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영화] 더 트루스 : 무언의 제보자

반응형

 

Nothing but the Truth.출처 : 네이버 영화.아래사진들의 출처는 동일합니다.

 

끝까지 보고 나니, 상당히 마음아프고 고통스러운 영화입니다.

설정 자체도 무척 마음이 불편하게 해 놓았구요...

실화가 아니라서 그나마 낫지만, 현실 속에서 얼마든지 있을 법한 일처럼 느껴집니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지켜야 할 원칙.

 

그 원칙과 다른 가치관이 충돌을 일으킬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에 관한 진중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각본, 김독 : 로드 루리. Rod Lurie

 

1962년 이스라엘 태생의 영화감독 로드 루리는 1988년 단편영화 <4 second delay>를 통해 데뷔했고, 그해 여러 영화제에서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받았습니다.

 

그가 만든 10여편의 영화 중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라스트 캐슬>이란 영화입니다.

 

 

영화 라스트 캐슬

 

그러고보면, 로드 루리는 굳건한 삶의 원칙을 갖고 어떤 위협과 고난에도 굽히지 않는 영웅적인 캐릭터를 영화화하는 것 같습니다.

 

<더 트루스 : 무언의 제보자>는 어쩌면 라스트 캐슬의 여성판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강인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로버트 레드포드 대신, 철저한 기자정신으로 취재원을 보호하려는 케이트 베킨세일을 주연으로 발탁하여 영화 속에 펼쳐내는 이야기는 줄기가 엇 비슷합니다.

 

여성 특유한 섬세한 감정연기로 인해 훨씬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 영화는 국가 권력기관의 막강한 권력 앞에 거의 맨 몸으로 맞서는 한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최근에는 액션 영화의 히로인으로 주로 출연해서인지, 케이트 베킨세일이 이렇게 연기력이 출중할지 몰랐네요.

 

공권력이 국가안보라는 이름 하에 자행하는 어마무지한 폭력으로 인생이 망가진 사람들이 있는 건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영화 초반부에 무심코 지나가던 대사와 장면들이 알고보니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네요.

 

아이들이 장난치며 철 없는 혹은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하는 장면들은 그냥 분위기 전환용으로 삽입한 줄 알았거든요.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는 스쿨버스 내에서 일일교사를 맡고 있는 신문사 기자(여주인공. 레이첼 암스트롱)의 뒤에는 그녀의 아들과 친구가 시큰둥하게 앉아 있었죠. 그러다, 아들의 친구는 앞 좌석의 뒷부분을 걷어찹니다.

돌아보는 레이첼에게 눈으로 아들이 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아들친구...

하지만, 고자질은 나쁜 짓이라 굳게 믿는 아들은 변명도 하지 않고 엄마의 지청구를 듣습니다. 저런 짓을 하는 애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 있나봅니다.

 

그때, 또 다른 여자애가 어떤 남자애가 자기 머리를 계속 잡아당긴다고 와서 하소연합니다. 레이첼은 누가 그러느냐고 묻고 여자애는 괴롭히는 남자애의 이름을 말하죠.

그러자 아들은 고자질한다며 여자애를 비난합니다.

"고자질 하면 안되는 거잖아요."라고 말하는 아들에게 엄마는 말하죠.

"그렇다고 괴롭힘 당하는 걸 참아야 하는 것도 아냐~!"

 

여자애의 아빠는 베네수엘라 대사였고 엄마는 CIA 직원이었죠.

거의 게이트에 가까운 대통령관련 사건이 기자였던 레이첼에게 순진한 여자애의 말을 통해 전해지면서... 투철한 직업의식과 국가안보를 빙자한 국가권력의 무자비한 압력과의 '바위에 계란치기'같은 싸움이 전개됩니다.

아니, 애초에 싸움이랄것도 없지요. 일방적인 폭력이었으니까요.

"배신자", "매국노"...이런 원색적인 비난들이 가슴아프게 쏟아집니다.

정작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 사람은 막강한 권력의 소유자입니다. 그리하여, 잘못을 가리키는 손은 졸지에 궁지에 몰려 잘릴 위기에 처하죠.

 

 

취재원 보호라는 원칙을 사수하기 위해 사랑하는 아들과 수 년을 떨어져 지내야 하고...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한 남편의 외도까지...

자신의 울타리가 무너지고 삶이 망가져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견디며 취재원을 보호하는 그녀의 기자근성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기레기로 그득한 언론계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도 고귀해 보입니다.

 

그녀를 변호하던 앨런 번 사이드라는 유명변호사는 이런 말을 대법관들에게 하며 변론합니다.

"그녀를 만나고 깨달았습니다. 위대한 사람은 그 사람이 바로 원칙 그 자체라는 것을 말입니다."

영화 초 중반의 숨가쁜 진행과정에서 정말 실감나게 연기하는 케이트 베킨세일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로드 루니 감독은 각본도 직접 썼더군요. 영화 내내 주옥같은 대사들이 참 많습니다.

실감나는 상황연기들과 그에 적합하면서도 은유적인 대사들이 고퀄의 언어표현을 즐기는 식자층의 허영으로 느껴지지는 않더군요.

 

자극적인 폭력씬이나 스릴러 씬은 거의 없었어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숨막히게 진행되는 여러 상황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하더군요.

엔딩 크레딧을 보면서,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가슴 뭉클한 그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참 오랜만에 정말 좋은 영화 한 편 보았습니다.

 

 

 

반응형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7500  (14) 2020.10.19
[영화] 비밀정보원: 인 더 프리즌  (0) 2020.10.12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2) 2020.08.24
[프로그램 리뷰] 이슈 픽 쌤과 함께  (1) 2020.08.21
[영화 리뷰] 팡파레  (5) 2020.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