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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단상] 소향. 싱어게인. 적자생존.

by 차니워니 2020.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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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향. 나가수2. 준결승에서 캐롤 선택.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이하 사진 출처는 동일함

소향 - 오 홀리 나잇, I Am a Singer2 20121223

 

"2012년 가왕을 꿈꿨던 소향 씨의 무대입니다."

긴장을 촉발하는 배경 효과음 속, 사회자의 안내멘트에 이어 가수 소향씨가 무대로 걸어나옵니다.

 

경쟁자들 모두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고음으로 편곡한 노래들을 장착하고 칼을 갈고 나오는 '나는 가수다'란 프로그램에서 소향 씨가 감미로운 멜로디의 캐롤을 경연곡으로 준비했다고 하자, 다들 의외라고 여기는 듯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 내 목소리를 가장 잘 나타낼수 있는 노래이기도 하고, 15년 동안 내가 칼 갈고(?) 불렀던 노래라서..."

 

소향 씨는 웃으며 말했지만, 15년간 칼을 갈았다는 그녀의 노래는 제겐 수십 번을 되들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멋진 무대로 느껴집니다. 그 오랜 시간동안 갈고 닦은 그녀의 노래솜씨는 정말 예술입니다.

 

노래9단. 흥부자댁 가수 소향

 

그녀가 부른 동명의 곡들이 여러 버전으로 유튜브에 올라와 있지만, 매 번 노래의 색깔은 다릅니다.  오래 전의 동영상들은 음질이 떨어지는 면도 있지만, 지금과는 기량이 확연히 떨어지는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갈고 닦여질 때마다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눈에 띄게 보이죠.  나가수2에서의 원숙한 무대를 펼치기까지 그녀가 노력하고 애쓴 시간들이 충분히 상상이 됩니다.

 

소향씨는 대한민국에서 고음과 테크닉에서는 둘째가라면 서운할 수준의 가수이죠. 가창력도 뛰어나지만, 작사 작곡에 글 솜씨도 좋고 만화그리기와 인테리어에도 소질이 있다고 하지요.  CCM 가수답게, "사랑, 그 완벽한 알고리즘에 대하여"라는 책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해 쓰기도 했죠.

CCM 그룹 리더 김희준씨와 결혼하였고, 초기 자궁암으로 수술후 임신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노래부르는 목적을 상처받고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다독이기 위해서라고 밝힌 그녀는, 각종 경연대회 무대에서 여러 곡의 커버를 불러 그녀의 뛰어난 가창력을 많은 이들에게 각인 시켰지요.

 

최근에는 여러 드라마의 OST 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풍부한 성량과 방대한 음역을 타고났다고 해도 꾸준하게 연마한 창법이 없었다면, 지금의 안정적이고 파워넘치는 믹스보이스 창법은 완성되지 못했을 겁니다.

호흡조절능력과 호흡량도 매우 뛰어나, 종종 상상을 초월하는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jtbc 싱어게인 1라운드 PERFECT 무대 모음

요즘 즐겨보는 경연프로그램 중 하나가 jtbc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동시 방영하는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인데요...

무명가수들이라고는 하지만, 더러는 꽤나 유명했던 곡을 부른 가수도 있고 백인백색의 개성을 지닌 가수들이 모여 있으니... 화려한 부페잔치 같은 프로그램이죠.

영국에서 제일 먼저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실 이런 류의 경연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져 일일이 다 찾아보기는 시간상 쉽지 않을 정도지요.

 

무대 위에 자신의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워지면서(수감자도 아닌데 참...) 시청하는 저에게 무명가수의 설움이 더 진하게 배여듭니다.

연예계에서의 성공은 다른 어떤 분야에 비해서 결코 쉽지 않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게다가 실력만으로 꼭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 곳이라 하지요. 적절한시기에 따라주는 운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어떤 무명가수는 듣기에도 대형 흥행가수로 크기에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무명가수라는 분들의 노래실력은 매우 출중하다고 느껴지더군요.

왠지 대중의 관심을 받을 기회가 없었고,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무명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말이죠.

