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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은 유달리 장마기간이 짧고 굵다 싶어 엄청 좋아했는데, 지구촌 기후 변화의 영향인지 난데 없는 가을장마가 길~게 왔었죠.
모기란 게 습한 웅덩이에 알을 까는 습성 때문에, 올 여름은 모기가 번식할 적절한 환경이 되지 못해 여름 모기가 드물었다고 해요. 근데 오히려 가을 들어 장마가 길어지면서 별 스럽게도 가을 모기가 더 극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여름 내내 모기에 물린 적이 없었는데, 가을 들어서 모기에 물려 겪는 가려움증을 계속 앓아야 했지요. 어느 틈에 집 안으로 들어왔는지 모기 몇 마리가 2~3일에 한 번씩 채혈을 해 가곤 했구요, 모기약으로 질식할 지경까지 뿌려 댄 후에야 박멸할 수 있었죠. 덕분에, 모기에 예민한 제 피부는 벌겋게 부어서는 몇 일동안 가려워 긁지 않을수 없었지요.
게다가 아파트 뒷산 산책길을 가게 되면 어찌나 산모기들이 극성으로 달라붙는지 짜증이 날 정도였지요. 엥~엥~거리는 소리는 어찌나 신경을 거스르는지...
몇 번을 복수해야지 하다가, 드뎌 오늘 날을 잡았습니다. 인터넷으로 무기도 장만하고, 복수길에 나섰죠.
손에 틀어쥐니,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 눈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 지 다소 민망하긴 했지만 복수를 위해서라면 그 쯤이야... 와~ 근데... 이 조그마한 변화가 모든 상황을 급 반전시키더군요.
일단, 두 손 묶여 꼼짝없이 당하는 느낌이었던 이 눈에 잘 띄지 않는 미물들을 제압할 무기가 손에 들려 있다 생각하니 오히려 '다 덤벼라' 싶네요...
휘휘 휘젓기를 몇 번... 타타탁... 속이 후련한 복수가 시작되었지요. 무려 십 여차례를 타타탁~
바싹 구워져 저 세상으로 보내 버린 산 모기들... 그 녀석들의 처참한 모습을 뇌피셜로 상상해봅니다.
간만에 영양보충하려고 달려 들었다 비명횡사했을 모기들...
너흰 상대를 잘 못 고른거야...ㅋㅋ... 괜시리 촌스런 대사를 되뇌입니다.^^...
근데, 시기상으로 모기가 사라질 때가 된 걸까요? 아님, 놀라웁게도 복수혈전의 소식이 금세 바람을 타고 퍼져 다른 모기들에게 전달이 된 걸까요? 초반 10여분 간 신나게 활약하던 제 무기에 더 이상 타타닥 소리가 나질 않습니다. 그새 고장이라도 났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뇌피셜 오집니다. 설마 모기들이 서로 연락이라도 주고 받았을까요...
그리하여, 작은 변화 하나로 바깥 환경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필터가 바뀔수도 있음을 또한 내가 세상으로부터 얻는 정보들이 얼마나 자기 만의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죠. 또 얼마나 뇌피셜을 쉽게 쉽게 하는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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