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지면서, 분비물이 많아지고 냄세가 심해진다."는 전형적인 질염의 진행과정을 보여주는 말입니다. 모든 연령대의 여성에게는 언제든지 걸릴 수 있는 경증 질환이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골반염 등의 합병증으로 번지게 되면 꽤 고생할 수도 있고 수술까지 해야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작은 담뱃불씨 하나가 어마어마한 지역을 홀라당 태워먹듯이 말이죠. 요즘 질염 관리를 위해 유산균을 먹으면 좋다고 광고도 꽤 하던데요... 과연 그럴까요? ^^
질염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먼저, 정상 질내 상태에 대해 알아봐야 겠지요. 그전에 사전지식 하나 알아보고 갈께요.
우리 몸의 표면은 대부분 표피에 의해 보호를 받는 피부로 둘러싸여 있지요.
피부는 균열만 없다면 사실 외부의 침입자들(병원균)이 파고들 여지가 없는 꽤나 탄탄한 방어막입니다.
문제는 성곽(피부) 군데 군데 어쩔수 없이 만들어진 출입구가 '아킬레스의 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출입구는 작게는 모낭으로부터 크게는 입, 코, 귀 등 의 구멍 등을 말합니다.
끊임없이 대사활동을 하며 에너지를 생산 소모해야 하는 생명체로써는, 섭취와 배설을 위해 어쩔수 없이 통로가 있어야만 하니까요...
겉 피부에서 몸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는 단단한 피부가 아닌 부드러운 점막으로 되어 있지요.
점막은 작은 틈새를 이용해 흡수와 배출작용을 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피부에 비교하면 외부 침입자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합니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 몸의 점막표면에는 내재균(상재균 혹은 이익균 등 여러 용어로 불립니다.)이라는 이익균들을 상주시켜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병원균들을 막아내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물론 피부에도 또한 상재균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관련 이야기는 다른 포스팅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습니다.

우리 몸 속 장의 표면은 내부일까요? 아님 외부일까요?
몸 속이니까 당연히 내부일꺼라 생각하시겠지만, 그렇다면 물어보지도 않았겠지요? ^^
깊이의 정도는 다르지만, 여성의 질 내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굳이 해부학적 모양으로 따져보지 않더라도, 질강은 외부 공기와 끊임없이 접촉하고 있는 부위이기 때문에 외부에 존재하는 온갖 미생물들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부위입니다. 입 속 점막처럼 말이죠... 우리 몸의 점막에서는 피부와는 달리 끊임없이 항균작용을 하는 점액을 분비하여 점막을 보호합니다. 거기에다가 점액 속에 상주하는 터줏대감 내재균들을 보디가드처럼 부려먹지요. 다른 병원균들이 질 점막에 들러붙지 못하도록 텃새(?)를 부리는 거죠. 피부에 비해 약한 점들을 보완하는 완충책이라고 할수 있죠.
질강내의 건강상태는 이러한 내재균들의 상태와 바로 직결됩니다.
가장 중요한 내재균은 바로 젖산균(Lactobacillus)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젖산을 생산하는 세균이어서, 젖산균이라 불리지요. 산을 생산해내어 질내 산성도는 늘 PH가 5.0 정도로 유지시키는데 큰 몫을 하지요. 젖산균을 대장으로해서, 여성들의 체질과 상태에 따라 수 종의 내재균들이 각자 다르게 구성되어 질강상태를 건강하게 유지시킵니다. 흔히 발견되는 내재균들은 몇 종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간혹 병원균들이 섞여 있다해도 젖산균과 동반되어 있는 내재균들이 든든하게 질강을 점령하고 있으면 큰 문제를 일으키지 못하고 구석에 숨죽이고 있을수 밖에 없지요.
마치, 건장한 청년들이 가득한 버스안에서라면 왠만한 불량배가 함부로 못된 짓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엇비슷합니다...
젖산균을 포함한 내재균에 의해 만들어진 건강한 질 점액에 의해, 건강한 상태에서의 질강은 적절한 점도로 유지되지요.
그런데, 젖산균은 비교적 외부요인에 취약한 편입니다.