 

얼마나 많은 무명가수들 중에서 선발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 땐 잘 나갔지만 잊혀진 비운의 가수나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재야의 실력자 '한번 더' 기회를 주겠다는 신개념 오디션 프로그램을 표방했는데요.... 시청률이 8.3%에 도달해 신드롬 급 인기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도 있네요.

사무실 창가에 놓인 화분을 멍 때리다가 문득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작은 화분들에 강낭콩을 심어왔는데, 작은 한 알의 콩이 최소 6~7개의 튼실한 강낭콩들로 불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도 적지 않았습니다.

간접이긴 하지만, 햇살을 향한 애절한 구애도 참 일관성 있게 보아왔지요.

그러던 어느날, 백일홍 씨앗을 구입하게 되었죠.  마트 갔다가 눈에 띄어 즉흥적으로 손에 쥐었던 건데, 재배조건을 보니 막상 사무실 안 환경과는 그닥 맞지 않더군요.

그래도 화분 속에 콩과 함께 드문 드문 심었습니다.

 

참 왕성한 번식력을 지닌 힘이 있는 놈입니다. 콩이란 녀석은요...

반면에 콩이 무성한 잎새를 펼치며 커져갈 때 조그만 기미도 보이지 않던 백일홍이 어느샌가 비 좁은 콩들 사이에서 고개를 삐쭉 내밀더미... 차마 연약해서 건드리기도 무서울 정도로 비실비실 키를 키워가는게 보이더군요...

 

 

콩의 왕성한 번식력 때문일까 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옆의 공기청정식물 옆에서 싹을 틔운 백일홍들도 갸날프긴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하지만, 확실히 콩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이는 것들보다는 더 실해보이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에도 기가 너무 쎄서, 곁에 있는 것이 너무 힘든 사람도 있잖아요...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한 개만 놔두고 다른 콩 나무(?)는 제거해 주었더니 다섯개의 백일홍들이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창문을 향해 열심히 자신들의 키를 키우더군요...허리가 심하게 휘어지도록 말이지요...

 

무슨 생각이었는지, 화분을 180도 돌려놨습니다.

아마, 너무 휘어진 허리가 위태로워 정 반대방향으로 돌려 놓으면 어느 정도 펴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대 참사가 벌어졌지요...

 

 

거의 일주일 가량을 살아보겠다고 몸부림 치던 녀석들 중 세 녀석은 그래도 방향을 트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두개의 백일홍은 그만 장렬히 사망하고 말았어요...

말라비틀어져 죽어버린 백일홍...

차마 쳐다보기도 미안하네요...제 방정맞은 손길에 꽃 한번 피워보지도 못하고 스러져버렸으니까요...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제가 뿌렸던 백일홍 씨들에 비해 싹을 틔운 것들은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기회를 엿 보며 땅 속에서 숨 죽이고 있는 것인지, 발아에 실패하여 땅 속에서 거름으로 변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찌보면 기회는 모든 백일홍 씨앗들에게는 어느정도 균등했다고 생각합니다.

적자생존...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는 의미로 흔히 쓰이는 말이죠.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이나 집단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로 <다윈의 진화론>과 연관되어 생각들 하지만, 1864년 영국의 사회학자인 허버트 스펜서가 처음 사용한 사회학 용어라고 합니다.

한때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로 본래의 의미를 왜곡해서 사용하기도 했었죠.

혹자는 우리네 살아가는 세상이 정글과도 같은 경쟁사회이고, 적자생존의 엄연한 법칙이 적용되는 살벌한 곳이라고 합니다.  복지제도가 체계화되어 있지 않는 국가에서는, 한 두번의 실패가 곧 생존의 위협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게 현실입니다.

 

개인의 처절한 노력이든 우연한 행운이든 승자가 모든 것을 다 차지하는 사회가 결코 행복할 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지요.

화분 속에서 역경을 견뎌내지 못하고 말라비틀어져 버린 백일홍을 보면서, 문득 사람에게는 저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노력하고 애쓴 상태라면 더 더욱 말이죠...

 

문득 넓은 콩잎새 사이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게 열매을 맺은 크고 작은 초록의 콩깍지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작은 결과물일지언정,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치렀을 치열한 노력들이 새삼 느껴집니다.

 

그렇게 우리들 모두는 한 세상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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