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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단상] 글을 쓴다는 것. 글을 읽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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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는 데 책은 거의 백 퍼센트의 역할을 하죠.오직 책만이 한 사람을 작가로 만듭니다. 경험도 아니고, 주변 사람도 아니고, 정말 책 만이 온전하게 작가를 만든다고 저는 생각해요.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작가는 독자였죠. 작가에서 출발해서 독자가 되는 사람은 없어요. 제가 우리나라의 동료 작가들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작가들에게도 물어 봤는데 다들 비슷한 과정을 거쳤어요.처음에는 특정한 소설, 특정한 작가의 열렬한 독자가 되죠. 그것을 읽다가 그보다 더 깊은 만족을 주는 다른 작가, 다른 책들을 읽게 됩니다. 어느 정도 읽다보면, '나도 이런 것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그런 때가 있어요. 자기 안에서 쓰고 싶은 내용과 자기가 읽어온 책들이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하는 거죠.그게 대부분의 작가의 시작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작가들은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해서 그것을 다시 쓰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자기가 읽었으나 백 퍼센트 동의 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서 자기 나름의 응답을 하는 것일수도 있어요...."

 

- 작가 김영하 <말하다. talk.>에서

 

 

@craftedbygc/unsplash

 

요즘 한창 김영하 작가의 작품들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유시간이면 유튜브, 웰메이드 드라마와 영화들이 끊임없이 유혹해 책 읽을 시간을 빼앗아가긴 하지만, 오롯이 1~2시간 정도는 조용히 책에 집중하곤 합니다. 그게 꼭 조용한 미드나이트여서 다음날 기상이 곤욕스럽긴 하지만요.

몇 날을 그런 패턴으로 지내다보니, 어느덧 몸에 붙은 습관이 되버린 것 같아 은근히 걱정입니다.

 

요즘 세상엔 정말 즐길거리가 많은 것 같아요.

특히나, 유튜브는 기존의 일방통행이었던 시각정보가 양방향으로 바뀐데다 다루는 주제 또한 무한에 가까울정도로 다양해서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모래지옥이 될수도 있죠. 엄청난 즐길거리를 제공하는데, 지옥이란 표현은 좀 그렇긴 하네요.^^

 

예전, 수필 공모전에 몇 번 글을 응모한 적이 있었는데 글을 쓰고 탈고하는 과정에서 맛 보았던 재미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어요. 게다가, 작은 상까지 수상받을 때는 만족도가 상당하더라구요. 몇 년간의 당선작들이 묶여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책 속의 제 글을 다시 읽어보니 참 쑥스럽더군요.

 

그런데, 몇 편의 수필을 경험담에 근거해 쓰고났더니 타인들에게 읽혀보고 싶은 주제의 글감들을 찾기가 힘들더라구요.

작은 것 하나도 자세히 보고 느끼면 전혀 다른 각도에서 멋진 글감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독특하거나 큼지막한 글감만을 추구하려는 편견을 떨치지 못하겠더라구요.

 

1년 넘게 블로그 포스팅을 하다보니, 점점 글 쓰는 게 쉬워지는 게 아니라 더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왠일인지, 머리 속에서 쓰고 싶은 글귀들은 순식간에 휘발되어 사라지고 그나마 메모를 하거나 재빨리 컴퓨터 앞에 앉아 타이핑을 하더라도 변비라도 걸린 듯 낑낑대기만 하고 원하는 글들을 뽑아내지 못하더군요...

 

@kaitlynbaker/unsplash

 

답답했어요...

우습게도 자신의 현재 능력치를 제대로 모르면서 스스로에게 너무 높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는데, 그걸 깨닫지 못했던가 봐요.

아마추어 생활체육 동호인이 프로선수의 플레이를 흉내내려고 해도 절대 그런 경지로 올라가긴 힘든데 말이죠. 물론 재능이 받쳐주고, 프로선수들이 투자한 시간에 버금가는 많은 시간동안 연습을 한다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요...

 

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는 모습은 바람직하지만... 투자한 노력에 비해 걸맞지 않은 레벨의 성과치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인데도 무의식 중에 그러고 있더라구요. 아마도 블로그라는게 진입장벽이 낮은데다 제대로 된 피드백도 없이 혼자서 해 나가는 것 때문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그러다가, 어제 새벽에 읽은 김영하 작가의 저 문구는 정말 마음에 쏙 드는 큰 힘이 되는 조언처럼 들렸어요.

