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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리뷰] 신세계. 황정민, 이정재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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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 영화 <신세계>에서 끈끈한 brotherhood를 선 보였던 두 배우가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영화계에새로운 도전장을 디밀었네요.

예고편만 봐도 전체 줄거리가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액션물인 듯 한데, <출발 비디오 여행>이란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내용 외에 어떤 디테일한 스토리가 숨어 있을지 미지수지만 두 배우의 카리스마만으로도 스크린이 꽉 찰 듯 싶네요.


영화 <신세계>는 제가 조폭영화를 싫어하는 지라, 영화관에서 보지는 않았었죠.

개봉한 지 한 참 지난 후에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방송할 때 조각 조각 보게 되었는데, 그렇게 보게 된 내용들이 무척 흥미롭고 꽤나 깊이 있게 보여지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제대로 처음부터 보게 되어, 작심하고 눌러앉아 봤습니다 ... 참 여러모로 생각이 많이 들던 영화였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이하 사진들 출처는 동일합니다.

 

선과 악.

 

고전적인 테마이자, 수 많은 영화들의 소재거리이죠.

하지만, 오래 되지 않은 시절부터 그렇게나 분명했던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고 우리들은 새로운 질서를 찾아 헤매고 있는 지도 모르겠네요.

 

정의와 범죄척결을 부르짖으며 부하를 폭력조직 속에 첩자로 밀어넣은 뒤 위험에 처한 상황에도 적절하게 구할 생각을 않고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형사과장(최민식)과 경찰 프락치임을 알면서도 어찌된 일인지 스스로를 희생해가면서 이자성(이정재 분)을 보호해주는 깡패보스 정청(황정민 분)간의 아슬아슬한 삼각관계를 줄거리로 한 이 영화는 제법 잘 만들어진 느와르필름이더라구요. 한창 유행했던 중국영화 <무간도>에서 기본틀을 가져 온 듯 한 느낌은 있지만, 훨씬 업그레이드 된 세련됨이 엿보입니다.

 

 

거대한 공권력을 등에 업고 있으나 여러가지 규제와 절차에 얽매여 있어 때로는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경찰과 드러나지는 않을지라도 오히려 공권력보다 더 무섭고 치명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는 폭력조직간의 암투속에 홀홀 단신으로 잠입해 들어간 이자성은 초창기의 투철한 직업의식이 빛바래가며 점점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숨막히게 조여오는 조직 내 암투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위기까지 겹쳐 매 순간 땀 범벅으로 스트레스 상황들을 버텨나가는 이자성의 모습이 그리 심지가 굳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 디테일한 묘사가 오히려 훨씬 현실감 있고 더 몰입이 되게 만들더군요.

 

 

영화의 제목 신세계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자성이 경찰신분을 버리고 조직의 보스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 이런 선택이 맘을 참 불편하게 하더군요.

 

영화 중 형사과장과 이자성 사이에 연락을 담당하던 여경 역으로 나왔던 송지효가 깡패조직에 의해 신분이 노출되고 붙잡혀 모진 고문을 당했지만 끝내 입을 닫고 죽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 모든 일의 주모자인 형사과장은 위험에 처한 이자성을 벼랑끝까지 내몰며 임무를 수행토록 압박하고 구해줄 생각을 않습니다.

승진을 위한 한껀을 노린 건지 아니면 정의감에 불 탄 직업의식인지는 애매하지만, 형사과장은 어찌됐든 승리를 위해 부하들을 총알받이로 내 모는 전쟁터의 장군이나 되는 것처럼 부하의 생명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더군요. 깡패조직의 낌새가 이상하고 부하들의 신변이 위험해지는 것이 감지됐다면, 작전을 중지하고 부하들을 철수시키는 게 옳은 판단이라고 여겨지는데 말이죠...

 

 

비록 영화 속이긴 하지만, 조직 폭력배들의 모습은 평범한 소시민의 입장에서 보니 정말 살 떨리게 무섭습니다. 단체로 힘을 과시하며, 칼부림도 불사하지 않는 덩치들이 시종일관 화면을 채우는 이 영화는 그런 장면들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합니다.

 

게다가, 복잡한 서사가 얽히고 끝 없이 펼쳐지는 암투와 배신의 스토리는 말 그대로 야수들의 정글 속에서 생존을 걸고 싸우는 짐승들 같은 인간들의 이야기이네요.

 

 

배우 이정재의 감정선을 잘 살린 연기도 훌륭했지만, 막상 극중 이자성의 입장으로 몰입되어 이 영화를 보게 되면 한층 더 실감나게 고민하며 보게 되더라구요.

 

이자성에게 형사과장과 정청 중 누가 더 나은 사람인지는 마지막 이자성의 선택으로 답을 보여줍니다.

 

칼에 찔려 난자당한 정청이 이자성에게 속삭이는 말은 자기를 살리려고 애쓰지 말라는 거였죠.

이자성의 신분을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데, 감당할 수 있겠냐는 거죠.

그렇게 이자성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 정청과는 오래 전부터 생사를 같이 해 온 사이였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지방 소도시에서 달랑 칼 한자루씩 들고서 음식점 안의 다른조직 패거리들을 살육하는 정청과 이자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정청이 끔찍히도 이자성을 챙기는 이유로 보여주는 장면인 듯 한데, 이 또한 제3자인 소시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끔찍하기 그지 없는 일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서사는 문장 몇 줄로 요약해내기는 참 어렵습니다.

아마 우리 사는 세상을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없듯이, 그렇게 복잡다단한 사회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겠죠.

다시 한번 <신세계>를 봐 보고 싶네요. 이번엔 어떤 느낌과 어떤 생각들이 떠 오를지도 궁금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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