스트레스나 과로 등으로 몸 상태가 피곤하기만 해도 젖산균의 질내 농도는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젖산균들이 줄어들어 취약해진 그 틈을 이용해 외부에서 병원균이 침투해 들어 와 번식하거나 숨 죽이며 눈치만 보고 있던 균들이 득세를 하게되면 질염으로 진행이 됩니다.
질강안에서 보이지 않는 세력다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요. 균들의 전쟁말입니다...
다행히도 몸의 컨디션이 회복되면 젖산균들도 덩달아 기운을 얻습니다. 파워가 쎄진 젖산균들은 지지세력인 내재균들과 협동으로 병원균들을 처치하지요... 그렇게 되면 병원균들의 쿠테타는 실패로 끝나고, 질강내에는 평화가 다시 찾아옵니다. 충분한 휴식을 통해 몸 컨디션을 회복하면 가벼운 질염이 자연치유되는 이유입니다. 상기도 감염인 감기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질염을 아래로 걸리는 감기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지 못할 경우의 일이지요...계속되는 스트레스와 피로로 몸의 면역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회복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질강 내 병원균의 쿠데타는 성공하게 되고 온통 난리가 나게 되지요.
병원균이 어떤 종류인가에 따라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생선비린내가 나는 세균이 비교적 자주 침입하는 병원균 중 하나이고, 치즈 같이 하얗게 끈적이는 특징적인 분비물이 나오는 곰팡이가 감염되기도 하지요. 곰팡이 질염은 심한 가려움증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지요. 병원균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흔히 항문으로부터의 대장균이나 트리코모나스라고 부르는 원충류의 감염이 비교적 흔한 편입니다.
치료제는 침입한 병원균에 따라 적합한 약제를 선택해야 합니다.
병원균이 질벽세포들에게 해코지하면서 만들어지는 온갖 유해 대사산물들이 바로 질 분비물이고 다른 말로 '냉대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피곤하고 힘들때면 자주 감기에 걸리는 것 처럼, 대부분의 질염도 피곤하고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때 발병합니다.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면역력이 감소된 상태가 지속되면, 질염을 일으켰던 병원균들은 자궁경부의 방어막을 뚫고 골반강내로 세력을 확장해 나갑니다.
우리 몸 속의 면역체계들도 외부에서의 침입자들을 막아내려 애쓰지만,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점점 상황이 악화되기도 하지요.
그리하여 감기가 기관지염, 폐렴등의 합병증으로 진행되듯, 질염은 골반염, 골반농양증으로 악화되기도 합니다.
모든 합병증이 그렇지만, 때로는 심각한 상태로까지 진행될 수도 있으니 초기단계에서 진압하는 게 중요하지요.
쭉 살펴본 것처럼, 질강내의 건강상태는 젖산균의 건강상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유산균을 먹으면 질염에 좋다는 얘기들이 나온 것 같은데 인과관계는 크다고 보기 힘듭니다. 먹은 유산균이 해부학적으로 질강내로까지 갈 수 있기나 할까요? 장내유산균제재들도 위산에 파괴되어 장까지 가는 유산균들은 정말 미미하다고 하는데 말이죠. 물론 유산균 복용으로 몸 상태가 좋아진다면 그로 인해 젖산균이 자리를 잡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네요...직접적인 효과보다는 간접적인 효과로 말이죠.
심지어는 요구르트로 뒷물을 하는 것이 질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빈약한 얘기들도 나돕니다만, 입증이 안된 '카더라'에 불과하지요.
질염은 여성의 몸 상태를 알려주는 일종의 바로미터와 같습니다.
분비물이 많아지고 냄새가 나는 등의 질염 증상이 나타난다면, 내 몸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휴식을 취하라는 경고등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가벼운 질염증상이 있을때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시고, 낫지 않을때는 즉시 전문가의 진찰을 받으셔야 합니다.
'건강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당뇨에서 쓸 수 있는 약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12) | 2025.03.13 |
---|---|
전당뇨(Pre-diabetes)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32) | 2025.03.12 |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의 의료질 평가란? (3) | 2025.03.06 |
부정출혈. 부정출혈 원인. 생리 부정출혈.정상 생리. 경구피임약. 배란장애. 스트레스. (10) | 2025.03.02 |
수정, 착상, 임신에 관한 이야기 (26) | 2025.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