 

세상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죠.

전혀 다른 무언가가 새롭게 등장하기보다는, 기존의 것들이 융합하고 재창출되는 과정을 통해 진보해 나간다는 얘기말예요.

 

해리포터 시리즈로 영국이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은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라고 합니다.

생활고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살아가던 웨이트레스 이혼녀에서 영국에서 그 어떤 기업보다도 높은 매출액을 올리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조앤 K. 롤링은 김영하 작가의 말을 실증해주는 살아있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조엔 K. 롤링.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그녀가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어쩌다가 우연히 마법사 학교에 가게 된 소년."이라는 해리포터의 발상을 얻은 것은, 1990년 맨체스터에서 런던까지 기차를 타고 가던 중 고장으로 4시간 가량 시골 한복판에서 정차하던 무료한 시간에 상상에 잠기면서라고 하지요.

 

'포터'는 롤링의 어린 시절 친구의 이름이었고, 덤블도어와 스네이프 교수의 성격은 그녀의 학창시절 만났던 여러 교사에게서 가져왔다고 하더군요.

스코틀랜드 예술 위원회의 신인 작가 창작 지원금을 받으며 5년 만에 첫 권을 완성해 당시 12군데 대형 출판사에 소개했지만 우습게도 모두 거절당했다고 하지요.

블룸즈버리라는 소규모 출판사와 결국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선인세가 200만원정도였다고 합니다. 초판은 겨우 500부만 찍었구요.

 

해리포터 시리즈. 출처 : 네이버 이미지

 

하지만, 미국의 중견 아동 출판사 스콜라스틱이 이 책의 잠재력을 알아보면서 지금과 같은 대반전이 일어납니다. 선인세로 1억원을 지불했다고 하니, 롤링도 꿈인지 생시인지 했을거 같아요.

이후, K-POP 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를 뒤 흔들던 과정과 유사한 일이 벌어집니다.

 

모두가 조엔 롤링과 같이 될 수는 없겠죠.

아마 작가를 꿈꾸며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 대부분이 습작수준의 글들만 남긴 채 더 이상의 진척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글을 쓴다는 작업자체가 쉽지는 않지요.

 

게다가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기 전까지는, 주어지는 보상은 미미하기 그지 없지요.

작가라는 직업인으로써 생활을 영위해 나갈 정도의 인세를 벌어들이기까지는 험난하기 그지 없는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기위해 오늘도 책상에 앉아 머리와 손을 혹사하고 있는 많은 작가와 작가지망생들이 있겠지요.

 

김영하 작가의 책을 읽다가 여러 생각이 들어 포스팅으로 정리하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샌가 샛길로 빠져나와 갈길을 잃어버렸네요...

 

하여간,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이지만 '맨땅에 헤딩'이라는 것보다는 요즘 유행하는 '융합'이라는 개념이 더 어울린다는 베스트작가의 일갈이 너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맞아, 그랬었지..." "어떻게 이렇게 기가막히게 표현해냈지?" 감탄사를 연발하며 디테일한 묘사에 감탄하며 읽는 사이, 이 정도의 경지에 이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글을 써야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aaronburden/unsplash

 

운동을 잘 하려면 일단 힘을 빼야 한다고 합니다.

아마 글쓰기도 마찬가지일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겉 멋 잔뜩 들어, 되지도 않은 주저리 주저리 늘어놔 봐야 아마도 똥볼 차는 꼴 밖에는 아닐거예요.

마음을 비우고 최대한 많이 생각하고 정리하여 글로 옮기는 작업들을 꾸준히 연습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정말 빨리도 잘 흘러갑니다. 새벽시간은 정말 낮 시간의 흐름과는 비교할 수도 없네요.

수면시간을 이렇게 많이 빼앗길 줄은 몰랐네요.

왜 작가들이 밤 시간에 글을 많이 쓰는지, 왜 조용한 곳을 찾아 집필을 하는지 알 거 같아요.

직장생활이나 다른 경제활동을 병행하면서 멋진 작품을 창조해 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몇 일 뒤면 초대형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는데, 다시 확산 양상을 보이는 코로나에 계속되는 기상악화 상황들이 심란하게 만드는 요즘입니다. 아무쪼록 큰 피해없이 잘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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