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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여행의 이유.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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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학동네. 예스24

 

코로나 사태가 터지지 전, 휴가철이면 늘상 인천국제 공항은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 모여들곤 했었죠.

하루 하루 바쁜 일상에 쫓겨 지내다가, 일 년에 단 몇 일 주어지는 휴가라는 단꿈을 꾸며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건 아마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의 일년 중 가장 큰 행사일거예요.

 

인기 많은 해외 여행지인 유럽과 북미지역은 비행시간도 만만치 않게 긴 데다, 짧은 시간안에 많은 곳을 들러보고 싶은 여행자의 욕심까지 겹쳐져 여행자들 상당수가 체력적으로 무리가 되는 강행군을 하곤 합니다.

시간은 없고 가보고 싶은 곳은 많고... 참 행복한 고민이자 딜레마죠...

 

수 많은 나라의 유명 관광지만 인증샷을 찍으며 스캔하듯 돌아다니던 자랑용 여행은 어느샌가 고객들의 니즈에 발맞춰 한 나라의 몇 몇 도시에서 머물면서 좀 더 여유롭게 둘러보거나 몇 개 나라만을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둘러보는 여행상품들로 바뀌어 가기도 했죠.

 

젊은 청춘들은 예전부터 배낭여행을 하기도 했지만, 여행 경험이 쌓인 혹은 모험심 강한 사람들은 틀에 짜여진 여행상품 대신 스스로 항공권과 숙박처를 구해 자유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jeshoots/unsplash

 

여행의 묘미라면 뭐니뭐니해도 낯설음이겠지요.

 

내가 나고 자란, 모국어가 통용되는 곳과는 달라도 너무 많이 다른 타지에서 겪는 문화적 차이와 이질감 그리고 그곳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이루어 놓은 여러 유적들과 예술품들을 둘러보는 새로운 경험은 일상의 쳇바퀴에서 벗어난 일탈감 외에도 특이한 그 무언가가 있게 마련입니다.

김영하 작가는 특이한 그 무언가를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들에게 받아들여짐이란 표현을 썼더군요.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시절 너무 많이 이사를 다니는 통에 한 곳에 정착하여 진득하게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후유증이랄까?

새로운 학교로 옮긴 뒤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이사를 가야할 상황이었기에, 김영하 작가는 비록 어린나이였지만 헤어짐을 전제로 한 친구 사귐에 깊은 정을 나누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런 끝에 결혼식에서마저 친구들에게 거의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낯선 곳의 예약된 숙박처에서 환대를 받으며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갈구하는 듯 하다는 고백은 왠지 짠하게 느껴집니다.

 

 

[문학동네][예약판매] 여행의 이유 (김영하 산문), 문학동네

 

다른 나라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여행자가 그 나라에 불법체류할 위험성이 없으며 관광 등을 하면서 그 나라에서 돈을 쓰면 썼지 그 반대상황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줘야 합니다.

즉, 입국심사의 기준은 여행자가 이 나라에 도움이 되느냐가 주된 요소이지요.

 

장기체류를 위해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는 여차하면 그 나라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이방인을 등록해 관리하는 차원이기도 합니다.

 

연예인병에 걸린 한국 셀럽 중 어떤 이는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해 입국장에서 입국거부당해 수갑까지 채워져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죠.

 

몇 몇 나라의 입국장은 상당히 까칠하고 냉정합니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입국장 직원들은 정말 친절한 편이지요.

 

영국에 체류하고 있던 때의 일입니다. 서유럽 쪽 나라들을 여행하는라, 몇 번을 입국해도 별 문제가 없었던 어느 날 뚱뚱한 체구의 흑인여성이 입국심사관으로 있던 라인에서 발목을 잡힌 적이 있었죠. 저가항공을 이용하다보니, 새벽에 도착했었는데 피곤한 상태에서 한 시간여를 대기해야 했는데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 입국심사관이 제게 한 말은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내용이었어요.

"당신은 내 나라의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 난 당신을 내 나라 안으로 절대들여줄 수 없다."

