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여행

거짓말. 한은형

반응형

 

출처 : 한겨레출판. 예스 24

 

 

렬한 임팩트의 프롤로그.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며 상상의 붓으로 그려내는 머릿속의 유희.

‘어떻게 이렇게까지 글을 찰지고 맛나게 써내는 걸까?’ 싶더군요.

마치 유투브에 올라온 영화 예고편들을 연속해서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묘사들이 이어집니다.

즐거운 비명과 함께 이런 속도로 책을 읽다가는 언제 끝날까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먹는 순간 눈앞에서 사라지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너무 맛있는 음식 같은 책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다행스럽게도(?) 프롤로그를 지나서부터는 영화 본 편으로 돌아온 느낌입니다.

첫 부분의 강렬했던 느낌 탓에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서였을까요?

내게는 소설 거짓말의 줄거리는 의외로 싱거운 성장스토리 쯤으로 느껴집니다.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예요.

@docusign/unsplash

 

자살 수집가’라는 주인공이 늘상 꿈꾸는 자살에 대한 환타지는

의외로 가볍고 얕습니다.

그만큼 주인공은 죽기보다는 살고자 몸부림 쳤는지도 모릅니다.

 

언니라 불렀던 육체적인 엄마로부터 물려받았을 거라 믿고 있는,

죽고자하는 욕망에 대한 근본적인 뿌리에 대한 탐색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책장을 덮으면서 몇 가지 의문들이 생깁니다.

 

그다지 문제가 없어 보이는 집안의 딸이

왜 그렇게 방황하고

몇 차례의 가출, 임신과 미혼모, 자살 같은

극한적인 상황으로 치달았을까요?

 

왜 작가는 이 부분을 미상으로 남겨 놓았을까요?

 

미혼모의 딸이자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이 태생의 비밀을 알고도

어떻게 그렇게까지 담담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수술을 겪으면서 오가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어디까지가 거짓말이고

어디까지가 거짓말이 아닌 걸까?

 

 

뭐 그런 것들이었죠.

 

동병상련이 아니어서인지 그 속내를 가늠하기 힘들수도 있습니다.

뭔가 비정상적인 상황이 있었기에 그런 일들이 벌어졌겠지 싶은데 말예요.

그리고 에필로그. 왜 이런 글이 탄생되었는지 설명이 되는 부분입니다.

@docusign/unsplash

 

작가는 본인의 말대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것 같습니다.

꿈꾸는 세계와 현실은 너무도 다르죠.

작가는 자신의 경험치 한계 내에서 최선의 실을 짜내서

‘거짓말’이라는 옷감을 만들려 애썼던 것 같습니다.

 

철저한 사전조사 타고난 필력과 열정이 배합된다면 못할 것도 없지만,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의 삶을 그려내는 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

좋은 글은 다른 이의 심금을 울리고,

때론 깊은 사색의 시간으로 인도하며,

삶과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넓혀진 시야를 선사합니다.

 

 

그만큼 작가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며 자신의 직,간접적인 경험 속에서 발효시켜 우려낸 삶의 편린들을 이용해 맛있게 이야기를 요리해 내야하는 고된 직업입니다.

 

@docusign/unsplash

 

프롤로그의 문장들로부터 받는 그런 책 읽기의 즐거움은 아무 작가나 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거짓말로 포장한 페르소나로 살아가던 주인공 하석이 수술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삶을 이어갈지 궁금해집니다.

 

문득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석과 같이 거짓말로 나를 대했던 이들이 얼마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소설의 끝은 이렇습니다.

“어디를 믿어도 좋다. 어딘가를 믿지 않는대도 좋다. 어쨌거나, 거짓말은 거짓말인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거짓말로 점철된 삶이 아님을 자신할 수 있을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