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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적당히 가까운 사이. 댄싱스네일. 허밍버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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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허밍버드. 예스24

 

외롭지도 피곤하지도 않은  너와 나의 거리.

 

너무 가까우면 버겁고 너무 멀면 외로워지기 마련인 사람과 사람 사이...

2019년 오랜 무기력증을 극복해 내기까지의 기록을 담은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중입니다>의 작가 댄싱스네일의 두번째 에세이집입니다.

댄싱 스네일. 출처 : 네이버 포스트. 허밍버드

 

댄싱 스네일(춤추는 달팽이?^^)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에세이 작가입니다.

흔히 말하는 집순이에 속하는 사람인 듯...^^

 

마당발이니 인맥이 넓다느니 사회생활을 잘 한다느니... 하는 말을 듣는 사람들의 특징은 대단히 사교적이고 활발한 외향적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걸거예요. 일단 타인의 중요한 프로필은 기본으로 꿰고 있고, 그 외에 시덥지 않은 일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경우도 많죠.

이를 위해, 아마 본인들 스스로도 꽤나 열심히 애쓰고 노력할거예요.

 

인맥관리의 기본 중 하나인 경조사 챙기기만 하려해도, 마당발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시간은 아마 거의 갖을수 없을 정도로 바쁠테니까요...

 

이런 분들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라면, 상대방의 공간에 깜빡이 켜지 않고 훅 들어오는 성향이 있다는 거지요. 어찌보면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인데, 얼마나 그런 상황들을 능수능란하게 얼버무리느냐는 또 다른 대인관계 스킬의 문제이고 이에 따라 호불호도 달라질 거예요.

 

@miguel_photo/unsplash

 

운전 중 라디오를 듣다가, 전직 국회의원이자 고위직 관료를 지냈던 어떤 분이 은퇴 후에도 정치활동을 이어가면서 하루에 5~10껀 가량의 만남을 할 때가 많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방송출연까지 포함해서요.

아마 이 방송을 듣던 사람들 중 그 분의 에너지와 열정에 놀란 분들이 꽤 많았을 거예요.

 

단순하게 계산해도 만남 간의 이동거리를 포함해서 하루 10껀의 모임에 참석하려면 거의 얼굴만 비치는 식이 되겠지요. 흔히 공식적인 자리에서 얼굴만 비친 후 잠시 뒤에 사라지는 유명인사들의 모습이 저런 이유에서겠지요. 자리를 빛내 주러 오셨다는...^^

 

참석하는 자체가 자리를 빛낼 정도의 유명세를 가져 본 적이 없어서 그런 분들의 삶이 어떨지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지만, 하루 종일의 일과가 그런 피상적인 만남으로만 이어지는 삶이 어떤 내적충만감을 줄지는 모르겠군요.

아마도 스스로 내적충만감이 가득차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삶은 쉬이 피로감을 느끼고 재충전해야 할 거라 생각됩니다만... 몇 년동안 왕성한 활동을 하던 연예인이 갑자기 해외로 공부를 하러 떠난다든지 하는 일들이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네요.

 

@enginakyurt/unsplash

 

인간(人間)은 한자로도 사람사이를 의미합니다. 즉, 사람 간의 관계를 떼어놓고서는 인간을 논할 수 없다는 얘기지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는 말이 있듯이, 우리네 삶은 사람간의 일들로 채워집니다.

울고 웃는 인간사 모든 일들이 사람 간에 발생하는 것이지요.

 

모든 일에는 잘하고 못하는 사람들의 차이가 항상 존재합니다.

아쉽게도 잘하는 사람은 못하는 사람들을 비웃거나 가소롭게 여기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비록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아도 말이죠. 어쩌면 인간의 속성 중 하나인 우월감에서 느끼는 자기만족감 때문일테죠.

 

때로는, 과격한 폭력의 형태로 갑질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은근하면서도 드러나지 않은 비아냥이나 눈짓으로 암시하기도 하지요. 그러다보니, 사람간의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고통스러워 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대개는 유약하고 착한 심성의 소유자들이죠.

