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 : 1947~ )는
전 세계 170여개국에서 82개 언어로 번역되어
2억3천만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인기 작가이지요.
브라질 이루데자네이루 태생으로,
1986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의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그의 대표작 <연금술사>를 집필해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릅니다.
<연금술사>는 한 권의 책이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작가로써
기네스북에 기록되었죠.
코엘료는 2007년 UN평화대사로 임명되어 활동중이며,
'코엘료 인스터튜트'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빈민층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자선사업도 펼치고 있다죠.
프랑스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하는 등
여러차례 국제적인 상을 받기도 했구요.
이 작품의 번역은 이상해씨가 맡았네요.
워낙 매끄럽게 의역을 해서인지,
외국작품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였지요.
번역가는 단순히 언어를 해석/번역하는 일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연하게 일깨워줍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약간의 의역이 조금 거스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정말 잘 번역했다고 생각됩니다.
<11분>이라는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사실 별다른 생각이 드는 건 없었지요.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의 명성은 알고 있었고,
책장 한 곳에 꽂혀 있던 <연금술사>라는 책도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지나쳤던 일들이 많았었죠.
지인에게서 받았던 이 책도 책장속에 먼지를 가득 품고 있다가,
우연히 오늘 제 손에서 첫 장이 열리게 된 것인데요...
정신없이 빠져들게 되더군요.
남성으로써 여성의 세계를 너무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싶었는데,
일정부분은 실화에 기반을 두고 쓴 소설이더군요.
<11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상상이 되십니까?
남녀간의 성행위 평균 지속시간입니다.
실은 7분 정도라고 모 작가가 얘기한 것을
코엘료가 선심쓰듯 4분 정도를 더 늘려주었지요.
창녀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나 기분이 드시나요?
뭐 그리 기분좋은 단어가 아님은 분명하지요...
지구촌 어디에선가는 공창제도를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고,
설사 불법으로 금지한 나라에서조차도 사창가가 전무한 곳은 아마 한 곳도 없을 겁니다.
소설 속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매춘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 뿌리깊게 오래되었지요.
사회가 발달이 되지 않은 곳일수록,
살아갈 뾰족한 방도가 없는 일부여성들의 삶의 수단으로써
매춘은 늘 음지에서 성행했으니까요.
브라질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주인공 마리아의 성장소설쯤으로도 읽혀질 수 있는 데,
소설 전반을 휘어잡는 주제는 성과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것입니다.
세상사에 무지했던 촌스러운 여자애가
스위스의 나이트클럽의 댄서로 일하게 되고,
매춘의 길로 빠져드는 과정에 대한 흥미로운 전개가
1인칭 관점에서 실감나게 묘사됩니다.
간접경험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필력이지요.
매일 3건의 정사를 치루면서 악착스레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귀향하여 부모님과 농장을 일구며 여생을 마무리할 계획인 마리아는
1년이라는 시간을 정해두고 창녀로써 열심히 일을 하지요.
하나의 직업이라 생각하면서요.
소설 속의 마리아는 남는 시간을 도서관에서 빌린 각종 책들을 섭렵하며
정신적으로도 성숙해 갑니다.
자신들과 관계를 맺는 남자들의 일정퍼센트는
섹스보다는 허심탄회한 말동무를 필요로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그곳에서 섹스란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책에 불과하며,
사랑 없는 육체의 뒤섞임에는 아무 의미도 없음을 깨닫지요.
아직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G-스팟에 대한 확신에 찬 주장이나
오르가즘에 대한 찬사에 가까운 묘사들이
성에 대해 닫혀 있는 문화에 속한 한국인들에게
어떻게 읽힐지는 잘 모르겠네요.
단순한 육체적 만남이 아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써 서로에게 기대지 않고
독립적인 개체로써의 사랑을 지닌 채 만나는 두 성숙한 인간의 만남...
이론적으로는 깔끔하고 대단해 보이는데,
현실에서 과연 보편적으로 적용가능한 것인지는...
사실 우리들은 표준화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 표준에 따르는 삶은 안전하지만,
일탈의 삶은 무수한 비난과 질책을 각오해야죠.
제 독자들은 지성적인 사람들입니다. 어떤책은 독자를 꿈으로 이끌지만, 어떤 책은 현실에 직면하도록 만들지요. 다른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할 주제가 아니라, 작가로써 제 자신이 흥미을 느낄 수 있는 주제를 다뤄야 한다는 의미에서 한 말입니다.
- 파울로 코엘료
남녀간의 은밀한 섹스마저 어쩌면 표준화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최근에는 그나마 조금은 포용력이 넓어졌다고 하지만,
다른 어느 사회보다 보수적인 대한민국은
굉장히 제한적인 표준만을 강요하고 있지요.
그에 대한 반발로 지구상 어느나라보다도 더 많은 포르노가 횡행하고 있고
무수하게 많은 간접적인 성묘사들도 넘쳐나구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절대 입에 담아서는 안되는 금기어로 되어 있는 성행위는
사실 인간의 삶 속에서는 절대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입니다.
억누르고 감추기 급급하다보니
온갖 변태적인 일탈과 소아성애, 근친상간, 강간 등의 불행도 끊임없이 생겨나고
건전한 성문화는 요원하게만 느껴집니다.
과연 성행위가 쉬쉬하고 감추어야 할 만큼 부끄러운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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