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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리뷰] 팡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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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이하 사진 출처는 동일합니다.

 

네이버 영화에 검색을 해보니, 오늘까지 누적관객이 1,901명이네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영화업계.

그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인지 한국 독립영화계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를 찍은 이돈구 감독은 이 누적관객수 성적표를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일까요?

 

검색하면서 영화제작비가 4,600만원 정도 들었다고 하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는데, 제작비가 워낙 적게 들어서 아마 타격을 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긴 합니다.

언젠가, 이돈구 감독이 흥행감독이 된다면 초창기에 이런 작품도 찍었다고 프로필에 적혀있게 되겠죠.^^

 

우연히 보게 되었지만, 생각보다는 몰입하며 보았고 실감나는 연극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더군요.

아마 연극으로 공연한다고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영화는 할로윈 파티가 끝나가는 시간에 장사를 마무리하는 술집을 배경으로 하는데, 5명의 주 배우들과 잠깐 등장하는 2명의 경찰관들과 술집 주인만으로 내용을 이끌어갑니다.

 

 

지금까지는 독립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었지만, 막상 접해보니 독립영화 나름의 독특한 매력이 있네요.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영화감독 지망생들이라면 꼭 한번 쯤은 찍어보고 싶어할 거 같더군요.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습작같은 단편들을 가끔씩 멍하니 볼때가 있는데, 그럴때마다 참 좋은 영화 한 편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막연하게 느끼곤 했었죠.

아무리 재능있는 영화감독이라고 해도, 이런 습작이나 단편영화 제작경험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완벽한 장편영화를 뚝딱 만들수는 없겠죠.

 

영화의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복선도 거의 없구요. 단지, 우연하게 발생한 살인사건의 결말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만을 안고 끝까지 밀고나가다가 느닷없는 결말에 허를 찔리는 느낌?

극 후반부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이 술집에 들어왔을때 '인질로 잡혀 있던 여성이 왜 경찰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결국은 해답의 실마리였는데 술집여성일거라는 지레짐작이 전체적인 상황판단을 잘 못하게 만들었죠.

 

 

그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똑같습니다.

여성이 하는 행동, 말투를 보고 영화 속 남자들5명은 모두 그녀가 술집 성노동자일거라 판단합니다.

아무리 사람에 치이고 세상사에 닳고 닳은 술집여성이라해도 살인 사건 현장에서 너무 태연하고 두려움이 없었는데, 그런 모습을 잃을 것 없는 막장인생인 탓으로 여기는 것이었죠.

 

 

영화 초반부터 내내, 그 여성은 자기는 못 본걸로 할테니 그냥 보내달라고 태연하게 말합니다.

살인사건과 얽히기 싫어했던 그 여성의 손에 의해 이 사태는 마무리되는데, 보내달라고 했을때 보내줬으면 결말은 많이 달라졌겠죠... 왜냐면, 그 여성은 청부살인업자였으니까요.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상대방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까요?

당연히 외부로 비추어지는 모습이겠죠.

아무 말 없이 있다면,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과 타고 다니는 차와 살고 있는 집으로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를 가늠할 것이고 평가할 겁니다.

내면의 훌륭함? 깊이있게 만나지 않는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인간 내면의 모습을 과연 제대로 볼 수나 있는 걸까요?

 

 

영화 속에서 범죄 도구로 칼과 총이 등장합니다.

요즘 한국 영화에서도 총은 자주 등장하는 소도구가 되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면에서 총이 더 무서운 흉기임은 분명하지만, 그에 반해 흉기로 변한 칼이 주는 살벌함, 아픔, 끔찍한 고통 등은 다들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요. 언젠가 한번 쯤은 날카로운 칼에 다쳐 본 경험들이 있을 거니까요...

