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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이야기

배란.수정. 착상. 임신이야기. 영화 그래비티. 자궁외 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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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래비티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이하 사진출처는 동일합니다.

 

2013년 개봉되었던 영화 <그래비티>를 보신 분들은, 소리도 산소도 없는 우주 공간 한 가운데 남겨져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그리는 산드라블록(우주비행사 역)의 열연을 기억하실 거예요.

8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비롯하여 7개 부문을 휩쓸었고, 그외 다수의 영화시상식에 수도 없이 많은 수상기록을 남긴 걸작 중의 하나지요.

 

우주공간에서 허블 망원경을 수리 중인 라이언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가벼운 일상대화를 나누며 우주공간에 머물던 두사람.

 

영화 속에서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선 밖에서 작업중이던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은 파괴된 인공위성의 잔해에 부딪혀 우주왕복선이 박살이 나면서 우주공간 속으로 미아가 되어 떨어져 나갑니다.

소련이 미사일을 쏴서 인공위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이 꼬이면서 발생한 참사였죠.

 

미사일에 의해 폭파된 소련의 인공위성은 라이언의 우주왕복선을 덮치고...
폭팔의 여파로 뱅글뱅글 돌면서 지구로부터 멀어져 가는 라이언의 모습

 

폭발의 충격으로 밑도 끝도 없는 공간으로 튕겨져 나가는 라이언의 모습과 그녀의 시각에 잡히는 회전하는 우주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보면서, 마치 내가 극장 안에서 우주 공간 속으로 튕겨져 나가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혀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지구로부터 600km 상공 우주는 온도가 영하 100도와 영상 125도를 오르내리고 소리를 전달하는 매질이나 산소가 없어 인간의 생존은 불가능한 공간이지요.

 

막막하고 어두운 드넓은 우주공간에서 기적처럼 라이언을 찾아낸 코왈스키
생명줄과 같은 벨트로 서로를 연결하고 우주왕복선을 향해 얼마 남지 않은 추진연료를 사용하는 장면

 

코왈스키는 추진력을 갖춘 우주복을 입고 있었고, 우주 공간을 배회하던 라이언을 찾아 구해냅니다.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일지는 모르겠지만, 소 뒷걸음치다가 쥐 밟은 상황같아 보이더군요...

그리고 끈으로 연결해서 우주왕복선과 가까이 있었던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어렵사리 이동을 시도하지요. 동료들은 모두 잃은 상태였지요.

 

가느다란 벨트 줄에 발이 걸려 있는 라이언과 라이언에 연결되어 있는 코왈스키...코왈스키는 둘다 죽을 위기가 다가오자 스스로 줄을 끊습니다.

 

제한된 추진연료와 산소 때문에 정말 아슬아슬하게 죽기 직전에 ISS에 라이언 혼자서만 도달합니다.  코왈스키의 자기 희생덕에 말이죠...

위 사진과 같은 상황이었으니, 어쩔수 없는 상황이긴 했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중국 우주정거장의 탈출용 우주선으로 옮겨갈 궁리를 하고 있는 라이언

 

ISS 에서 중국의 우주정거장 텐궁으로 다시 이동하여 그곳의 탈출용 우주선을 사용하여 지구로 귀환하기까지 영화는 아슬아슬하고 촉박한 위기상황들이 숨쉴틈 없이 이어집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구에 도달한 라이언이 두다리로 힘겹게 지구의 땅을 딛고 일어서면서 영화는 끝이 나지요.

 

지구의 호수에 불시착한 중국의 탈출용 우주선
드디어 막막한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온 라이언

 

때론 중력의 힘이 미울 때가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든든하게 버팀목처럼 땅을 딛고 설 수 있어서 중력은 우리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주로 들어가게 되면 무중력 상태가 되기 때문에 지구에서의 경험칙들은 모두 무용지물이지요...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해서 그 깊이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무것도 잡을 수 없고 추진력 없이는 움직일수도 없는 우주공간, 그것도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하고 어두운 공간이 주는 공포감은 이 영화가 끝날때까지 가슴졸이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였죠.