두 눈을 부라리며 사명감에 불타오르는 그녀의 모습은 제게는 오싹한 공포영화의 한 장면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능숙치 않은 영어실력으로 공식적인 비자 발급과 정식 절차를 밟아서 입국하려는 데 뭐가 문제이냐고 얘기했지만, 그 입국심사관은 단호히 손가락으로 구석지를 가리키며 대기하라고 명령하더군요. 그 뒤 입국 심사관은 어딘가를 들락거리고 누군가와 계속 통화를 하더라구요.

 

한 시간여 지났을 무렵, 입국심사관은 확인절차가 끝난 모양입니다. 얼굴표정이 그전과는 180도 달라진 상태로 저에게 입국허가를 내 주었지요. 재차 확인하는 제게 "No problem"이라고 미소까지 띄우면서 말이죠.

 

뭔가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본인의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에 대한 사과는 단 한마디 언급도 없었지요.

전 통과시켜준 데 대해 감지덕지하며 그 자리를 빠져나오는 수 밖에 없는 을의 입장이었구요.

 

낯선 타국에서 입국이 거부되는 느낌은 참 막연하고 두렵더군요. 특히나 을씨년스러운 새벽에 선잠이 깨어 도착한 타국의 입국장 풍경은 정말 싸늘했지요.

 

한 시간여 대기하면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그들의 입국 가능기준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더군요.

불법체류 가능성말이예요.

입국심사관은 불법체류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경우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집니다. 내 나라에 보탬이 되지 않는 이방인들은 철저히 걸러내겠다는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똘똘 뭉쳐있었죠.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이런 저런 질문을 하고 서류들을 뒤적여보고 필요하면 대기시켜 가면서 그들은 최선을 다해 불법체류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걸러냅니다... 그야말로 복불복이어서,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는 줄은 입국 심사를 위한 대기시간이 훨씬 길어집니다.

 

벽면 한 쪽에 시선이 들러붙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입국심사관에 의해 총기사용도 가능할 수 있으니, 절대적으로 복종하라는 경고문이 버젓이 붙어 있더군요... 남아도는 시간에 여기저기를 유심히 살펴보니, 참 살벌한 풍경들이 많았지요...

 

여행자유화가 되기 전부터, 김영하 부부는 여행을 이곳저곳 많이 다녔더군요.

아직 내전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아 위험했던 앙코르와트 지역을 돌아다니기도 했고, 책 내용 이곳 저곳에 등장하는 여러나라 지명으로 보건데 전문 여행가 못지 않은 적지않은 여행경력을 가지고 있네요.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러가지 많은 제약들이 따라다니게 마련인 여행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평소와는 다른 생각과 느낌을 갖게되고 또한 만나고 부딪히는 수많은 타인들과의 접촉 속에서 다른 문화권의 색다른 정서들을 맛보게되죠.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에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낯선 장소, 낯선 시간대에 자신이 속해 있었다면 지금의 내 모습과는 다른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수 십만 혹은 수 백만의 인생과 그 보다 수십배는 더 많았던 인생들의 흔적들이 스며있는 도시에는 저 마다 서로 다른 문화 문명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있겠지요. 그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삶의 편린들을 오롯이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여행의 묘미 아닐까 합니다.

 

@simonmigaj/unsplash

 

여행자로써 느끼는 것들은 현지인들과는 완전히 다를수 밖에 없습니다.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기에 현지인들도 좋은 인상을 남겨주려고 애쓰는 것이지, 막상 그 곳에 정착하려고 한다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됩니다.

 

옛날 선비들은 금강산 구경을 가서는 산 아래에서 시를 짓고 놀면서 하인들에게 산을 보고 와서 보고하도록 했다더군요.

힘들고 귀챦은 산행은 아랫것들에게 맡기고 본인은 멀치감치에서 경치구경이나 하다가, 하인의 눈으로 본 것들의 대리경험하는 것이지요... 처음 듣는 희한한 얘기에 한참을 실소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마저도, 동 시간대가 아니면 너무도 다른 생각과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찔하기도 하구요.

 

베스트셀러 작가의 여행에 관한 단상들이 궁금하시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참 색다른 각도로 많은 생각들을 했고, 다양한 경험들을 했더군요. ^^

 

@mantashesthaven/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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