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는 국화과의 여러해 살이 풀로, 원산지가 유럽 알프스 이군요.
고산지역에서 살면서 주로 건조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고 합니다.
에델바이스란 '고귀한 흰 빛'이란 뜻으로, 알프스의 영원한 꽃이기도 하지요. 별처럼 생긴 하얀 벨벳 느낌의 이 꽃은 '순수'의 상징이기도 하지요. 눈 속에서 피어난 기품있는 모습은 등산인의 동경대상이기도 하구요.
다이소에서 구입한 3종 세트를 터서 사무실 안의 작은 화분들 터줏대감들 틈바구니에 심었었는데, 그 중 한 종만이 싹을 틔웠습니다.
자라나는 모습으로 보아 한 종만이 그것도 뿌린 씨앗의 삼분의 일 정도만 발아를 한 것 같은데, 씨앗 봉투에 쓰인 작은 표지글로 봐서는 백일홍이 제일 유력해 보였지요.
식물을 거의 알지 못하는 터라 무엇이 자라 올라오는지도 잘 몰랐지만 엇 비슷한 환경에서도 참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자라더군요. 게다가, 가녀리게 피어나는 줄기가 정말 위태위태해 보였습니다.
정말 바람한번 훅 불면 툭 부러져 버릴 정도로 연약해 보이더라구요.
우려했던 바대로 건조한 실내 공기를 견디지 못하고 말라죽는 녀석들이 속출했습니다. 도데체, 무슨 속셈으로 저렇게 부실하게도 자라올라가는 걸까요?
사상누각[ 沙上樓閣 ]... 딱 그 모습입니다.
그렇게 아슬아슬 키를 키워가더니, 어느날 드디어 꽃 망울이 터졌습니다. 애초에 피어났던 15개중 7개는 말라비틀어져 흔적만 겨우 남긴 상태가 되어 있는데, 남아 있는 8개중 최초로 개화를 한 것이에요...
근데 이게 도데체 무슨 꽃일까요?
씨앗 봉투에 적힌 페튜니아, 에델바이스, 백일홍 3종의 꽃... 그 어느 것과도 같아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둥글고 뭉툭한 꽃모양의 페튜니아와 백일홍 보다는 에델바이스 쪽에 가깝게 보입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에델바이스와는 달라 보이지요...
씨앗을 잘 못 분리해서 판매한 것일까요? ^^
어쨌든, 보기에 뿌듯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네요.
어찌나 갸날프게 흔들리며 피어있는지, 정말 애지중지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그 옆에 무수히 피어있는 콩꽃에 비하면 말이죠.
콩 꽃은 정말 어디에 던져놔도 강인하게 잘 살아갈 녀석처럼 느껴진다면, 이 이름을 알수 없는 여린 꽃은 온실 속의 화초나 다름없이 느껴집니다. 외유내강일지도 모르지만요...
무슨 협력관계라도 맺었는지, 아님 뒷거래라도 있는 건지 두 개의 콩 줄기가 얽히고 설켜있네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엉켜진들 어떠하리..."
이방원이 정몽주를 회유하기 위해 지은 하여가[何如歌]가 생각나네요...
정치적, 이해타산적으로 맞지 않는 상대를 능글거리며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이방원이나, 강자와 약자의 서열이 명확하게 드러났음에도 단심가(丹心歌)로 지조를 지키려는 본인의 의지를 굳건히 표명한 정몽주 또한 새삼 다시 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이리저리 얽혀 있는 세상, 어찌됐든 화해와 조화로 복잡한 세상사를 풀어나가야 할 터인데... 한국의 정치판은 늘 퍽퍽한 고구마 먹듯 답답함 그 자체입니다.
이름을 알지 못해, 그냥 에델바이스라고 생각하기로 한 사무실 화분 속의 작은 꽃을 가만히 멍 때리며 들여다 보고 있으면 잠시나마 작은 위로가 됩니다.
연약하고 힘도 없이 비실대는 것 처럼 보이지만, 저렇게나 예쁘고 가녀린 꽃을 피워내 시선을 유혹하는 녀석을 보고 있으면 말이죠...^^
굵은 줄기로 튼튼하게 작은 화분흙속에 박혀있는 튼실한 선배에게 살짝 기대어 놓았습니다. 만수산 드렁칡이 엉키듯 서로 얽히며 조화롭게 살아보라고 말예요.
사실 어느 조직이든지 그 크기에 무관하게 늘 파벌이 있게 마련입니다. 없다면야 그야말로 행운이겠지만 말이죠. 각각의 파벌간에 치열한 정쟁과 시기 질투의 피비린내나는 전쟁이 유무형의 형태로 펼쳐집니다. 그것은 결코 멈추지 않고 진행되어 온 인간사였지요...
www.youtube.com/watch?v=tu-lcwhZcEs
Edelweiss, edelweiss every morning you greet me
small and white, clean and bright you look happy to meet me
Blossom of snow may you bloom and grow Bloom and grow forever
Edelweiss, edelweiss Bless my homeland forever
1965년의 고전명화 <사운드 오브 뮤직>도 나치 독일에 합병되는 오스트리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의 노래가 가득한 작품이죠. 다음해에 아카데미 5개 부문을 휩쓸었던 이 영화는, 마리아 폰 트랩의 자전적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 실화라고 해요.
이방원이 정몽주를 회유하듯, 나치 독일은 영화 속 주인공 오스트리아의 폰 트랩 대령을 자기 진영으로 소집하지요. 나치와 함께 할 뜻이 없었던 폰 트랩 대령은 오스트리아 민요대회에 출전을 가장하여, 나치의 지배를 피해 조국을 떠나 망명을 시도합니다.
나치 치하를 벗어나기 위해 가족들의 목숨을 건 탈출을 계획하며, 민요대회에서 폰 트랩대령 가족이 부른 <에델바이스>는 사랑하는 조국과의 이별을 의미하는 것이었죠. 이 노래의 의미를 잘 아는 객석의 관중들이 합창으로 화답할 때는 정말 가슴 뭉클하지요.
www.youtube.com/watch?v=z6-P3pFhm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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