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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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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이하 사진의 출처는 동일합니다.

 

강철비 1에서의 두 주연배우만 그대로 캐스팅 하였을 뿐, 영화의 줄거리는 1편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더군요.

강철비1에서 발로 뛰는 말단 공무원에서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으로 승진(?)한 대한민국 대표미남 정우성의 미모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영화입니다.

 

예고편을 보면서, 왠지 망작일 거 같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인데, 오늘로 170만 관객들이 이 영화를 선택하여 보셨으니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잠수함이 등장하는 영화는 배우들의 활동 공간이 좁고 바닷 속이라는 심리적 압박 때문인지 지켜보는 관객들도 답답함을 느끼며 관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지간히 재미있게 만들지 못하면, 잠수함이란 공간은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배경인 셈이죠.

 

 

강철비1에서의 캐릭터가 2편에서는 서로 뒤 바뀐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곽도원과 정우성의 캐릭터가 1편과는 정반대로 설정되어서 1편을 본지도 한참 전인데 초반에 몰입이 잘 안되더군요.

 

게다가, 대한민국 최고 지존인 대통령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가정 내의 모습은 솔직히 닭살이 돋더라구요. 대통령이라고 해서, 퇴근 후 가정내에서 아내와 알콩달콩 투닥거리지 말란 법은없지만요 ^^

 

 

그래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편견으로는, 왠지 대통령은 사적인 공간에서도 아내에게 존경받는 존재로써 함부로 접근하기 힘든 아우라가 있을 것으로 여겼었는데 염정아 씨(영부인 역)가 정우성 씨를 찰싹 때리는 장면은 좀...^^

 

 

영화의 줄거리는 북한 호위 총국장의 쿠데타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미국, 일본, 중국 그리고 러시아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죠.

이 영화에서는 종전협상에서조차 제3자의 입장일 수 밖에 없고 초 강대국 미국의 횡포(?)에 늘상 밀리기만 하는 한국의 모습을 정우성의 점잖음을 가장한 굴욕적인 장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누차 보여줍니다.

 

트럼프를 연상시키는 미국대통령의 캐릭터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천박하게 설정해서 은근히 비하하는 것 같구요.

김일성 주석의 외양을 닮기 위해 일부러라도 비만체질을 유지하는 듯한 그 후손들의 모습에 익숙한 우리에게, 날씬한(?) 북 위원장의 모습은 어떤 의도의 설정인지 가늠하기 힘들더군요.

다만, 막무가내의 미국대통령을 상대로 핵무기 하나 믿고 당당하게 맞상대하는 강단진 모습으로 북한 위원장을 그려내는 것은...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라떼는 말이죠, 빨간 뿔이 머리에 달린 악마처럼 묘사했었거든요.

 

 

영화는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재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어눌한 발음때문에 몰입을 방해하던 정우성의 연기도 이번 영화에서는 크게 걸리적 거리지 않게 느껴졌고, 곽도원을 포함해 출연진들 모두 연기를 잘 하시는 분들이라서 대본의 아쉬운 결점들을 커버하는 듯 했습니다.

 

바닷 속 장면들의 컴퓨터 그래픽도 그럭저럭 무난했고, 극의 긴장도도 비교적 잘 유지했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쿠데타를 일으킨 형제로 나오는 호위총국장과 함장의 너무 쉽게 무너지는 과정이 개연성 없게 느껴지기는 했죠.

 

한국의 과거사에도 군부 쿠데타가 있습니다.

자국의 국민들을 지키라는 막중하고도 신성한 임무를 부여하여, 세금으로 키우고 있는 군대...

국가라면 반드시 필요한 조직...

 

자국을 위협하며 침입하는 적들에게 향해야 할 총부리를 자국민에게 돌리는 쿠데타라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 군인들의 머리 속은 과연 어떤 욕망들이 가득 차 있을까요?

아무리 총칼을 들이민다해도 어떻게 그렇게 허무하게 한 나라의 권력을 찬탈하는 게 가능할까요?

