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는 즐길 영상물들이 많아져서,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지요. 물론 그런 것들에 취해 있을 때라도 가끔씩은 권태기가 찾아오기도 합니다만...
각종 SNS 에 올라오는 희한하고 현란한 영상들을 보게 되면, 현실과의 간극때문에 심한 괴리감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일부러 자신과 비슷비슷한 일상을 다룬 V-로그만 찾아보는 사람도 있지요. 그래봤자, 동영상 제작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줄 뿐 자신에게는 심리적인 위안만을 잠시 안겨주는 자위행위에 불과한데도 말이지요.
예전 신문 세대들이 신문에 실린 기사들을 읽고 나름대로 판단하고 주변인들과 잡담을 통해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었다면, 요즘 현대인들은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 영상 정보가 은연중에 주입하는 메세지를 별 다른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동영상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편협하고 고착적인 사고방식에 길들여지고 반대편 의견은 묵살해버리는 사람들이 양산되는 것 같구요.
사실 살아가다보면 절대악이나 절대선이란 건 드물다는 걸 깨닫게 되죠. 하지만, 알고리즘이란 괴이한 장치에 의해 가속화되는 확증편향은 유사한 내용의 동영상들만을 걸러서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SNS의 운영방식에 의해 사고방식이 한쪽으로 고정되게 유도하는 문제점을 다분히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절대 봉합되지 못할 것 같은 집단 간의 갈등이 날이 갈수록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지요.
인터넷이나 방송에서는 대부분 어떤 의도를 가지고 현상들을 보여주지요. 거기에는, 만든 사람의 근시안적인 분석과 감정 섞인 비난이 객관성을 가장하고 스며들어 있기 일쑤지요. 이런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접했다고 착각하고, 게다가 은밀하게 유도한 결론을 마치 자신이 합리적으로 판단한 결과인 듯 받아들이기 십상이죠. 대개는 그쪽 분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작자의 의도대로 편가르기나 상대방을 지독히 미워하게 되는 유혹에 홀랑 넘어가버리게 되는 거지요.
자신만 그러고나면 다행이지만, 열변을 토하며 주변사람들에게 편파적인 내용을 퍼트리는 사람들도 많지요. 밴드나 간혹 카카오톡으로도 별로 반갑지 않은 링크 실린 동영상들이 자신의 호불호와는 무관하게 날라드는 경험들 많이 하셨을 거예요.
세상이 번잡해지고 정보가 폭증할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분석할 시간조차 갖을수 없게되고, 자신을 방어하고 편견을 강화하는 정보들만을 선택하여 세상을 단순하게 보게 될 것이다.
- 앨빈 토플러 Alvin Toffler
요즘 같은 정보의 과부하 시대에는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다 훓어보는 건 물리적으로 절대 불가하지요.
어디선가 본 정보를 마치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한 것처럼, 확신을 가지고 재확산 시키는 무뇌인간들이 넘쳐나다보니 이젠 가짜뉴스인지 진짜뉴스인지 구분이 불가능해진 상황에 직면한 듯 합니다.
SNS와 인터넷 심지어 공중파에서조차 가짜 뉴스가 버젓이 진실인양 호도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보니, 사람들은 될대로 되라 포기하는 심정으로 자신의 견해가 옳다는 뇌피셜을 돌리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예전에 티비를 바보상자라고 불렀었지요. 그만큼 영상의 위력은 우리 뇌의 작용도 일시정지 상태로 만들만큼 강력하다는 얘기지요. 쏟아지는 영상 속에서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현대인들에겐, 어찌보면 책을 읽으며 다양한 견해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 체험해 보는 일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SNS나 유튜브 의 동영상들이 자본주의 경제논리에서 자유로울수는 없습니다. 물론 취미생활로 하는 사람도 없진 않겠으나,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동영상들은 대부분 경제적 이익을 염두에 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조금 더 자극적으로 상품화해서 만들수 밖에 없고, 현실과는 점점 더 멀어질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처음 시작은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죠... 그렇게 심하게 변질된 미디어 세상에 그나마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건 활자화된 책이 아닐까 싶네요.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분석과 평가, 그리고 상상력의 나래를 펴거나 사실유무를 확인코자 하는 욕구 등은 영상을 멍하니 볼 때는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이죠.
그런 이유로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게 되면 머리가 깨어나 권력자들이 맘대로 지배하기 힘들어진다고 하죠. 그래서 분서갱유같은 무식한 짓거리를 중국에서 했던 거구요.
매스컴에서 책 한권 읽지 않는 것을 마치 자랑하듯 말하는 연예인들이 보이곤 합니다. 하지만, 소위 잘 나가는 상위그룹의 연예인들 중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단연코 없을겁니다. 아무리 바쁜 시간이라도 쪼개어 그들은 책을 읽을겁니다. 동영상을 보며 스스로 자신의 판단력을 죽이는 행위로는 레드오션인 연예계에서 살아남을수 없기 때문이겠죠.
각설하고,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으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책을 많이 접해야 합니다.
자신의 삶을 멍하니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영상 속에 아무 생각없이 흘려보낼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공예절에 관한 단상. 에티켓에 관하여. (4) | 2021.10.02 |
---|---|
익숙해짐과 권태로워짐에 대하여 (3) | 2021.09.26 |
보여주는 삶. 비쳐 지는 모습. 신피질의 저주. (3) | 2021.09.17 |
마음에 새겨두면 좋은 명언들 (17) | 2021.09.15 |
[단상] 뿌린다고 다 거두는 건 아니더라. (4) | 2021.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