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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 베르베르 베르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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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열린책들. 예스 24. 2001년 출간

 

베르베르 베르나르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 중 꼭 순위 안에 들어가는 프랑스 작가이죠. 작가 스스로도 왜 자신이 한국에서 그토록 인기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인터뷰 한적도 있구요.

그의 오래된 작품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이란 작품은 과학과 역설의 작품입니다.

이 책은 소설<개미>, <개미혁명>,<천사들의 제국>에서 부분적으로 인용되었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재 구성한 책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책 표지를 보고서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외국어 표기가 Bernard Werber 임을 알았네요.

한 작가의 책 중 가장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내겐 외국작가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이고 한국작가로는 조정래 작가입니다. 두 작가들이 많은 책을 펴 내기도 했지만, 그들의 책이 읽을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죠.

책 속의 수 많은 이야기들 중 왜 하필이면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이란 글을 책 제목으로 골랐는지는 모르겠으나,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별로 현명한 선택같아 보이지는 않았었죠...

 

'노이즈마케팅인가? ^^ '

 

'제법 충격적이고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들이 들어 있는 알찬 이야기들이 수두룩한데, 굳이 이런 자극적인 제목을 골라 독자들에게 어필하려고 했을까?'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발췌한 이야기들 답게 기상천외한 내용들이 아주 많습니다.

<빈대들의 성>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너무도 희한해서 다시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서 한참을 검색해 보았죠. 하지만, 베르나르가 이 책에 기술한 내용 외에 빈대의 성에 관해 더 자세히 얘기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도데체, 베르나르는 이런 정보를 어디서 얻었던 걸까요?

빈대는 하루에 2백번이 넘게 성행위를 한다는데...

게다가 30%만이 제대로 된 암수끼리의 생식이고, 나머지 70%는 암수구별 못한 동성애이거나 이종교배라니... 누가 이런 데 관심을 갖는다고... 이런 연구를 한 사람도 대단하지요? ^^....

게다가 수컷에게 사정을 하면, 그 수컷의 몸 속에 다른 수컷의 정자가 함께 섞이면서 다른 암컷에게 동시에 여러 수컷의 정자가 한꺼번에 전달될 수도 있다고 하니...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건지...

일단, 사람의 정자는 사출되고 나면 대략 2~3일 정도 후에는 사멸한다고 해요.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고갈되기 때문에 난자를 만나지 못하면 죽는 것이죠.

빈대들의 경우는 어느 기간동안 사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의 가정이지만 수컷들끼리의 집단 교배가 이루어진다면 하루 2백번의 성행위를 통해 어마무지하게 많은 수컷들의 정자가 섞일 수 있고, 한 번의 교배만으로도 가늠하기 힘든 수의 수컷들의 정자가 함께 섞여서 방출될 수 있을 겁니다.

자연스럽게 무리의 빈대들 중에서 최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정자가 난자와 만나게 될 것이고, 세대를 거치면서 최고의 유전자들만이 선택된 최고의 생명체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뭐 그런 뇌피셜도 가능하죠. 이론적으로는...

하지만, 여전히 빈대는 인간들에겐 귀찮고 더러운 벌레에 머물러 있는 걸 보면 부질없는 상상인가 봅니다.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읽다보니, 이거 다 믿어도 되는 얘기야? 싶은 생각들이 스멀스멀 돋아나긴 합니다.

어느 이름없는 작가가 쓴 책이었다면, 진즉에 '뭔 신소리래?'하며 책장을 덮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생각의 힘>이란 이야기도 그렇죠. 일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얘기와 비슷합니다.

몸에 있는 피를 모두 빼서 사형수를 사형하는 방법이라 설명하고 체온과 비슷하게 물을 덮혀 팔의 혈관에서 마치 피가 빠져나가는 듯 사형수를 착각을 하도록 만든다면...

사형수에게 피를 빼내고 있다는 믿음을 준 후 서서히 빠져나온 피의 양을 들을 수 있도록 고지하는 겁니다. 3L 이상의 혈액이 빠져나가면 죽음에 이를 것이라는 암시를 받은 사형수는, 이 실험에서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사형집행인의 거짓말에 실제로 사망했다는 것이죠.

"생각만으로 죽은 것이다."