 

 

한 나라를 장악하기 위해서 필요한 작전메뉴얼이라도 있는 걸까요?

개인적으로는 무척 궁금했습니다.

변변한 저항도 없이, 법적 정당성이 없는 군부만의 힘으로 한 나라를 접수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지금으로써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몇 십년 전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니...

 

언젠가 읽었던 얘기가 기억납니다.

중국의 어린 황제(?..정확히 기억나지 않네요..)가 스승에게 군기가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스승은 편전에서 노닥거리며 얼쩡거리고 있던 수 십명의 궁녀들에게 "줄 맞춰 서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궁녀들은 재잘거리며 귀담아 듣지 않고 여전히 어수선하게 두런거리죠.

이때 스승은 옆에 있는 병사의 칼을 빼어 제일 앞의 궁녀를 베어버립니다.

그리고 나지막히 다시 말하죠. "줄 맞춰 서라 했다..."

짤막한 비명소리와 함께 수 십명의 궁녀들은 칼 같이 각을 잡아 줄을 섭니다.

스승은 어린 황제를 돌아보며 "이것이 바로 군기이옵니다."라고 하지요.

 

젊은 시절 읽었던 것이지만, 그 당시 받았던 충격은 대단히 컸습니다. 그 당시에 상영되었던 중국 황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도 황제의 명을 받들어 먹물을 먹는 내시의 모습이나 사람 목숨을 껌값 정도로 여기는 황실의 인간관에 식겁했었던 기억과 함께 말이죠. 하긴, 그런면에서는 동서양 어느시대 어느 나라에서건 거의 엇비슷했죠..

예전만 해도, 권력자들은 백성들 알기를 정말 뭐같이 알았으니까요...

 

지금도 고급관료들의 내심은 별로 변한 것 같지는 않구요.

 

 

유신시대를 지나, 계속되는 군사정권 하에서는 모든 국민들에게 그야말로 군기가 바짝 들어있던 시기였죠.

그런 분위기가 유지된 것은 극소수의 집권 세력보다는 이 집단에 동조하고 빌붙어 쥐꼬리만한 권력이라도 행사하고자 했던 인간들이 엄청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카멜레온처럼 색깔을 바꾸어 자신이 저질렀던 악행들을 희석하고 새로운 권력자에 맞춰 변신하는 재주를 지닌 인간들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나치 치하에서 수많은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보냈던 관료도 아무 죄책감을 못 느낀 채 명령대로 충실히 일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는 책을 읽었었죠.

프랑스는 전쟁이 종료된후, 나치에 협력했던 배신자들을 철저히 색출하여 징벌했다고 하죠. 그에 반하면, 우리나라는 그런 못된 인간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척결은 한번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구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죠.

그러다보니, 수 많은 자국민을 희생시키고 권좌에 올랐던 어떤 이는 지금도 당당합니다.

 

 

누구에게서 부여받은 권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천부권력처럼 여기는 북한 병사들의 충성심도 좀 어이없지만 꼴랑 서너명 만으로 잠수함 내를 장악하고서는 또 너무 손쉽게 무너지는 쿠테타 세력들의 종말도 허무하게 느껴지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쿠테타 후 수십년을 독재에 시달리던 나라에서 나온 영화치고는 너무 허술한 스토리 구조는 아니었는지... 하긴, 이런 과정 자체에 대해 무지한 제가 이러쿵 저러쿵 태클을 거는 것도 웃긴 일이군요.

 

 

 

아직 성장이 덜 된 유치한 애 같은 미국 대통령이나 열혈청년 같은 북한 위원장의 모습...

 

영어에 대한 피해의식이라도 보여주고 싶어서 넣은 장면인지 억지웃음을 유발하고 싶어 만든 장면인지 꾸역꾸역 집어 넣은 3자 국가원수들의 통역장면 등을 무덤덤하게 넘길 수만 있다면, 그럭저럭 재미있게 볼수 있는 미남배우의 국뽕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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