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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죽음을 선택할 권리. M.스캇 펙/조종상 역. 율리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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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율리시즈. 예스 24.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24830 영화 <노팅 힐>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8470 영화 <완벽한 가족>

 

너무도 유명한 로맨스 영화 <노팅 힐>을 연출했던

로저 미첼 감독의 <완벽한 가족 (Blackbird.2019>이란 영화가

올해 초 극장에서 조용히 개봉했다가 막을 내렸었다.

 

이 작품은 안락사 문제를 조심스레 다루고 있는데,

2시간여의 런닝타임동안 수많은 생각들을 명멸하게 만든다.

 

수잔 서랜든, 케이트 윈슬렛, 샘 닐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만으로도

영화 속으로 쉽게 몰입하게 되는데

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자못 복잡하고 어려운 철학적 주제와 부닥친다.

 

영화는 근육마비가 서서히 진행되어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되는

불치병에 걸린 아내가 의사인 남편에게 부탁해 독약을 구해

안락사를 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가족들에게 알린 후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원제 Blackbird는 찌르레기라는 새인데,

새끼가 다 자랄 즈음에는 먹이를 물어다 주지 않고

둥지에서 떠나보낸다고 한다.

죽음을 포함해 자연 속의 이별은 어찌 보면

유전자 속에 각인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취지로

영화제목을 이렇게 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blog.naver.com/windownine/222225938026

 

[영화 리뷰] 완벽한 가족. Blackbird. 2019.

따스한 가족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기대하고 본 건 순전히 영화의 제목과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망상에 ...

blog.naver.com

 

영화가 다루는 ‘안락사’라는 화두가 못내 부담스러웠던지,

한국에서는 <완벽한 가족>이란 희한한 제목으로 스릴러 영화인 것처럼 포장되어 버렸고

그나마 흥행성적도 매우 저조했다.

아직 이런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만큼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탓도 있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죽음을 마주할 용기가 그리 쉽게 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안락사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같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낙태’‘사형제도’에 관한 논란은

인간사회가 모종의 합의를 이뤄내야 할 난제 중의 난제이다.

 

헌법재판소에서는 낙태합법화에 관한 법률개정을 작년 말까지 시한을 정해놓았으나

여러 정치적 논쟁거리들과 정쟁에 밀려 아직까지 제대로 된 법률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여성들에게 자기 결정권이 주어진 상태이다.

낙태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충분하지만,

그말인즉 무엇이 진정 옳은 일인가에 대한 답 또한 찾기 힘들다는 얘기일터이다.

 

@FuuJ/unsplash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정신과 의사이자 사상가였던

스캇 펙이 쓴 베스트 셀러로,

평생동안 삶과 죽음의 의미를 탐색해 왔던 그의 ‘죽음관’을 담아낸 역작이다.

 

10여년간 육군 군의관으로 일 했을 때의 제법 충격적인 고백으로 시작되는데,

이미 시체나 다름없는 환자를 당시의 뇌사기준에 맞지 않는다하여

연명치료를 계속하던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간접적으로 안락사시켰던 일이 있었음을 비교적 소상하게 기술해 놓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삶의 질을 놓고서 생사를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에 대한

또 다른 경험을 기술해 놓음으로써

‘죽음을 허용하는 것’과 ‘생명을 빼앗는 것’의

애매모호한 경계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독자에게 떠 안긴다.

 

언젠가 요양병원에 들렀던 적이 있는데,

30여명도 넘을 듯한 고령자들이

침대위에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기저귀를 가는 시간대였는지,

병실 안에는 악취가 그득했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느끼기엔 한참 부족한 광경이었다.

 

인간이 가장 크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죽음일터인데,

이는 육체적이고 정서적인 고통과

고독함에 대한 두려움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우리의 의지대로 세상에 온 것이 아니며,

죽음 또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현대사회의 문명들을 바라보면

인간이 대단한 창조자인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실상 생명이 없던 것에 생명을 부여하는 일은 없다.

 

그저 주어진 상황들을 가꾸고 관리할 수 있을 뿐,

인간은 무에서는 꽃한송이조차 만들어낼 수 없는 존재들이다.

 

@HelenaLopes/unsplash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및 존엄사를 허용하는 취지에서

한국에서도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있다.

우리 사회도 본격적으로 ‘죽음’을 고민하고 있으며,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의 연명치료를 선택하지 않고

자연사하고자 하는 결정을 내렸다.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이다.

 

2005년에 타계한 저자의 꽤 오래된 저술이지만,

이 시대에도 여전히 묵직한 화두와 깨달음을 던져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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