 

출처 : 네이버 포스트. 허밍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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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주변의 1미터 공간을 private space로 여겨, 타인의 공간에 대한 배려에 신경을 많이 쓰는 서양인들에 비하면 동양인들은 이런 개념이 비교적 약한 편이죠.

친밀한 관계에서는 깊숙한 스킨쉽을 하고 그 정도로 친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는 악수로써 적의가 없음을 표시할 때를 제외하고는, 서양인들은 잘 모르는 타인과의 대면에서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게 습관으로 배여있더군요.

 

아들과 함께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을 여행할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저녁시간이 되어, 치킨이 너무 땡겼던 아들... 지하철 역사 식당가에서 치킨으로 저녁을 해결하자며 내렸었죠. 하지만, 저녁을 해결하고 난 뒤 돌아오는 길에 러시아워에 딱 걸리고 말았네요. 평일 하루를 휴가를 내어 간 것이었기에, 오고 가면서 그리 교통편에 불편함을 못 느꼈었기에 러시아워가 있을 거라는 그 생각에는 미처 미치지 못했지요. 배를 불렸지만, 앞으로의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듯 했습니다.

지하철 복도를 꽉꽉 채운 채 움직이는 사람들의 행렬은 낯선 이방인 부자에겐 공포였죠.

여기서 헤어지면 완전 골 때리는 상황이 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아들과 전 빠짝 긴장한 채 사람들의 움직임을 따라 꼼지락 꼼지락 이동했지요.

 

@manulardizabal97/unsplash

 

맞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눈에 익지 않은 영어 지명을 읽으며 길을 제대로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라 더욱 불안했죠. 서울 지옥철의 데자뷰까지...

 

그 넓고 여유로웠던 지하공간이 순식간에 퇴근 인파로 그득 들어차고, 밀려다닌다는 말이 딱 맞을정도로 따닥따닥 서서는 승강구를 향해 물결처럼 움직이는 상황이 되었답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일은 기우에 그쳤지요.

그 긴 이동시간 동안 단 한 번의 부딪힘도 없었고, 큐브(지하철을 그렇게 부르더군요)는 공간이 다 들어차면 알아서 더 이상 타지 않고 다음 편을 기다리고... 마치 자동공정처럼 착착 끊어타더라구요.

성큼 성큼 바쁜 발걸음들이었지만 추월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이동선이 꼬이는 일도 거의 없구요.

 

그 많은 사람들이 그 좁은 간격으로 그렇게 질서정연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더군요. 여기에 자신감을 얻은 우리 부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내려 야경을 구경하고 가기로 했지요. 쌀쌀한 겨울바람이 부는 템즈강변의 야경은 환상적이었답니다.

 

@louisk_/unsplash

 

사람 간의 <적당히 가까운 사이>라는 책 제목을 쳐다보다, 문득 지나간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네요. 등하교 시간대에 만원버스를 탈 때면 내릴 걱정부터 하게 되고, 온 몸을 부딪히며 비비꼬면서 승하차를 하던 추억들 말이죠.

 

적당히 가까운 사이:외롭지도 피곤하지도 않은 너와 나의 거리, 허밍버드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댄싱 스네일의 앙증맞은(?) 일러스트들과 함께 실린 에세이들은 어떤 면에서 생각해보면 참 밝히기 꺼려지는 내밀한 고백들도 많습니다.

그만큼 작가와의 교감도 깊이 있게 이루어지기도 할 거 같네요.

 

거대담론이나 전문적인 지식으로 책을 쓰던 시절에서, 평범한 주변 일상에서부터 소소한 감정까지 책으로 편찬되는 시절로 변해가고 있나봅니다.

일반 독자들 눈에는 사실 이런 책들이 가독성도 높고 훨씬 정서적으로 동감하기 수월하죠.

예전에 비하면 정말 다양해진 출판업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좋습니다.

업계는 힘들다고 하소연들이라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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