문득, 이 영화의 상황이 인체 내에서 벌어지는 상황 하나와 꽤나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바로 임신이 되는 과정, 수정 이야기예요.

 


 

다들 아시겠지만, 수정은 정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치열한 생존 경쟁의 과정입니다.

하지만, 난자의 입장에서도 크게 달라질 건 없습니다...  다만, 기다리는 입장일 뿐이긴 하지만 이미 치열한 경쟁을 한 차례 치룬 상태이니까 말이죠...

 

 

난자가 수 백만대 일의 경쟁을 거쳐 선발되어 난소로부터 배출되어 나오면(이 과정을 배란이라고 하죠...), 이때부터 난자의 시한부 생애가 시작됩니다.

대개는 난자의 생존기간이 1일 정도(하루살이...?)라고 하지만, 배란 직후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난자의 생명력은 희미해져 갑니다.

영화 <그래비티>에서도 늘 추진연료나 산소 등이 빠른 속도로 소모되어 관객들의 애간장을 태우죠.

 

 

사정된 정액 속에는 수 억에 가까운 정자들이 있고, 이들의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그야말로 지구상 그 어떤 경쟁보다도 치열합니다. 정자 한마리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시면, 그 경쟁이 얼마나 치열할지 실감이 나실 겁니다.

각각의 정자들은 대략 2~3일 분의 에너지만을 가지고 남성의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우주공간으로 튕겨져 나가는 라이언처럼 말이죠.

 

 

PH 4.0~5.0 사이의 산성 상태 질내 환경은 아무리 알칼리 성분의 정액으로 둘러싸여 보호받고 있다하더라도 금방 수도 없이 많은 정자들을 희생시켜 버립니다. 마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육지에 도달하기도 전에 적군의 총탄에 무수히 많은 병사들이 사망하는 장면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자궁경관의 좁다란 통로에는 점액이 끈끈하게 포도주 마개처럼 입구를 막고 있다가, 가임시기에만 작은 구멍을 내어 정자들이 통과할 수 있는 조그만 길을 만들어 줍니다.

그야말로 좁디 좁은 끈끈한 통로를 몸부림치며 헤엄쳐 빠져 나가야 하지요.

스릴러 영화보면, 천정의 좁은 통로를 통해 빠져나가는 장면들 자주 보시잖아요...꼭 그 모양새이지요.

 

 

그렇게 어렵사리 난자가 있는 곳에 도달한 수백마리의 정자들 중 오직 한 개만이 수정을 위해 난자 속으로 파고듭니다.

난관의 길이는 대략 15cm 가량이고, 정자의 운동 속도는 분당 1~4mm 이니 사정후 약 40 여분이 지나면 난자까지 도달하는 셈입니다. 물론 자궁경부와 자궁 속을 통과하는 시간은 빼고 말이죠...

그렇게 만난 정자와 난자는 각자의 핵 속에 보유하고 있는 유전정보를 이용해 수정란을 만들어냅니다.

일종의 핵 융합을 하는 것이지요.

 

 

난자의 생존기간이 평균 1일,정자의 생존 기간이 평균 2~3일에 불과한 데 수정란의 생존기간은 평균 1주일이 넘어가니... 이는 두 정자와 난자의 핵 융합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밖에는 설명이 안되는 거니까요. 물론 우리가 과학시간에 배웠던 물리적인 핵 융합과는 결이 다르겠지만요...

정자와 난자는 매번 똑같은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수 조개의 세포들 하나하나가 모두 똑같은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듯이 말이죠.

그런데 똑 같은 부모밑에서 태어난 형제자매들이 서로 서로 다른 개체가 되는 것으로 보아, 핵융합과정에서 뭔가 새로운 창조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과학적으로 1+1= 3 이 성립될 수도 있는 신비로운 순간이란 의미입니다.