 

<생각의 힘>은 1950년대 있었던 일로, 영국의 컨테이너 운반선 냉동고에 갇혀 얼어죽은 선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문제는 냉동고가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냉동고에 갇혔다는 생각만으로 얼어죽는 과정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함께 죽은 선원의 이야기인데...믿거나 말거나...

@whitearinforest/unsplash

 

이 책 제목인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편을 보면, 19세기 말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 정어리 통조림 공장의 이야기입니다.

우글거리는 쥐를 없애버릴 방법을 찾던 중, 여공이 살아 있는 쥐의 똥구멍을 굵은 말총으로 꿰매어 버리는 방안을 생각해 냈다고 하지요...

사실 이런 방법으로 어떻게 쥐들을 없앨 수 있었을까?... 잠시 읽기를 중단하고 이런 저런 상상을 해 보았죠....살아있는 쥐를 잡아 똥구멍을 꼬매는 작업을 상상하니...음~대략 난감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 또한 쥐를 없애는 방법이 아닌 사회교훈적인 딜레마성 이야기인것 같네요. 각도를 다르게 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버전이랄까?

어찌보면, 근현대의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적절한 은유인지도 모르겠네요.

더럽고 귀찮은 일, 아무도 하려하지 않는 일을 나서서 하려는 사람은 죽을지도 모르는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하는 쥐와 같을 수 있죠.

하지만, 조금만 각도를 비틀어 생각하면 이런 사람들은 별 의미없는 일을 하려고 함으로써 남은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부담감을 남겨놓는... 모두가 안 하면 그만이었을 일을 굳이 나서서 하게 만드는 일종의 배신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군대에서 훈련받을 때, 단체 기합으로 PT체조 몇번을 몇 회'하는 식으로 시키곤 했었죠. 그런데, 20회 실시를 시키면 마지막 20회에서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조건을 꼭 걸지요.

수십명이 기합을 받게 되면, 그 중 누군가는 꼭 내지 말라는 '스물'을 목소리 낭낭하게 소리칩니다... 그걸 핑계 삼아 다시 기합은 30회로 늘어나게 되고, 이번에는 소리가 안 나겠지 싶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또 다시 '서른'을 외치지요... 무한 반복입니다. 수 십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또랑또랑한 정신력을 발휘하기엔 이미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상황이라면, 마지막 숫자를 외친 그 누군가가 나쁜것일까 아니면 그런 조건을 내건 사람이 나쁜 것일까? 조건을 내건 핑계의 명분은 간명합니다. 정신력 강화...

자본주의란 조건도 마찬가지이죠.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노동력에는 마땅한 댓가가 주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적정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노동자가 1명이라도 있는 순간 그 노동력의 시장 가치는 점점 하락하게 되는 겁니다.

모든 노동자가 일치단결하여 적정가격이하에서는 일을 안 하면 그 가격은 지켜지게 됩니다.

심지어, 담합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가격 자체를 올릴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런 일들은 좀체로 일어나기 힘듭니다.

되도록이면 인건비를 줄이고 싶어하는 자본가로써는 이런 상황에서 솔깃한 생각이 안 들수 없겠지요.

누구든지 한 사람을 포섭하여 적정가 이하로 일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을 꾸미는 것말이에요.

물론 뒷거래로 두둑히 챙겨주면서 말이죠.

자본가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은 노동자가 이런 공작을 받아들였다면 그 사람은 일신의 영명을 위해 동료들의 이익을 팔아먹은 배신자가 되는 것은 자명하죠. 또, 실제로도 비겁한 짓이기도 하고...

 

@adrigeo_/unsplash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 바로 동료들의 이익을 팔아먹은 배신자 얘기였던 것 같습니다.

똥구멍이 막혀 배변을 못해 신경이 날카로워질대로 날카로워진 쥐가 미쳐 날뛰며 다른 쥐들을 공격해서 죽일거라는 근거없는 가정이 어처구니없지만, 실제 현실 속에서 이런 일이 전혀 없지는 않았던 것 같더군요...

짧은 이야기 속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충격적인 주제가 함유되어 있어 비록 지저분한 느낌은 있지만 제목으로 삼은 듯 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책 속에는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이야기들이 수 백편 실려 있습니다.

촌철살인의 짧은 문장들도 섞여 있고, 약간은 허황된 이야기도 있지요.

하지만, 단숨에 쓱 읽어버릴 수 있는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곁에 두고 한 두편씩 읽으며 사색하는 책으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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