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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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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생각의 힘. 예스24

 

콘클라베 conclave

콘클라베는 교황이 서거 혹은 사임하시면 20일 이내에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의 선거회를 칭하는 말인데, 80세 이상의 추기경들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전 국민의 성인들에게 1인 1표를 행사하게 하는 현대사회의 민주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선거법이죠.

 

'국민은 개 돼지'라고 인식하는 고위공직자의 시각이 사실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치부하기엔,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답답하기 그지 없는 면들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국민을 위한 정치권력'을 단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불행한 국가에서 살다보니, 1인 1표의 대의 민주주의가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의문이 들때가 있지요. 그렇다고, 콘클라베 같은 선거방식이라고 확실한 최선책이란 보장도 없긴 하지만요...

콘클라베라는 비밀선거를 볼 수 있는 영화가 있었지요. <두 교황>이라는 영화 속에서, 콘클라베는 상당한 시간동안 비추어집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이하 영화장면의 출처는 동일합니다.

 

교황선거의 신속함과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정착된 선거방식인 콘클라베는 바티칸 안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행됩니다. 이 곳에서 추기경들은 빵과 포도주, 물 만을 공급받으며 외부 세계와 접촉이 완전 차단된 상태로 투표를 진행하지요.

 

 

투표는 오전과 오후에 비밀투표로 진행되면서, 3분의 2 이상의 득표수가 나올 때까지 계속되지요. 투표가 끝나면 투표용지를 태워 연기로 외부에 결과를 알리는데, 흰 연기가 나오면 새 교황이 선출되었다는 표시라고 하지요.

 

영화 <두 교황>은 이러한 과정을 비교적 소상히 보여줍니다. 자진 사임으로 바티칸을 뒤 흔들었던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담은 이 영화는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되었었지요. 종교 영화인것 같지만, 실존했던 두 교황님들이 나누는 삶에 대한 회고와 설전을 통해 여러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기회를 갖을수 있는 잔잔한 철학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티나 성당 얘기를 하려다, 외딴 길로 빠졌네요...

오래 전, 시스티나 성당을 들렀던 적이 있었지요. 카톨릭 교회의 수도이자, 교황이 지내는 성지인 이 곳은 일년내내 교인들과 관광객들로 늘상 붐빕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당을 짓기 위해, 면죄부를 팔기도 했던 흑역사도 아픈 교훈으로 새겨져 있겠지만, 인간들의 역사에 진실되고 오롯이 참 된 것만 있지는 않은 것도 어쩔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니까요...

시스티나 성당에는 유명한 천장벽화들이 정말 많지요... 미켈란젤로가 그린 이 프레스코화들은 천지창조를 주제로 4년여에 걸쳐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프레임 등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조수 1명도 두지 않고 미켈란젤로 혼자서 기적적으로 완성하였다고 하는 믿지못할 얘기도 들립니다. 이 과정에서 미켈란젤로는 교황과 싸우기도 하고 등이 기형적으로 휘는 등 육체적 고통도 뒤따랐다고 하지요...

 

 

이러한 프레스코화를 보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말 그대로 동선을 따라 거의 밀려다니다 시피 하지요.

제가 그곳에 갔을 때도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시대라면, 아마 급속도로 코로나가 퍼져나갈 환경이었지요... 따닥 따닥 붙다시피 몰려다니며 천장의 그림을 보다보면 목이 다 아플지경이었지요.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그림을 그린 미켈란젤로는 오죽했겠습니까? 게다가 회 반죽을 바르고 그것이 마르기 전에 물감칠을 해야하는 프레스코화 제작과정의 특성을 고려해보자면 가히 기적적인 작품이라고 할 만 하죠.

 

그런데 그렇게 고생고생하면서 보게된 <천지창조>를 포함한 많은 천장화들의 모습이 영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색이 바랠대로 바래 우리가 익히 봐 왔던 그 그림을 겨우 윤곽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수 많은 사람들이 내 뿜는 이산화탄소의 열기와 각종 먼지와 오염물들로 세월의 더깨가 내려앉아버린 프레스코화들은 그나마 아슬아슬 버티고 있는 듯 안쓰럽게 보이더군요.

 

 

이렇게 아픈 미술작품들을 치료하는 '미술품의사'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제가 방문했을 당시는 이제 막 치료에 들어가려던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보존가와 미술 복원가들에 의해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는 다시 선명한 색상을 되 찾고 방문자들에게 영감을 주며 맞이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이 책은 '미술품의사'인 미술 보존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미술품과 각종 조각들을 예술적 관점에서 바라보기보다는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작품들의 물리적인 특성에 주목해 손상과정과 이유에 대해 분석하고 어떻게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지 고민하는 사람들 말예요... 흔히 여유있는 사람들만의 사치품으로 여기는 미술작품들이 시대를 바꾸는 영감의 원천인 경우는 넘치게 많습니다. 지금의 경이로운 과학발전도 예술이 큰 한축이 되어 이루어 낸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얘기지요.

 

과학고와 카이스트 출신의 이과생이었던 저자는 여행중 우연히 미술품 복원의 세계로 빠져들어 영국에서 회화보존을 공부하고 돌아와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네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미술 복원이라는 낯선 분야임에도 꽤나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아마 미술애호가라면 누구가 소장하고픈 책일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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