 

 

영화의 초반부는 할로윈 데이날 장사를 마감하는 술집을 털러 들어온 두남자(처음엔 형제인것 처럼 나오지만, 나중에는 아닌 걸로...)가 잠시 시간을 떼우러 들어온 여성을 기절시키고 술집주인남자를 제압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심약해 보이는 남자2(동생)와 남자3(술집주인남자)간의 아슬아슬한 칼부림 몸싸움 끝에 실수로 남자3이 칼에 찔려 죽게 되는데, 아프다고 괴로워하는 남자3의 연기장면을 롱테이크로 봐야하는 건 많이 불편합니다.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불러들인 남자4(조폭)과 그 댓가로 꼬불쳐 둔 상당량의 마약을 주겠다고 뻥을 치는 남자1(형)...

언뜻 남자1은 동생을 위해 모든 것을 뒤집어 쓰려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애시당초 동생을 잘못된 길로 끌어들인 게 잘못이었죠.

 

 

영화 내내 묶여 있는 여성은 어느 순간 냉철한 킬러로 변신합니다. 극 중 인물중 유일하게 상황파악에 민감하고 그 해결책을 찾는데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죠.

 

 

영화 중반부까지 그녀는 술집여성인 것 처럼 비춰지지요.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들을 상대로 실소를 날리며 능청스럽게 눙치던 것도 그런저런 이유가 있어서였는데, 그런 것까지 알아차릴 여유는 남자(동생2)에겐 없었죠. 관객들도 마찬가지구요.

 

 

영화 초반에 유약한 모습을 보였던 남자2(동생)는 남자1(형)가 총에 맞은 후부터 갑작스레 독해지면서 안하던 짓들을 합니다. 어떤 급작스런 계기로 인해 사람이 변하게 되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긴 하죠.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초지일관 동일한 모습을 보이는 건 깡패건달로 나오는 남자4 뿐이죠.

 

 

시종일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거구의 남자는 쉬지 않고 먹고 마시고 담배를 뻐끔댑니다. 너무 비만해 숨 쉬는 소리 조차 부담스럽게 들리죠.

 

깡패가 불러들인 또 한명의 남자5는 시체처리를 전문으로 해주는 인간인데, 한 사람당 6천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합니다. 인질인 여성까지 해서 1억 2천 가량의 돈을 요구하는 이 사람은 아주 왜소한 체격에다가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지요.

 

 

그러다가 가끔씩 헷가닥하면서 완죤 또라이로 변해버리는데, 이 모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들이 역할과는 뭔가 엇나가는 느낌입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보는 외양의 모습이란 게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극적 장치들인것 같더군요.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처럼 등장인물들 각자의 입장에서보면 똑같은 사건을 두고 희비극이 갈리는 거지요.

누군가에겐 인생조지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겐 큰 돈벌이가 되고...

 

 

비록 뻥이긴 했지만, 시체를 해결해주는 댓가로 조폭에게 다량의 마약을 넘겨주겠다는 형의 애걸복걸하는 모습은 궁지에 몰려 그나마 있는 가산을 탕진하는 안타까움을 보여주는 것 같더군요,

상당수의 사람들을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던 IMF 때의 악몽... 그 때에도 가난한 사람들의 재화가 있는 자들의 재산에 많이 편입되는 악순환이 있었다고 하죠.

 

시신을 토막내는 엽기적인 장면과 토막난 시신을 담는 장면 등은 참 뭐라 말하기 그렇더군요. 굳이 그런 장면들까지 넣을 필요가 있었나 싶구요.

총격으로 피 터지는 장면들은 제법 실감나게 연기하고 있구요...

4,600만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저런 장면을 찍어내려면 실수 없이 한 컷에 잘 해내야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습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화면에 비춰진 모습은 그럭저럭 실감나는 영상이었습니다.

 

 

유명세있는 배우들 1명도 나오지 않지만, 여배우는 어디선가 봤던 거 같고 연기도 썩 좋았습니다. 남성 연기자들도 꽤 연기경력들이 있어보였고, 극에 몰입하는데 방해되는 배우는 없었죠.

완성도가 아주 높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재밌게 본 영화였습니다.

2019년 부천 국제 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감독상'과 '코리안 판타스틱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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