의 기본 자세이기도 하지요.
집 주변 호수공원을 산책하다보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 생겼는데요... 젊은이들이 잔디밭에 삼삼오오 무리지어 앉아 고기를 구워먹거나 술자리를 갖는 데 점점 더 확산세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최근들어서는 이미 위드코로나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게, 잔디밭에 공간확보 경쟁이 장난이 아닐 정도로 커졌답니다. 그러다보니, 호수공원 주변의 주차공간들은 난장판에 가까운 상황이지요.
반려견과 길고양이 그리고 운동을 하러 나온 사람들과 여유를 즐기러 나온 젊은들이 한데 뒤섞여 있는 호수공원 주변은 항상 왁자지껄한 활기가 넘치곤 하지요. 그래도 서로 서로 조심하며 신경을 쓰는 덕인지, 지금까지 한 번도 시끄러운 일은 보지 못했네요. 가끔은 무서워 보이는 커다란 개를 입마개도 하지 않고 데리고 다닌다거나, 중구난방으로 설쳐대는 반려견을 제대로 컨트롤 하지 않는다거나 유독 시끄럽게 얘기를 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말 그대로 극소수일 뿐이고 대체로 공공장소의 에티켓들은 잘 지켜지는 편이었지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공생활 속에서는 자신이 알던 모르던 끊임없이 타인들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 누군가가 언젠가는 똑같은 피해를 내게 되돌려 줄수 밖에 없지요. 아침 출근길에 운전석에 바로 들어가기도 힘들게 차량이 바짝 붙어 있길래 살펴보니 그 옆차부터 주자선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삐딱하게 차를 대어 놓았습니다. 낑낑대며 겨우 운전석에 앉으니, 또 그 차량은 빠져나가 내 차가 지나갈 길을 애매하게 막고 서 있습니다. 아마도 누군가를 픽업하려고 차를 빼 놓은 모양인데, 주차공간에서 대기하고 있을 일이지 뭐한다고 살짝 빼어놓아서 다른 차의 주행로를 막는 것인지 참 이해하기 힘들더군요. 무리해서 빠지다가 접촉사고라도 날 거 같아 클락션으로 사인을 보내도 꿈쩍도 하지 않더군요. 내리면서 주차라인을 확인도 하지 않는 건지 참 에티켓 없는 인간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은 아파트 지하에 설치된 휘트니스센터에 가서 운동을 하였답니다. 이용자 대부분이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운동을 하는데, 제 경우도 그간 못 들었던 팟캐스트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런닝머신을 걷거나 달리곤 하지요. 근데, 갑자기 뒷 쪽에서 커다란 쇳소리가 나는 듯 했습니다. 누군가 웨이트 트레이닝하면서 과중한 무게를 들어올렸다가 확 놓았던 모양이더군요. 이어폰을 넘어 들어오는 소리는 별로 신경이 쓰일 정도가 아니어서 그런가보다 뇌피셜하고 말았지요.
운동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160 cm 정도 되어보이는 키의 중노년 아저씨 한 분이 180 cm 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건장한 청년에게 뭐라고 큰 소리를 내고 있더군요. 언뜻 보기에 아저씨의 모습은 정말 왜소해보이는 모였지요. 그만큼 청년의 덩치가 컸답니다. 청년은 살짝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아저씨에게 뭐라고 하더군요.
별로 넓지도 않은 공간에서 두 사람이 시비가 붙으니, 근처 사람들이 모여 듭니다. 저도 이어폰을 벗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 보았지요. 아저씨는 "왜 다른 사람이 함께 쓰는 물건을 그리 함부로 다루느냐?"는 것이었고, 청년은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여서 그렇게 큰 소리가 나는 줄 몰랐고, 아저씨가 뭔데 딱 한번 소리난 것 가지고 그 난리냐?"는 것이었죠. 주변 사람들이 "이어폰을 쓰면 큰 소리가 나는 걸 잘 모를수도 있다."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는데,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며 상대에 대하여 뭐라 뭐라 설전을 하더군요.
좋은 말로 한 번 지적하고, 의도적인 일이 아니었다고 사과의 말 한마디면 끝났을 일인데... 이젠 서로에 대한 감정싸움으로 번져서 설왕설래를 한참동안 하더군요.
살다보면 에티켓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을 너무 자주 접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은 그들이 퍼트리는 이기주의적인 독소를 그냥 흡수하며 넘어가고, 그들은 또 그렇게 계속 매너없이 살테지요...
참...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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