어찌됐든, 정자와 난자의 핵이 결합하면서 수정란이 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유전자 지도가 새로이 형성됩니다.

 

 

 

핵융합이후 수정란은 난자 안에 남아 있는 영양분을 소모해 가며 바로 세포분열을 시작하지요.

그러면서, 자궁을 향해 꿈틀거리며 움직입니다.

 

다리도 없고 꼬리도 없는 수정란이 좁은 나팔관 통로를 이동해가는 일은 녹녹치 않은 일입니다.

정상 나팔관 안쪽의 섬모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수정란의 에너지가 고갈될 때까지 자궁 속으로 진입하지 못할 수도 있지요. 환호하는 관중들 위로 락 가수가 드러누우면, 관중들이 손으로 받쳐서 이동시켜주듯이 그렇게 나팔관의 섬모들이 수정란의 이동을 도와주는 거지요.

 

나팔관 안쪽의 현미경 확대 사진들...가느다란 섬모들이 정상나팔관에서는 아주 많이 관찰됩니다.

 

골반염을 앓았다거나 기타 여러 이유로 정상적인 나팔관의 섬모들이 망가져 있다면 수정란의 이동 속도는 현저히 느릴수 밖에 없습니다.  느리게 이동하다가 방전 직전이 된 수정란은 급한 마음에 나팔관에라도 뿌리를 내려버리게 되죠.

이것은 결국 나팔관 임신, 즉 자궁외 임신의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자궁외 임신의 일정부분은 수정란의 오류로 인해 정상 나팔관의 상태임에도 나팔관을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하여간, 임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나팔관에 수정란이 주저앉아버리는 비극은 결국 수술적 치료를 요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곤 하지요.

수정란이 분열을 계속하면서 5~6일에 걸쳐 나팔관을 이동하면 드디어 자궁강 내로 진입하게 됩니다. 자궁 속에서도 수정란은 정착할 자리를 찾아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착상하는 위치가 각각의 임신마다 천차만별이거든요.

식물의 씨앗이 바람에 실려 날아가다, 어느 비옥한 땅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는 모습이 상상이 되시나요?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하는 과정 또한 씨앗이 땅에 뿌리를 내려 커져가는 생존과정과 크게 다름이 없습니다. 식물의 뿌리가 태아에게는 태반에 해당하지요...

이렇게, 착상을 한 수정란은 끊임없이 태반을 만들어가며 엄마의 자궁벽 혈관과 연결되면서 영양분을 공급받게 됩니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라이언이 지구땅에 발을 디딘 것처럼, 수정란도 이제 한 숨을 내 쉴수 있게 된 것이지요...


정자가 난자를 찾아가는 숨가쁘고 긴박한 순간은 영화 <그래비티>에서 라이언과 코왈스키가 국제우주정거장을 찾아가는 장면으로 오버랩되고, 이어 라이언이 중국 우주정거장으로 옮겨가는 과정은 수정란이 나팔관 속을 이동해 가는 과정과 겹쳐집니다...모두 한정된 에너지를 가지고 딱 한번의 기회만이 주어진 절대절명의 시간들이죠...

수정과 착상까지의 과정은 대략 일주일 정도가 소요되고, 착상 후에 자궁벽의 혈관과 연결을 갖게 되기까지 2~3일이 추가로 소요됩니다.

그러기에 평균적으로 수정후 일주일이 지나고, 착상이 어딘가에 되었다면 여성의 소변에서 태반에서 나오는 임신성호르몬이 검출되기 시작합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임신테스트기는 굉장히 정확하기 때문에, 아주 극소량의 임신성호르몬에도 반응합니다.  테스트기의 불량률도 매우 낮습니다.

혹시라도 임신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먼저 약국에서 테스트기를 구입해서 검사하시면 쉽고 빠르게 임신여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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