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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약 이야기] 정로환 당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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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정로환 당의정

 

"물을 갈아먹고 생긴 배탈 설사엔 정로환~!"

 

어린 시절 정말 많이 들었던 의약품 광고 카피였다.

 

'물을 갈아먹어?

딱딱한 것도 아닌데, 물을 어떻게 갈아먹지?'

 

한번 착각한 생각은 물을 '갈아먹는다'는 말이 '물을 바꿔서' 먹은 뒤에라는 뜻이란 것을 알게된 뒤에도 이 광고 카피를 들을 때 마다 반복해서 떠 올랐다.

'기차를 갈아타다'는 말을 기차를 갈아서 가루를 만들어 탄다는 생각을 할 리는 없지만, 물을 갈아 먹는다는 말은 왜 그렇게 착각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타 지역의 물이 몸에 맞지 않아서 배탈이 난다는 얘긴데 말이다.

하여간, 수도물을 그냥 마시던 옛 시절의 얘기이긴 하다.

 

요즘은 대부분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서 마시는 시대이니, 물을 갈아먹고 생긴 배탈 설사가 드물어졌을테고 정로환 또한 알고 있는 사람이 줄어 들었을 터이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정로환에 대해 알아보니, 상당히 기분 나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조선을 차지하려는 러시와 일본의 전쟁 중, 막대한 물자와 인력을 투입한 일본 육군에서 갑자기 배탈, 설사가 퍼지면서 이를 해결하려는 일왕이 효과적인 정장, 지사제를 공모한 것과 연결된다.

만주의 나쁜 수질로 인해 설사병이 생겨 다수의 병사들이 복통을 일으킨 것이었다.

 

다이코 신약이 1902년 개발한 정로환이란 약이 가장 효과가 좋아 일왕이 공모한 지사제로 채택이 되었고, 전쟁후 러시아를 정복한 약이라 해서 정로환이란 이름으로 판매되었다고 한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redwasabi/221695368623

 

일본 정로환 위장약 100정 1초재팬, 1개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정로환의 주성분은 크레오소트인데, 이 물질은 숯을 태우면 나오는 페놀계 혼합물로 살균력이 강하다.

 

장 속으로 들어간 크레오소트가 세균을 죽여 배탈, 설사를 멎게 하는 것인데, 196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마땅한 지사제가 없어서 동성제약 창업주가 정로환을 보고 따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성분표시를 보고 만든 제품은 큰 효과가 없었고 다이코 신약에 기술 제휴를 의뢰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후 다이코 신약에서 은퇴한 전임 공장장을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해 정로환 제조법이 자세히 적힌 문서를 건네 받고 1972년 우리나라에서도 정로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전임 공장장은 동경 유곽에 한번 데려다 주라는 소소한 요구만으로 엄청난 비책을 누설했으니, 요즘 시절로 치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한 셈이었다.

 

생약 특유의 냄새가 강해 약 표면을 코팅하고 복용하기 편하게 당의정으로 만들어 판매한 것이 1988년이었다.

지금도 고령의 설사환자들은 약국에서 정로환을 찾는다고 한다.

 

한 때 무좀약으로 식초에 정로환을 넣고 발을 담그는 민간요법이 유행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더 효과적인 무좀약이 많이 개발되어 있어 이런 위험한 민간요법은 더 이상 시도하지 않는게 좋다.

 

게다가 크레오소트 자체의 독성도 문제되어, 요즘 판매되는 정로환에는 크레오소트를 빼고구아야콜을 주성분으로 해서 만든다고 한다.

 

출처 : 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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